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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세 도입·위탁선거법 개정···요구 높지만 ‘후순위' 밀려 답답9월 정기국회 주목법안 <하>타상임위원회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주목해야 할 농업 분야 법안들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외에 다른 상임위원회에도 있다. 법안 건수는 많지 않지만, 농업·농촌의 구조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정도의 파급력이 큰 사안들이어서 무게감이 결코 작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고향세 도입 법안과 조합장선거 개선 내용을 담은 위탁선거법 개정 법안 등이다. 문제는 해당 법안들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양상이 정기국회에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농업계가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주요 법안들을 꼽아봤다.


●행정안전위원회

▶고향세 도입
100대 국정과제 포함되면서
지난 3년 동안 14건 발의
순조로운 듯 보였지만

재원조성 두고 부처간 이견
대도시 세수 감소 우려 등
부정적 기류 감지된데다
여야 대결구도 길어진 탓
민생법안 벗어나 정치 쟁점화

▶위탁선거법 개정
20대 국회서 7건 발의
‘깜깜이·금품 선거 벗어나자’
조합장 선거방식 개선 초점

농업계 바람과 달리 ‘관심 밖’
행안위 내부 민감한 사안 많아
개정안 논의 자체 안 이뤄져
단계적 개정 방안 찾아야


▲고향세 법안=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향세(고향사랑 기부제)는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도입 의지를 밝힌 데 이어 100대 국정과제와 자치분권 로드맵(안)에 포함되며 주목 받았다. 이후 2018년까지 3년간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 법안이 14개나 발의되는 등 고향세 도입은 그저 ‘시간문제’처럼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정기국회를 앞둔 현주소는 소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할 정도로 힘겨운 상황에 처했다. 2019년에 이어 2020년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약속도 무색할 지경이다.

고향세는 도시민이 자신의 고향이나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일정액을 기부하고 세금을 감면 받는 제도다. 도시와 비교해 열악한 농어촌 지자체의 재정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조치로 도입 필요성이 거론돼 왔다. 여야의 관심도 컸고, 국민적 여론도 우호적이었다. 2017년 11월 한국갤럽과 농민신문이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에서 도입 찬성 여론은 59.7%였다.

발의 법안들은 기부 주체와 대상, 기부액 한도, 기부금 사용처, 세액공제 비율, 답례품 범위 등 쟁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도입 취지는 다르지 않다.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는 ‘고향발전기부금법률안’(윤영일), ‘고향사랑기부금에관한법률안’(이개호), ‘지역균형발전기부금에관한법률안’(정인화) 등 3건의 제정안과 ‘기부금품의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 개정안(안호영·전재수·강효상·김광림·김두관·이개호) 6건 등 9건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5월 발의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공동모금 및 배분에 관한 법률안’(위성곤)도 소위에 회부된 상태다.

20대 국회 초반 활발했던 도입 동력은 갈수록 얼어붙었다. 여러 문제들이 골고루 작용했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재원 조성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 부처 간 이견을 시작으로 수도권 대도시들의 세수 감소 우려, 지자체 간 재정불균형 심화 우려 등 부정적인 기류가 조성됐다. 무엇보다 국회 상황이 결정적이었다. 여야 대결 구도가 길어지는 탓에 대선 공약인 고향세 법안이 애초 민생 법안 성격과 달리 정치 쟁점화되며 셈법이 복잡해졌다.

고향세 법안을 발의한 행안위의 의원실 관계자는 19일 “행안위는 기본적으로 굵직한 법안들이 많은 편이고, 정쟁 양상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고향세의 경우 초반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당별, 의원별 셈법이 복잡해지며 논의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국회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기대보다 우려가 여전히 크다. 특별한 변수 없이는 이전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데다 ‘설상가상’으로 행안위의 여건 자체도 좋지 않다. 행안위 내에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등 쟁점 현안들이 부각되면서 농업·농촌 관련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분위기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7개 상임위원회 중 계류법안이 가장 많은 곳이 행안위로, 2000건을 넘고 있어 압도적이다.

행안위 간사인 야당 의원실의 관계자는 “쟁점 법안들이 많아 고향세 법안 논의 순서가 돌아오지 않으며 논의가 안 되고 있다. 법안 자체에 대해 반대 입장이 큰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법안들을 논의하기에도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해, 고향세 법안 논의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농어촌 지역 여론이 힘을 받기 어려운 위원회 구성도 법안 논의 및 처리 가능성을 어둡게 보는 이유다. 행안위 소속 야당 관계자는 “위원회 구성을 보면 수도권 대도시와 특광역시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 많다. 일부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이 있지만, 지역 여론을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고향세 법안이 다른 사안들보다 시급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기류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 위원 22명 중 서울과 수도권, 특광역시 등을 제외하고 농어촌 지역구로 분류할 수 있는 의원은 강창일(제주시갑)·김영우(경기 포천시가평군)·안상수(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홍문표(충남 홍성예산)·정인화(전남 광양곡성구례) 등 5명 정도다.

