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국회 주목법안 <상>농해수위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9월 시작된다. 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매년 9월 1일(공휴일의 경우 그 다음 날) 정기회를 열고 12월 초까지 100일 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이번 정기국회는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시기다. 내년 4월 국회의원총선거를 앞두고 올해 연말부터 주요 관심사가 ‘선거’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 내년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장기간 계류 중인 농업 법안의 처리가 시급해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정기국회의 경우 인사청문회 후폭풍, 8월 말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선거법 개정안 처리 등 대형 악재들로 인해 정기국회 초반 파행 우려가 예견되고 있어 법안 처리를 위한 물리적인 시간은 더욱 촉박할 전망이다. 정기국회에서 주목할 농업 분야 법안들을 두 차례에 걸쳐 다룬다.


장관 인사청문회
패스트트랙 2차전 
두 가지 악재 관건 

●‘태풍 전야’ 앞둔 정기국회


9월 정기국회 개원을 앞두고 있는 국회 분위기는 ‘태풍 전야’ 양상이다. 두 개의 대형 악재가 예견되고 있어서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8개 부처 장관급 개각을 단행함에 따라 해당 상임위원회별로 장관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8월 말과 9월 초 예정돼 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지명자의 인사청문회도 8월 29일 열린다. 단연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임명 반대 입장인 야당이 집중 공격을 벼르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임명 강행 시 정기국회 파행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이른바 ‘패스트트랙’ 2차 사태. 8월 말까지 활동이 연장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연동형 비례제도 도입 등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어서 지난 4월 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선거제 개편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기 위해 야당이 물리력을 행사하며 ‘아수라장’이 됐던 국회 모습이 재현될 가능성이 짙다는 관측이다. 야당 관계자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인사청문회와 정개특위 문제 등이 큰 변수다. 두 사안 모두 정부여당이 강행하려고 한다면 정기국회 초반 파행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농해수위 계류 법안만 645건…‘임기만료 폐기’ 위기

●농해수위 소관 농업 법안은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관 계류의안은 651건으로, 이 중 법률안이 645건이다. 다른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농어업 관련 법안까지 합하면 숫자는 늘어난다. 농해수위가 타 상임위에 비해 법안 처리실적이 우수한 편이지만, 올해 농해수위 소관 법안 처리가 50여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기국회에서 다루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당수 법안이 ‘임기만료 폐기’ 상황에 처해있다. 주요 법안을 짚어봤다.

예산 규모 문제로 ‘차일피일’
‘2조4000억~3조원’ 틀만 잡아 
목표가격 연계 ‘고육지책’에
변동직불금 지급 여부도 깜깜

‘공익형 직불제’ 약속 무산될라
당정 입장 ‘발등의 불’ 떨어져


▲농업소득보전법=현행 농업직접지불제(직불제) 통합과 목표가격 설정 내용이 담겨 있는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농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농정공약인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골자로 한 법안이 지난해 정기국회(11월 15일)에서 박완주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이후 수차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었지만, 직불제 예산 규모 문제를 두고 여야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해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진 상태다. 최소 2조4000억원에서 최대 3조원 정도로 틀을 잡은 것이 그나마 거둔 성과다.

하지만 변동직불금 폐지 내용을 담고 있는 직불제 개편 방안과 변동직불금의 지급 기준이 되는 목표가격 설정을 연계해 처리하겠다는 여당의 ‘고육지책’, 여기에 예산 당국이 1조8000억원 수준의 편성 기준을 고수하고 있고, 농식품부와 여당이 각각 법 개정과 예산 확보를 강조하며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등 정부여당 간 내부에서도 의견 조율이 안 되는 모습을 연출, 혼란만 키워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1월 산지쌀값 결정 이후 늦어도 2~3월에는 결정돼야 할 변동직불금 지급 여부가 여전히 ‘오리무중’인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점점 고개를 들면서 야당은 두 사안을 분리해 목표가격이라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목표가격은 쌀 80㎏ 기준 20만6000원~22만6000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여야가 합의를 한 바 있다.

