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과제와 개선방향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30일 충남 홍성에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의 과제와 개선방향’을 주제로 제2차 생생현장토론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는 지난해 현장실증연구를 거쳐 올해부터 본격 추진되고 있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의 현황을 살피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현장실증연구를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의 현황을 진단하고,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지난달 30일 충남 홍성군 오누이다목적회관에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의 과제와 개선방향’을 주제로 제2차 생생현장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충남 보령과 홍성, 전남 함평, 경북 문경과 상주 등 5개마을 대표와 기초 및 광역지자체 담당자, 농식품부·농촌진흥청 등 유관기관 담당자 등이 모두 모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지역별 특성에 따라 실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활동이 발굴될 수 있도록 정책 프로그램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사업의 추진 주체인 현장 주민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농업환경 보전은 1, 2년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농업·농촌을 새롭게 재편해 나가야 하는 과제인 만큼 이 사업의 취지와 목적에 대한 현장 농민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현장 농민
협약 체결 늦어져 봄 사업 차질
친환경 농가 ‘지원 소외’도 문제 
사업관리 인력 지원책 마련해야 

▶기초·광역지자체
이행프로그램의 선정·점검 등 
농민 스스로 주도해야 지속가능 
마을 특색 맞는 사업개발 필요



◆현장 농민들의 목소리=5개 마을 대표들은 정책의 취지나 목표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었지만 사업추진 체계나 진행 방식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충남 보령군 장현마을은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과 관련해 가장 많은 노하우가 쌓인 곳이다. 충남에서 진행한 농업생태활동프로그램을 2년(2016~2017)간 진행했고 지난해 실증연구에 이어 올해 본사업에 참여했다. 장현마을 김문한 이장은 “우리 마을엔 귀농한 젊은 분들이 꽤 많은 편인데 사업 추진 후 농촌 환경이 달라지는 걸 눈으로 확인하면서 농민들의 참여도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함평 백년마을 성정호 이장은 “마을 내 빈집이나 공터에 무단 방치돼 있던 농약빈병이나 폐비닐, 생활폐기물 등을 함께 치우고, 오염된 마을 하천에 환경정화식물을 심고, 마을 공동우물과 진입로 청소 등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물론 마을을 찾는 향우들, 친인척, 방문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상주시 이안면 아천1리, 아천2리, 양범3리 등 3개 마을로 구성된 상서공동체의 장동범 이장은 “생활오염폐수 개선, 축사폐수 및 냄새 제거, 제초제 등 농약 미사용을 기본으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라며 “토요일마다 공동 활동을 진행하면서 마을이 깨끗해지고, 사라져가던 마을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이 되살아나고 있는 느낌”이라고 호평했다.

문제는 사업추진 체계와 진행방식. 

우선, 협약 체결이 너무 늦어져 올 봄 사업 시행에 차질을 빚었다. 홍성 젊은협업농장의 정영환 단장은 “농한기인 2~3월을 지나 한참 바쁜 4, 5월에 협약이 체결되면서 사업 진행을 위한 사전 준비가 미흡했고, 개인 활동 이행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상주 장동범 이장도 “올해 본 사업 확정이 늦어지면서 자금이 안나오니까 봄철에 해야 하는 나무·꽃 심기, 물꼬 설치, 수생식물 식재 등의 활동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함평 성정호 이장은 “최종 협약은 늦어도 2~3월이면 완료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친환경인증 농가와 비인증 농가 간 차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현재 농촌환경보전프로그램은 동일한 규모에서 같은 영농활동을 했을 때 관행농가가 친환경 인증농가보다 인센티브를 더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예를 들어 논둑 풀깎기의 경우 관행논은 지원을 받지만 친환경 인증논은 지원을 받을 수가 없다. 따라서 기존 친환경 인증농가에도 ‘동일 노동 동일 보상’을 적용하든지, 별도의 이행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업을 관리할 인력의 문제도 공통적으로 제기됐던 사안. 문경 희양산마을 윤형환 총무는 “실증연구 당시엔 컨설팅업체가 붙었지만, 올해부터는 모든 일을 마을 자체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일을 맡을 사람에 대해 아무런 지원계획이 없어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현재 3개 마을에서 350명의 인원이 참여하고 있는 상주의 경우엔 4명의 귀농청년이 투입돼 공동 및 개인활동 증빙, 이행여부 보고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장동범 이장은 “1년차인 올해는 기본 5개년 계획 비용이나 교육비 등을 활용해 대체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할지 고민”이라면서 “활동 관리 및 보고 업무에 따른 비용 책정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농업환경보존프로그램의 목적, 비전, 구체적 계획을 공유하는 사업 설명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형환 총무는 “지난해 컨설팅업체가 와서는 이 활동은 한 시간에 얼마, 이 활동은 얼마..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하는 바람에 동네 어르신이 우리가 무슨 공공근로 하러 왔냐고 나가 버리셨다”면서 “이 사업을 왜 하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과 장기적 비전이 있는지, 농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사업설명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초·광역지자체 의견=기초·광역지자체 담당자들은 농식품부의 사업지침이 현장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자체 특성에 맞는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홍성군청 권봉관 친환경농정발전기획단 전문위원은 “현장의 농민들과 전문가들이 지역의 환경적 특성을 고려해 이행프로그램을 구성하면, 농식품부가 이에 대한 효과성과 보상수준을 검토한 뒤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행프로그램의 선정과 이행점검 등을 농민들이 스스로 주도해야 사업이 지속가능하다는 것.

