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들어 채소류도 본격적인 추석 대목장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저녁 가락시장 채소류 경매 모습.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연초부터 이어진 약세 지속
대다수 품목 바닥세 형성

▶잦은 비소식까지 설상가상

가을장마·태풍 예보 긴장
노지채소 물량 감소 전망
소비부진으로 이어질 수도


연초부터 계속되는 채소 가격 약세 흐름이 농산물 최대 대목장인 추석 시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저장성이 있는 과일과 달리 추석 채소장은 단대목으로 갈수록 무르익지만 9월 초 현재까지도 대목장 분위기는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다수의 채소 품목은 오히려 추석이 9월 하순이라 추석 대목장이 형성되지 않았던 지난해와 평년 이맘때보다도 낮은 시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3일 현재 기상청에선 추석 연휴까지 잦은 비 소식을 예보하고 있어 단대목 채소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 하지만 비가와도 농가에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시장 유통인들은 보고 있다. 도매시장의 시세 흐름과 유통인 분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채소관측 월보 등을 토대로 추석 대목장 채소류 시장을 점검해 본다.

▲심각한 초반 대목장=추석 대목장 채소류 시장이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지난달 31일 채소계 표준지수는 74.5p, 2일엔 84.7p로 평년 100p기준 80% 내외의 시세에 머물러 있다. 특히 올해엔 추석이 일러 평년엔 8월말~9월초엔 추석 대목장이 형성되지 않았기에 올 추석 대목장 채소류 상황이 상당히 심각한 것을 알 수 있다.

부류별로 보면 양채류(110.6p)와 버섯류(116.7p)을 제외하고 잎채류(72.1p), 열매채소류(78.9p), 뿌리채소류(83.4p), 양념채소류(78p), 고구마·감자류(72.5p) 등 대다수의 채소류 시세가 바닥세를 형성하고 있다.

추석 대목 채소 시장 전망도 어둡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9년 추석 성수기(추석 전 2주간) 주요 농축산물 가격전망을 보면 배추의 경우 가락시장 도매가격은 10kg 상품 기준 9860원이었던 지난해와 평년가격인 1만280원보다 낮은 8000원 내외로 전망했다. 추석 성수기 고랭지 배추 출하량이 전년 및 평년보다 각각 5%, 8% 많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무 역시 출하량이 전년 및 평년보다 각각 30%, 16% 증가할 것이란 전망 속에 추석 성수기 가락시장 무 도매가격은 20kg당 전년 2만2520원 및 평년 1만3950원 보다 낮은 1만원 내외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이는 단순 출하량 증가에 따른 분석으로, 전반적인 경기침체 등을 고려할 땐 가격이 더 낮게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농가에 도움 안 되는 잦은 비 예보=단대목으로 갈수록 변수는 ‘잦은 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현재 기상청에 따르면 가을장마와 태풍 등으로 추석 직전까지 잦은 비가 예고돼 있다.

시장 유통인들은 기상청 예보대로 비가 잦아지면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배추, 무, 대파, 쪽파 등 노지 물량의 많은 감소가 예상된다. 다만 비가 와 물량이 감소해도 농가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앞선다.

만일 물량 감소로 인해 시세가 높아진다고 해도, 현재 대부분의 물량을 농가가 갖고 있지 않기에 시세 상승이 농가 수취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진 가락시장 한국청과 상무이사는 “단대목 변수는 무엇보다 비 예보다. 특히 저장할 수 있는 과일과 달리 노지 채소는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비로 인해 물량이 감소한다고 해도 현재 농가가 갖고 있는 물량은 많이 없어 농가 수취가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최악의 상황은 물량 감소에도 소비 부진으로 시세가 오르지 않는 것이다.

김기영 가락시장 대아청과 상무이사는 “단대목 잦은 비 예보가 시세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단 물량이 적게 들어와도 비가 잦아지면 소비가 크게 줄기 때문에 상당히 좋지 못한 현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최근의 궂은 날씨와 앞으로의 비 예보가 대목장 채소 품위 간 시세 격차를 크게 발생시킬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영 이사는 “현재 배추 10kg 한 망에 1만2000원이 넘는 게 있는가 하면 4000원을 밑도는 배추도 많다. 특상품이 적은 가운데 품위 간 가격 격차가 유독 크게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 비가 잦아지면 이런 현상이 더 크게 벌어질 것 같다”며 “물량보다는 품위 유지가 농가 수취가를 결정할 것 같다”고 전했다.

양승환 농협가락공판장 부사장은 “이제 추석 대목장 채소 시장의 변수는 비로 모아지고 있다. 가격의 등락을 떠나 일단은 비로 인한 피해를 받지 않도록 상품 관리를 잘 하는 게 중요하게 됐다”며 “명절엔 유독 좋은 물량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기에 작물 관리가 특히 중요해 졌다”고 설명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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