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일본산 농기계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무역제재 조치에 따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범위가 농기계까지 넓어졌고, 농업인들은 일본산 농기계를 ‘안사겠다’고, 대리점들은 ‘안팔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현수막을 거는가 하면, 대리점을 포함한 농기계 유통인들은 거리에서 ‘NO일본산농기계’를 외쳤다. 이 같은 행동에는 우리나라 농기계 산업을 살리자는 공감대가 깔려있다.

최근 한국농기계유통조합이 ‘일본정부 무역규제에 따른 일본농기계 제한운동’ 일환으로 진행한 집회에서 김제의 한 대리점 대표는 “일본에 감정적으로 다가가자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국산 농기계 앞을 막았던 장막을 걷어내고 전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매출에는 영향이 있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겠다는 나름의 각오다.

이 시점에서 2018년 말의 일이 떠오른다. 농협이 실시한 승용이앙기 입찰 결과 동양물산기업과 국제종합기계 제품이 선정됐는데, 총 물량 400대 중 150대를 배정받은 동양물산기업 제품 ‘NP60’이 일본 이세키(ISEKI)의 이앙기였다. 농협은 ‘경제형농기계’란 기준에 따른 것이라 밝혔지만, 당시 일본산 농기계가 농협을 통해 국내에 유통되는 현실을 우려하는 의견들이 터져 나왔다. ‘농협=일본산농기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더욱이 국내 이앙기의 수입산 시장점유율(약 40%)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농협의 ‘일본산 농기계 낙찰’이 우리나라 농기계산업에 더 큰 불안감을 안겼다는 지적도 있었다. 수입산 농기계가 국내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국산 농기계는 뒤로 밀리고 있는 흐름, 그 한쪽에 농협이 있었다는 데 다소 불편한 느낌이다.

이런 농협의 결정을 두고, 농기계업체의 한 관계자는 “농협이 굳이 일본산 농기계를 유통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을 던진다”면서 “국산 농기계의 R&D가 일본에 뒤지고 있긴 하지만 바짝 쫓아가고 있다고 자신했는데, 그간의 과정이 헛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국산 농기계가 기지개를 펼 수 있는 기회가 또다시 줄면서, 농업인들로부터 우리나라 농기계가 아예 잊혀질까 그게 더 무섭다”는 또 다른 농기계업체 관계자의 전언도 있었다.

과거를 들춰보는 일, 미래를 위한 투자다. 그 미래란 우리나라 농기계산업의 경쟁력이며, 농민 조합원의 조직인 농협이 국산 농기계에 관심을 높여 국산 제품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일본산 농기계를 선정하는 일보다는 주된 임무이며, 이를 통해 농기계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농업인은 물론 농기계 유통인들은 이런 농협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고민해볼 때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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