▲위탁선거법=조합장 선거 방식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공공단체등위탁선거에관한법률’(위탁선거법) 개정안의 처리 전망도 불투명하다.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행안위 소관의 조합장 선거 관련 주요 위탁선거법 개정안은 대략 7건이다. 이 중 2건은 올해 3월 13일 실시된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 이후 발의됐다. 법안의 발의 배경은 현행 조합장 선거 방식을 개선하자는 취지가 크다. 위탁선거법의 과도한 제한 규정이 ‘깜깜이 선거’와 ‘금품 선거’를 낳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배우자의 선거운동 허용 △예비후보자 제도 도입 △합동토론회 개최 등 선거운동 방식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조합장 선거는 위탁선거법에 따라 공직선거보다 선거운동이 제한돼 있다. 후보자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선거운동 기간도 14일에 불과하다. 선거운동 역시 공보, 벽보, 어깨띠, 전화, 인터넷 등 법에 규정된 방법으로만 제한돼 있으며, 후보자 연설회 및 공개토론회도 금지돼 있다. 인터넷도 해당 조합 홈페이지를 이용한 선거 운동만 가능한 상태다.

이에 대해 농업계는 규제 일변도인 위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법 개정 요구를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국회에서도 2015년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 이후 관련 개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됐다. 제2회 조합장 선거 전후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관심도 더해져 법 개정 의견을 중앙선관위원회와 행안위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선거 직후 금세 사그라졌다. 국회의 관심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위탁선거법 개정 논의도 고향세 법안과 마찬가지로 주요 현안에 치여 후순위로 밀려나 논의조차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법 개정 요구를 국회에 계속 하고 있다. 하지만 행안위 내부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많아 개정안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련 논의가 후순위로 밀리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농민단체나 농협, 여야에서도 100%는 아니지만 법 개정의 필요성은 다들 공감하고 있는 만큼 몇 가지 쟁점 사안 외에 큰 반대가 없는 부분부터 논의를 하고, 단계적으로 법을 개정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선거법 관련 전문가인 안병도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은 “현행 위탁선거법에서 치러지는 조합장 선거는 현직 프리미엄이 너무 심하게 돼 있다. 또한 신규 후보자들의 선거방식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어 ‘깜깜이 선거’와 ‘돈 선거’를 야기하고 있다. 상시선거운동 등이 가능한 공직선거의 경우 규제가 훨씬 적은데도 오히려 금품 선거 비율은 낮다”며 “유권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차원 등에서 법 개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다만 이해관계자들이 수용 가능한 부분부터 법 개정을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환경노동위원회
물관리 계획 수립에 ‘농업계 의견 배제’ 우려 여전

농업계 환경부 농업용 저수지 관리 반발에 ‘의결 보류’
현행대로 농식품부가 설치·운영 수정안 내놨지만 ‘촉각’


▲댐건설(관리)법=일정 규모 이하의 농업용 저수지를 물관리 일원화 주체인 환경부가 관리하도록 한 법안이 발의된 데 이어 이를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농업계가 한동안 긴장 상태였다. 지난해 12월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바로 그것인데, 지난 7월 환노위 환경소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로 의결을 보류한 상태다. 관련 논의가 정기국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물관리기본법 제정과 국가물관리위원회 출범 등 수질환경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기조 아래 환경부가 농업용 저수지를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추진하면서 농업계의 반발이 크다. 농업계는 △저수지 관리체계 중복으로 부처 간 이해충돌 우려△생활·공업용수 우선 시 농업용수는 후순위로 밀려 용수공급 차질 우려 △농업용수 특수성 반영 불가 등을 지적했고, 농해수위 소속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이 농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환경부가 관리하는 댐의 범위에 농업용 저수지를 제외한 개정안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이 같은 농업계의 우려를 감안해 정부 부처는 앞선 4월 협의를 통해 댐관리계획 및 세부시행계획 수립대상에 농업용저수지를 제외해 농업용 저수지는 현행대로 농식품부 주관으로 설치·운영한다는 내용으로 수정안을 마련했지만, 농업계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환노위는 부처 간 협의를 거친 수정안을 바탕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우려 목소리가 큰 농업 단체들의 여론 수렴 등을 거친 뒤에 개정 논의를 재개할 계획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물 관리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이런 논의를 하는 데 있어 농업계의 의견 수렴조차 없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물 관리 기본법이 이미 6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농업용수를 이에 포함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의문이 강하게 든다”면서 “물 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정책 당사자 중 하나인 농업인의 의견을 절대 배제해서는 안 된다. 농업계를 배제한 물 관리 정책에는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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