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농특위·청와대·농경연 등에
구성원 10명 중 7명 선임
민간 전문가·활동가 약진
‘민관협치’ 기대감 낳아

농정개혁 방향 구상 연장선
실질적 정책성과 내놔야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을 내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농업계에서도 개혁의 바람은 불고 있다. 정부와 현장 간의 온도차가 있지만, 민간 부문에서 주로 언급돼 왔던 ‘농정개혁’이란 말이 정부에서 종종 언급되는 상황은 정책 기대를 높이는 것이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를 관리하는 역할을 해 오고 있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정책기획위원회 농산어촌소분과 산하 농정개혁TF팀(농정개혁TF)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농업계의 주요 요직에 배치돼 눈길을 끈다. 특히 ‘농정개혁’이라는 틀 속에서 정책 구상에 적극 나섰던 민간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정부의 정책 수립에 관여하는 자리에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를 제외하고 청와대,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 등에 농정개혁TF 인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농정개혁TF의 존재는 뒤늦게 알려졌다. 2018년 3월 당시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과 신정훈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이 전남도지사 출마를 위해 동반 사퇴하면서 사상 초유의 농정 컨트롤타워 공백이 발생했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농정개혁의 주요 의제를 정리해보자는 취지에서 정책기획위에 참여하고 있던 박진도 위원 등이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과 상의한 끝에 농정개혁TF를 꾸렸다. TF에는 정책기획위 위원인 박진도·오현석·정기환을 주축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민간 전문가들이 합류해 5개월 동안 활동을 벌였다. 이 결과를 지난해 10월 말 서울 aT센터에서 발표했다. 이후 농정개혁TF 활동은 정리됐다.

이로부터 10개월이 지난 지금, 농정개혁TF 구성원들의 약진이 눈부시다. 구성원 10명 중 7명이 청와대를 비롯해 농특위, 농경연, 마사회 등 농업계 요직에 포진한 상황이다.

박진도 농정개혁TF 위원장은 올해 4월 출범한 농특위의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이와 함께 오현석 농정개혁TF 부위원장이 농특위 민간위촉위원 겸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함께 활동한 황수철 농정연구센터 소장도 농특위 민간위촉위원 겸 농어촌분과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청와대의 ‘호출’도 있었다. 올해 5월 청와대 농해수비서관으로 임명된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연합회장과 앞선 2018년 11월 행정관에 임명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장경호 소장 등 2명 모두 농정개혁TF에서 활동했다. 최근 취임한 김홍상 농경연 신임 원장도 농정개혁TF에 있었다. 정기환 농정개혁TF 위원은 4월 한국마사회 상임감사위원으로 임명됐다.

이처럼 민간 진영의 약진이 농식품부와 농정개혁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구도 재편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민관 협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은 기대를 낳는 대목이다. 이와 동시에 실질적인 정책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주문과 우려도 나온다.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책임과 사명감이 막중하다는 얘기다.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정개혁 방향을 함께 구상했던 이들이 농특위, 청와대, 농경연 등에 있는 만큼 문재인 정부의 농정개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지만, 농업계 현장 여론을 반영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때보다 농업계 내 소통이 중요하다”며 “또한 개인의 경력을 쌓는 데 지위를 이용하는 등의 행태를 해선 안 될 것이며, 현장 농업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 성과로 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인사는 “농정개혁TF는 컨트롤타워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농정개혁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만큼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최대 과업을 잘 수행했으면 한다”면서 “현장 단체와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고, 농식품부가 대통령 농정 공약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민관 협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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