[한국농어민신문]

김경미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과장

은퇴 후 사회에 기여하는 인생 3막
사회적 약자 돌보고 치유 돕는
돌봄형 치유농장이 중요한 접점


흔히 은퇴 이후의 삶을 인생 2막이라고 한다. 그런데 프랑스의 한 사회학자는 인생 3막이라고 했다. 태어나서 20~30년은 사회로부터 받는 인생, 취업해서 일하는 30~40년은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쓰는 인생, 은퇴해서 20~30년은 그동안 받은 것을 사회에 기여하고 돌려주는 인생이라는 의미라는 것.

우리나라는 은퇴기 인구가 26.0%(KIDI)이며, 2065년에는 10명 중 4명 이상이 고령인구(65세 이상)로서 세계적으로 유래 없이 강력한 ‘실버 쓰나미’ 중심에 놓여있다(현대경제연구원, 2017). 근로자 평균 퇴직연령은 49세(남성 52세, 여성 47세)이며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시기가 도래하면서 2017년∼20년(4년간) 퇴직인원이 3만1994명(연령 기준)으로 추정된다. 2037년에는 현재의 4050세대가 은퇴하는 시기로 50대 이상 은퇴자가 516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은퇴하는 베이비부머 중 82.9%(76만명)는 대졸 이상의 근로자(실버칼라)에 속한다. 우리와 같은 경험을 먼저 한 미국과 독일은 노후에도 자신의 경력을 활용해 일할 수 있다. 스웨덴은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출판, 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에서 고령층 감소가 일어나나 특정산업으로의 고령층 쏠림 현상은 미약하다. 우리는 60세 이상 고령 취업자는 주로 농림수산업계에 종사한다. 귀농가구 중 50대 이상이 70%로 농업으로의 유입이 많다. 그러나 농가경영주 중 귀농경영주는 2017년 1.2%, 50대 이상 농가경영주 중 귀농경영주는 0.9%이다. 농가경영주 중 50대 이상이 93.4%로서 이미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나이가 들어도 농업에 계속 종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력이 높고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가진 은퇴자들이 사회에서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들을 농업으로, 농촌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귀촌의 경우 5명 중 2명이 50대 이상(2017년, 12만2746명)이다. 농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농촌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농업과 농촌에 매력을 느끼는 주체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고학력 퇴직자를 조사한 결과, ①경제적인 필요성보다는 은퇴를 지연시키고자 하는 욕구 ②자신의 주된 경력상의 네트워크에 기반해 새로운 경력 탐색 ③다양한 연령층과의 자연스러운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경력에 적응 ④육체적 및 정신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력 ⑤연령 무관한 근무 ⑥지속적인 변화, 학습, 성장에 대한 지향성 ⑦최소한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재경력화(Recareering)를 원했다(현대경제연구원, 2017). 우리나라도 베이비부머들은 제 앞가림을 해야 하는 낀 세대로 스스로를 인식하면서 은퇴를 아직 준비할 것이 남은 미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 나의 일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의미에서 은퇴자들이 건강하고 적절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보람 있게 영위하고 서로를 돌보는 사회로 가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은퇴 후에도 퇴직 전의 64.3%로 줄어든 소득으로 자녀부양 등 부담을 지면서 33년 이상을 더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생계와 관련된 활동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돌봄형 치유농장은 매우 중요한 접점이다. 치유형 돌봄농장은 사회적 약자를 농장에서 돌보고, 치유되게 도우며, 빠르게 변화되는 환경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각자의 속도대로 갈 수 있도록 돕는다.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농장보다 적은 규모로 할 수 있으며 복지제도와 연계하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고학력 은퇴자의 대표적인 집단이 공무원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의 67.7%가 돌봄농장 창업을 희망(농촌진흥청, 2018)했다. 이들의 77.4%는 대졸이상이며, 신체활동이 건강하므로 치유농업 교육프로그램을 84.6%가 원했다. 중앙부처 교육기관의 56%, 지방정부 및 기타 기관의 89.5%가 은퇴예정자 교육을 운영했거나 운영 중이다. 대부분은 사회적응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생활관리 교육을 하지만 1박2일 또는 2박3일 정도의 내일 찾기나 현장탐방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이 부분을 좀 더 체계화시키면 충분히 치유형 돌봄농장 운영자를 양성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2년간 약200여 시간 교육을 하는데, 농촌진흥청에서는 160시간 정도의 교육과정을 제안하고 있다. 복지측면에서 우리나라는 복지지출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복지재원은 부족하기 때문에 사회서비스를 확충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치유형 돌봄농장은 좋은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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