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쌀 불리는 번거로움 없이
작은 힘으로 빻을 수 있어

병에 강하고 생육기간 짧아
다른 작물과 돌려짓기 가능


기존의 멥쌀과는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밀처럼 바로 빻아서 쌀가루를 만들 수 있는 벼 ‘가루미’ 품종이 개발돼 쌀 가공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다양한 쌀 가공식품 개발에는 중간재인 쌀가루가 저렴하고 균일한 품질로 공급되는 것이 필요한데, ‘가루미’가 건식제분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8월 28일, 쌀가루전용품종 ‘가루미’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가루미’ 쌀은 소규모 업체의 제분기로도 쉽게 빻을 수 있으며, 대규모 밀 제분설비에 현미를 넣어 대량으로 생산할 수도 있다. 또, 농가에서는 병에 강하고, 생육기간이 짧아 다른 작물과 돌려짓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게 농진청의 설명이다.

농진청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식품산업에서 원재료로 구매된 쌀 58만6000톤 가운데 쌀가루는 5.6%인 3만3000톤에 불과했다. 쌀을 불리는 번거로움이 산업화를 제약하는 측면이 있었다. 멥쌀을 빵이나 떡의 원료로 쓰려면 먼저 가루를 만들어야하는데, 물에 불리는 시간(습식제분)이 있어 밀가루를 만들 때와 비교해 비용이 2배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루미’ 품종이 상용화될 경우 사업체 입장에서는 상품개발에 필요한 쌀가루를 보다 편하고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김두호 국립식량과학원장은 “쌀가루 전용품종인 ‘가루미’는 적은 비용으로 친환경 쌀가루 산업을 이끌어가기 위해 농진청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천소재인 ‘분질배유’를 갖는 벼 품종”이라며 “이번에 특허출원한 ‘가루미1’, ‘가루미2’ 품종은 농가와 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리빙랩 형태로 보급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구자와 생산자, 소비자 등을 연계한 연구를 통해 분질미의 활용을 촉진하고, 부가가치를 높여나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가루미’는 질 좋은 쌀가루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작은 힘으로 쉽게 빻을 수 있는 ‘분질미’이기 때문에 새로운 가공소재로서의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진청이 개발한 쌀가루전용 품종은 크게 ‘분질미’와 ‘연질미’로 구분된다. 배유절단면을 관찰했을 때 ‘분질미’는 배유 전체에서 전분알갱이가 성글게 배열된 반면, ‘연질미’는 바깥쪽 부위가 멥쌀과 같이 치밀하게 배열된 특성을 보인다. 이런 가운데 ‘가루미’ 쌀가루로 만든 빵의 맛과 식감이 기존에 유통되던 쌀가루보다 더 좋거나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쌀맥주와 떡의 원료곡으로 사용했을 때도 전분알갱이가 성글게 배열되는 배유특성으로 가공공정이 간소화된다. 쌀맥주의 경우 기존방식은 쌀가루를 열처리한 후 투입을 했는데, ‘가루미’는 현미를 파쇄한 후 바로 투입해도 당화에 무리가 없다. 떡의 경우 기존에는 6시간의 침지가 필요했지만 ‘가루미’는 쌀을 씻고 30분 물 빼기 후 바로 롤러작업이 가능하다.

농진청은 ‘가루미’를 품종이 아닌 특허로 출원한 것에 대해 건식제분 원천소재인 ‘분질배유 유전자(flo7)’를 포함하고 있는 품종으로 해당유전자를 국내외에서 보호받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또한 향후 ‘가루미’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재배법을 확립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원료곡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초다수성 분질미를 육성해나갈 계획이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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