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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어민신문]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약정조합원·협동조합 협력 등
지켜지지 않는 강제규정 많아
농협중앙회 통렬한 반성 필요


두 달 전에 쓴 “제대로 된 농민조합원 교육을 위한 3가지 방법”을 읽은 여러 분들이 연락을 주셔서 “농협법에 협동조합 운영원칙과 방법에 관한 교육을 하여야 한다는 강제규정이 있다는 말이 진짜냐?”며 놀라워하고, 그동안 농협에서 그런 강제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에 분개했다. 더구나 농협을 감독해야 할 농림축산식품부는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왜 농협에 수십 년간 주의를 주지 않았는지 의아해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조항이 한 두 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농협법에서 일반적으로 수행되는 강제규정은 빼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강제규정에 대해 몇 가지 더 찾아보자.

농협법 제10조(다른 협동조합 등과의 협력)에는 “(농협조직들은 농협의 다른 조직들-인용자), 다른 법률에 따른 협동조합 및 외국의 협동조합과의 상호협력, 이해증진 및 공동사업 개발 등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얼마 전 사회적경제를 대표하는 한 분이 “농협중앙회와 몇 차례 만났는데 뭘 이야기하고, 뭘 결정했는지, 뭐가 진행될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며 소회를 밝혀 왔다. 쉽게 말하면 고구마 먹은 것 같다는 것이다. 영농조합법인도 경합이라고 걸고 있는 농협에 다른 협동조합 등과의 협력은 언감생심이다.

제24조(조합원의 책임)이 제2항에는 “조합원은 지역농협의 운영과정에 성실히 참여하여야 하며,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농협을 통하여 출하(出荷)하는 등 그 사업을 성실히 이용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고, 이를 2년 동안 이행하지 않으면 제명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2015년 농협에서 정리한 바에 따르면 조합원의 74%가 1년 동안 단 1원도 판매 사업을 이용하지 않았다. 농사를 짓지 않는 조합원의 제명 문제는 이미 여러 번 나온 이야기니 여기서는 줄이자.

제24조의2(조합원의 우대)에는 약정조합원을 우대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제3항에는 “지역농협은 약정조합원 육성계획을 매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900개에 이르는 지역농협 중 약정조합원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농협은 개인적으로 3~4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머지는 명백하게 농협법을 위배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지역농협에 대한 강제규정 중 제대로 수행되지 않고 있는 것만 위에서 모아 보았다. 중앙회나 연합회, 조합공동사업법인 등도 이런 방식으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농림수산성은 아베 정부의 ‘농협사업 위축’이란 기조 속에서 농협에 대한 지원은커녕 오히려 농협이 농협법을 위반하는 사항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있다. 아베 정부의 반농협적 정책은 규탄 받아 마땅하지만, 굳이 한 가지 배울 것이 있다면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강제규정은 더욱 그렇다.

강제규정은 주로 법논리적으로 볼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항이나 기존의 농협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농협법 개정에서 강력한 요구에 따라 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강제규정을 만들어 놓고도 거의 이행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은 행정부와 농협이 농민조합원의 강력한 요구가 만들어낸 국민적 합의를 이행하는 데 고의적으로 해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농협에 대한 지도감사기능을 농협중앙회에게 이관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이런 심각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책임의 대부분은 농협중앙회에게 있다. 농협중앙회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농식품부도 지도감사 기능을 농협중앙회에게 이관해 주고 있는데도 이런 기본적인 것을 잡지 못한다면, 지도감사기능의 이관에 제어를 하거나, 강력한 경고를 줄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지만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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