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주시 화북면 고추재배 농가 이대병 씨가 지난 달 홍고추 수확을 앞둔 시점에 고추가 거의 달리지 않은 자신의 고추밭을 살피고 있다.

[한국농어민신문 조성제 기자]

상주 고추농가 이대병 씨
밭 전체 바이러스 감염 호소


“칼라병에 특히 강하고, 바이러스나 역병에 강한 신품종이 나왔다는 종자회사 직원의 말을 믿고 올해 처음 출신된 고추종자를 심었는데, 수확기에 고추가 거의 달리지 않아 낭패를 봤다. 매년 직거래를 통해 고추를 판매해온 소비자들에게 올해는 판매할 고추가 없다며 일일이 양해를 구해야 했다. 고추농사를 망쳐 2000만원 가까운 소득이 줄어 농가가 엎어질 판이다.”

경북 상주시 화북면 입석리에서 수 십 년째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이대병(59) 씨. 이씨는 3835㎡의 자신의 밭에 올해 신품종 고추종자를 심었으나, 수확기를 맞은 지난 달 초순까지 고추밭이 바이러스에 전체적으로 감염되고, 고추 열매가 거의 달리지 않았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취재를 위해 지난 달 고추 수확기에 방문한 이씨의 고추밭에서는 붉은 고추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고, 그나마 나온 고추도 갈고리 모양으로 휘어서 상품성이 없는 것들만 눈에 들어왔다.

이씨가 심은 고추종자는 농업회사법인 D사에서 올해 처음 출시한 신품종 고추종자인 ‘T△△’이다. 이씨에 따르면 올해 초 충북 보은장터에서 판촉을 나온 동오시드 영업사원으로부터 해당 신품종 종자를 처음 소개 받았다고 한다. 이후 지난 2월 1일경 주로 거래하는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있는 한 종묘상을 통해 해당 신품종 종자를 9봉(117만원)을 구입했으며, 5월 4일경 자신의 고추밭에 해당 신품종 고추의 증식을 마쳤다고 한다.

이씨는 “이상 징후를 감지한 것은 6월 초순경부터다. 잎이 넓어지고 위로 자라지 않아 생장이 멈추는 이상증상이 나타났다. 종자회사에 문제를 알리자 회사 측에서는 요소 옆면시비를 하라는 등의 조치사항을 알려줘서 그대로 시행했다”며 “하지만 이후에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밭 전체에 바이러스가 왔다. 아예 따낼 고추가 달리지 않았다”고 피해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이씨는 “종자회사 측에 피해보상을 요구하자 농사를 잘못 지어서 바이러스가 온 것이지 종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며 “하지만 인근에 해당 신품종 종자를 심은 2곳의 고추농가에서도 동일피해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같은 필지의 밭에 해당 신품종과 타 품종의 고추를 동시에 심은 경우 신품종 고추만 피해가 발생한 곳도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같은 이씨의 종자피해 주장에 대해 D사의 충청지점 관계자는 “농가의 피해 보고를 받고 몇 차례 현장 조사를 했다”며 “고추는 초세를 키워나가야 생장이 잘 되는데 해당 농가는 초기생육이 약하게 된 것 같았다. 고추는 초세를 못 잡으면 필연적으로 바이러스가 온다. 바이러스가 와서 이파리가 오그라들고 열매가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고추농사 짓는 분들은 바이러스 온 것 가지고 얘기 안한다. 해당 고추품종은 3년 간 시험재배를 통해 검증을 거쳐 안정성을 확인하고 올해 처음 출시한 신품종이다”며 “해당 농가의 작황피해는 종자의 문제가 아니라 초세를 잡지 못해 바이러스가 와서 발생한 생리장애로 추측되는 만큼 작황부진을 회사에서 보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놨다.

상주=조성제 기자 ch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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