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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2030, 그들이 사는 법] 대학생 선배들과 함께 하는 박물관 탐험대

[한국농어민신문]

박다니엘 청년농부·전남 영암

지역에서 나고 자라 대학생이 된 선배들이 방학 동안 고향에 살고 있는 마을 후배들과 함께 공동체 활동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지역 출신 대학생들에게 시골 학교를 다닐 때 무얼 해보고 싶었는지 물었더니, 신기하게도 지금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농촌을 떠나 도시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여름 방학이 끝나갈 즈음 마을교육공동체인 가온누리마을학교에서 특별한 탐험대가 출정식을 가졌다. 대학생 선배들과 함께 인근 도시에 위치한 박물관을 견학할 어린 탐험가들이 모험에 나선 것이다.  무더운 여름 내내 아이들은 오전에는 학교 돌봄교실에서, 오후에는 마을교회 공부방에서 지냈다. 방학이라고 해도 농사일에 바쁜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때때로 도시에 대한 동경과 시골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문화생활에 대한 바람을 드러내고는 했다. 마을학교의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부터 이런  바람을 알고 있었지만, 기존 활동가들만으로는 엄두가 나질 않았었다. 그런데 올해 초 전라남도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에서 ‘돌멩이와 풀뿌리 학교’ 두 번째 버전으로 대학생들이 농촌 마을을 찾아 농사일을 돕고, 자신들의 재능을 살려 마을공동체와 함께하는 ‘뉴농활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면서 번쩍 이런 생각이 들었다. ‘꼭 도시에 있는 대학생들을 농촌으로 불러 와야만 할까? 지역에서 나고 자라 대학생이 된 선배들이 방학 동안 고향에 살고 있는 마을 후배들과 함께 공동체 활동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센터 측에 이런 생각을 나누었더니, 그럼 지역 출신 대학생들이 고향집에 머물면서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출퇴근 농활’은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

이후 프로그램 논의을 위해 지역 출신 대학생들에게 시골 학교를 다닐 때 무얼 해보고 싶었는지 물었더니, 신기하게도 지금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농촌을 떠나 도시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물러갈 줄 모르는 늦여름 더위 속에 시골 어린이들의 바람은 자신들과 같은 길을 먼저 걸어간, 지금은 대학생이 되어 도회지로 나가있는 선배들의 봉사활동을 통해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대학생 선배들과 몇몇 친구들이 팀을 이루어 대중교통을 이용한 도시 탐방에 나서려고 했지만, 예산 집행과 안전상의 문제로 결국   학교의 협조를 얻어 통학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영암, 광주, 목포, 나주의 박물관을 찾아가는  ‘박물관 탐험대’의  깃발이 펄럭이게 되었다.

탐험 첫째 날, 영암 관내에 있는 목재문화체험장을 찾아 가볍게 몸을 풀기로 했다. 한옥으로 지어진 전시장에는 나무를 이용한 각종 놀이기구가 준비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 수 있었다. 또 체험장에서는 동영상을 통해 나무의 쓰임에 대해 살펴보고, 친구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다용도 연필꽂이와 핸드폰 거치대를 만들었다. 직접 나무를 다듬고 못질을 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어린 탐험가들은 대학생 선배들과 함께 자신만의 특별한 작품을 만드는데 구슬땀을 흘렸다.

둘째 날에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았다. 복잡한 아파트 숲 사이를 한 시간 가까이 헤집고 난 뒤에야 옛 전남도청 자리에 위치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친구들은 5개로 구분된 아시아 각 지역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자원, 건축 양식 등을 엿볼 수 있는 어린이문화원에서 하루를 보냈다. 중앙아시아의 초원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다가 호수에 사는 플라밍고 모양의 비누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인도네시아 악기를 체험한 후 개성이  담긴 나만의  악기를  제작해 보면서  ‘또 다른  아시아’를  경험할 수 있었다.

셋째 날은 목포 자연사박물관을 찾았다.  우리 지역의 산과 바다, 강과 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와 그곳에 살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들을 살펴보았다. 어린 친구들은 지금은 사라져 버린 공룡과 심해에 살고 있는 상어의 모습을 들여다 보면서 신기해 했다. 4D 영상을 관람할 때는 공룡과 함께 전시관을 둘러보는 흥미로운 상상에  빠져 재잘거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마지막 날 찾은 곳은 국립나주박물관이었다. 이곳에는 1500년 전 이 지역에 자리잡았던 마한의 유물이 전시돼 있었다. 박물관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마한 시대에 부엌에서 사용했던 도구들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전시실을 둘러보면서 유물들을 자세히 살펴 봤다. 초등학생 친구들은 관람에만 그치지 않고 부엌과 관련된 도구들을 자유롭게 그려 넣은 앞치마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나흘 동안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 하고 돌아온 친구들은 학교 정원에 모여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대학생 선배들과 초등학생 후배들은 누구는 선생이고 누구는 학생이 아닌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되어 있었다. 서로를 위해 땅을 파고 물을 주며 흙을 덮었던 나흘간을 기념하며 어른이 된 나와 아직 어린 내가 함께 나무를 심었다. 나무가 자라 열매를 맺고 그늘을 드리우듯, 도시를 동경하던 어린 탐험가들이 머지않아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농촌 마을의 의미와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하게 될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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