관건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직불제 예산이 얼마나 편성됐는지가 법안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월 중순 현재 각 부처에서 넘어온 부처별 예산안을 기획재정부가 최종 조율 중이며, 정기국회 개원에 맞춰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농해수위는 오는 26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직불제 개편 법안 처리와 목표가격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당정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 처리에 실패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공익형 직불제 도입 약속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2020년에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일정을 잡고 있다. 변동직불제 폐지 내용을 담고 있어 5년마다 설정되는 목표가격과 맞물려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특성상 최악의 시나리오는 5년 뒤를 기약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논의되는 목표가격은 2018년산부터 2022년산까지 쌀에 적용되는 것으로, 정부의 직불제 개편안에서는 2018년산과 2019년산 등 두 해에 걸쳐 목표가격을 적용하고 이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여당 관계자는 “내년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위한 예산 반영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9월 중 법안 처리가 안 되면 내년 시행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내년이나 내후년이 아니라 목표가격을 다시 설정해야 하는 5년 뒤에야 다시 논의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농업소득보전법 개정안 중에는 목표가격 등에 기준이 되는 쌀 중량 단위를 현행 80㎏에서 각각 20㎏(오영훈)·10㎏(윤소하)·1㎏(황주홍)으로 변경하는 법안들도 발의돼 있다.

대표 발의 의원 3명 ‘대안’ 합의
농해수위 문턱 넘을 가능성 커
농민단체 의견 조율 등은 남아


▲농어업회의소법=농어업회의소 설립 및 운영의 법적 근거를 담은 농어업회의소 제정법안도 주목된다.

2010년부터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농어업회의소(농업회의소)는 올해 7월 기준 29개소에서 설립을 완료했거나 추진 중으로, 갈수록 확대 추세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갖춰져 있지 않아 20대 국회 들어 김현권(2016년 8월), 이완영(2017년 11월), 손금주(2019년 1월) 의원이 각각 농어업회의소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여야 이견으로 관련 논의가 순조롭지 않으며 상당한 숙려기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다가 올해 1월 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한 3명 의원이 농어업회의소 대안(안)에 합의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들이 합의점을 찾은 대안(안)에는 △농어업·농어촌의 공익적 가치 제고를 목적에 삽입 △지역 농어업인의 10% 또는 1000명 이상의 농어업인이 참여해야만 시군 농어업회의소가 설립되도록 대표성 강화 △농어업정책에 대한 자문 등 최소한 고유기능 중심의 사업 정비로 다른 단체와의 기능 중복 문제 해소 △중앙정부를 제외하고, 지자체가 5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경비를 지원하도록 해 자율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상임위 차원의 여야 합의안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농해수위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농어업회의소 설립을 두고 농민 단체들 간, 농협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조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중앙회장 ‘직선제·연임’ 논의
농식품부는 반대 입장 밝혀 
김병원 회장 항소심 판결 변수


▲농협법=농협법 개정도 초미의 관심사다. 10년 만에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 변경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특히 내년 초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민감한 사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행 농협중앙회장 선출이 2009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연임제에서 4년 단임제로 변경됐는데, 이를 다시 뒤집는 ‘직선제·연임’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완영·김현권·황주홍·박완주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 농해수위 농협발전소위원회는 4월 개최한 ‘농협법’ 개정 관련 전문가 간담회에서 나온 전문가 의견 및 소위 활동내용을 정리한 보고서를 법안심사소위에 보고하기로 7월 소위에서 결정했다. 관련 논의가 9월 정기국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김병원 중앙회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8월 29일 예정돼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임 적용을 둘러싸고 김병원 회장이 해당될 수 있는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4월 전문가 간담회에서는 직선제 도입에 대해 민주적이고 투명한 조합 운영을 위해 찬성 입장을 주장한 전문가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 연임 문제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농식품부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도 농협법 개정에 대해 관심이 크다. 14일 농특위 관계자는 “위원회 내에 ‘좋은농협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한 상태다.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 문제는 농협의 민주적 운영과 관련된 의제인 만큼 해당 위원회에서도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며, 정기국회 기간에 관련 세미나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장도매인제 도입 등 골자
의견 대립 첨예, 진통 불가피


▲농안법=현행 경매제도의 단점을 보완하는 취지에서 시장도매인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은 농산물 유통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법안이다. 해당 법안은 7월 15일 박완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박 의원은 “30년 넘게 고착화된 도매시장의 유통구조를 거래투명성이 담보된 경쟁체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유통효율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도매인 확대는 이해관계자 간 의견 대립이 첨예한 데다 이를 우려하는 농민 단체들의 목소리도 꾸준히 나왔던 상황이다. 신중한 검토 또는 도입 반대 입장이 명확한 만큼 법안 심사 및 처리를 놓고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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