권 위원은 특히 “2018년 11월 이 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한 이후로 농식품부 담당 사무관이 벌써 4번째 바뀌었다”고 꼬집고, “이 문제가 사업의 중심을 잡는데 여러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는만큼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농식품부가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함평군청 친환경농업팀 백지현 주무관은 ‘같은 의견’이라면서 “지역별로 특성에 맞게끔 매뉴얼 이외의 추가적인 활동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상주시 친환경농업팀 남기현 주무관은 “초창기 사업이다 보니 여러 가지 혼선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럴수록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한다”면서 “마을 단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중점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매뉴얼로 만들고 그 외에는 마을 특색에 맞는 프로그램을 발굴해 사업이 업그레이드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경북도 친환경농업과 주정현 주무관은 “마을활동에 자율성을 부여해서 시행계획상에 실제로 적용이 어려운 활동은 다른 활동으로 대체해 먼저 실시하고, 지자체에 사업 변경에 대한 후보고가 가능하도록 사업을 유연성 있게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주민 공동체 활동 장려…사람 투자 인색하면 안돼”


농업·농촌의 환경 회복 위한
과감한 국가 투자 이끌어내야
‘마을자율사업’ 지원 고려를


◆전문가들은=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정섭 농정연구센터장은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은 친환경농업을 육성하자는 사업이 아니라 농업 환경을 바꾸자는 것”이라면서 정책의 의미부터 다시 짚었다. 김 센터장은 “농업환경 보전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임에도 그동안 저를 포함해 연구자나 관료들의 관심이 너무 적었다”고 지적하고, “농업환경, 농촌환경의 회복을 위한 과감한 국가적 투자를 끌어내는데 이 사업이 징검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개인 활동보다 공동체 활동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 그는 “지역의 주민들이 집단적으로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사업을 장려하고 그 수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그는 “전체적으로 사업의 내용이 농민이나 주민들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통제하려 들지 말고 유연하게 열어주면 주민들이 창의적인 발상을 가지고 더 자발적으로 움직인다”면서 “행정이 먼저 지역 농민들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면 안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는 “모니터링을 하려면 상당히 집중적이고 밀착된 관찰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누군가는 그걸 생업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전체 사업 예산 세목 중 모니터링을 하거나 주민들의 활동을 조율하고 교육하는 사람에 대한 예산 책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립농업과학원 장은숙 과장은 “이 사업을 왜 해야만 하는지, 이렇게 했을 때 어떤 결과들이 도출되는지, 그래서 환경은 어떻게 개선되는지, 현장의 농민들에게 사업의 비전이나 장래희망, 개선효과에 대해 납득이 가도록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과학적인 근거나 환경지표 개발 등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전영삼 지도사는 “유연한 사업, 마을 상황에 맞는 프로젝트라는 게 사실 공무원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조건”이라고 전제한 뒤 “공동·개인활동 이외에 마을자율사업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사업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제안했다.


“국회·재정당국 설득…예산투입 확대 노력”

◆농식품부 답변=농식품부 친환경농업과 김정수 사무관은 “미국의 경우 농업환경사업 예산에 한 해 6조원이 들어가고, 이웃 일본도 4000억~5000억원을 투입하는데, 우리의 경우 농진청 예산을 다 합쳐도 30억원이 채 안된다”면서 “국회나 재정당국이 이 사업에 관심을 갖고 예산을 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관은 “내년도 사업계획과 관련 우선적인 개선 방향은 내부적으로 마련해 놓은 상태로 오늘 논의된 내용을 수정 보완해 대폭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내년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예산은 올해 5개소, 7억 5000만원(국비 100%)에서 25개소, 18억7500만원(국비 50%)으로 확대 반영됐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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