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리나라 가축 분뇨처리는 환경관련 법률상 오물청소법(1961~1977)시대를 지나 환경보존법시대(1978~1986)까지만 해도 사회적으로 처리대상 물질이거나 환경을 훼손하는 오염물질로 취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시기를 같이한 1967년에 제정된 비료관리법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지혜롭게 활용해온 가축분뇨의 퇴비를 비료로 인정했으며, 자원의 순환과 재활용에 대한 모범답안으로 인식하면서 건강한 흙을 만들기 위한 필수 자원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 사이 환경관련법은 1980년에 환경청이 발족되면서 생활계 폐기물은 오물청소법에서, 산업계 폐기물은 환경보존법에서 각각 취급하면서 관리가 강화됐고, 1986년에는 폐기물관리체계의 일원화 방침에 따라 폐기물관련 규정을 통합한 ‘폐기물관리법’이 제정되면서 관리체계가 보다 더 강화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따라 가축분뇨는 생활계 폐기물의 오물로 취급돼 오다가 폐기물관리법에서는 축산폐수로 지목돼 관리가 강화됐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환경관련법에서는 수질오염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던 가축분뇨가 식물의 영양자원인 퇴비 원료로 인정받고, 축산업 발전에도 일정부분 일조하게 된 것은 비료관리법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나름 큰 역할을 해왔던 비료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 내용 중에는 지금까지 규격설정 없이 지정비료로 관리하던 퇴비 등 부산물비료를 보통비료와 같이 공정규격을 설정해 일괄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포함돼 있다. 이는 원료의 규정 등 이에 따른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비료관리법 제정 당시 공정규격 설정비료와 지정비료를 분리한 입법 취지를 철저히 무시한 개정안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 가축분뇨는 퇴비뿐만이 아니라 액비로도 지정돼 모든 액비유통센터가 비료생산업등록을 취득하고 정부 지원을 받으려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료관리법이 개정되면 지정비료가 없어지고 공정규격을 설정해 관리가 이뤄지면 가축분뇨는 다른 작물영양 물질에 밀려 비료의 일부 원료로 전락할 것이며, 가축분뇨처리에도 대 혼란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지속가능한 농업 발전은 물론 친환경 생태계의 안정적인 순환, 그리고 가축분뇨의 효율적인 처리와 자원화를 위해서 비료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논의가 다시 한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손이헌/횡성유기농산(싱싱비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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