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산업진흥법 2년 만에 통과, 남은 과제는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찬성률 98.2%로 국회 통과
5년마다 종합계획 수립
품질 인증제도 도입키로

▶현장 요구는
수매가격·품질기준 정비
비축가격체계 마련 목소리
제빵·쿠키·면용 등 구분
품질관리 기준 세분화를


자급률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악화일로의 국산밀을 살릴 ‘밀산업 육성법안’이 법률안 발의 2년 만에 통과됐다. 밀산업육성법 제정은 급격히 위축돼 있던 국산밀업계의 숙원과제이기도 했기에 앞으로 국산밀산업 발전에 실효성이 더해질 전망이다.

다만 국산밀업계는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위한 비축사업, 소비확대를 위한 집단급식 우선구매, 품질 기준 마련을 통한 국산밀의 신뢰제고 등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법 제정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행정당국에 주문했다.

▲밀산업 육성법 통과=2017년 12월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대표 발의했던 ‘국산밀산업 육성법’ 이 WTO 협정(내국민대우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국산’이라는 용어를 제외한 ‘밀산업 육성법’으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수정 의결된 지 4개월 만에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밀산업 육성법엔 주관부처인 농식품부가 5년마다 밀산업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때 38%까지 달했던 국내 밀 자급률은 정부가 1984년 밀 수매를 중단하면서 0%로 떨어졌다. 이후 2010년 정부가 밀 자급률 제고를 위한 계획을 세우면서 국산 밀 생산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해 2011년엔 자급률 1.9%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밀산업 육성법은 찬성률 98.2%로 만장일치에 가까운 의결을 보였다. 이는 정책당국이 국산밀 육성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법률 제정으로 인해 정부는 5년마다 밀산업 발전 종합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국산밀 사용인증 제도 도입, 학교·군 급식 등 집단급식 우선구매 등 국산밀 산업 기반 조성과 더 나아가 국산밀 품질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하게 된다.

이와 함께 국산밀 사용 촉진과 소비자의 신뢰 제고라는 입법 취지를 살려 용도별 ‘국산밀 품질에 대한 인증제도’를 도입해 국산밀이 고품질로 인증받을 수 있는 세부 기준도 마련된다.

특히 국산밀업계가 지속해서 요구했던 ‘공공비축밀 제도의 도입’은 국산밀 생산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국산밀 소비 촉진을 통한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부터가 중요=국산밀업계는 밀산업 육성법 통과에 일제히 환영에 나섰다. 다만 실효성 있는 법률로 추진되기 위해선 시행 전 6개월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산밀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안정적인 밀 생산을 위한 ‘비축’과 소비확대를 위한 집단급식에서의 국산밀 ‘우선구매’다. 또한 국산밀업계는 학교·군 급식 등에서 국산밀을 우선구매하기 위해선 사전에 교육부, 국방부 등 관련부처 간의 합의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주관부처인 농식품부가 정부 부처 간의 ‘밀산업육성법 시행 준비위원회’를 구성해서 법 시행을 대비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시행령과 시행방안을 내놓길 바라고 있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은 “당장 다음 달부터 내년 밀 생산을 위한 파종계획에 들어가기 때문에 수급조절과 가격안정을 위한 비축사업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이미 관련 정책이 시행 중이지만 법률로 새롭게 명시된 이상 이를 위해 관련 부서들이 함께 모여 밀 재고 문제로 생산자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수매가격, 품질기준 정비 등을 위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안정적인 비축을 위해 가격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태완 우리밀농업협동조합 상무는“민간 수매업체들이 농가에서 산 가격은 40kg당 4만2000원이었지만 정부가 제시한 수매가는 3만9000원이었다.

또한 정부가 밀 수매 품질 기준도 굉장히 높게 잡아 3만5100원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수매가격 차이가 커 재고 소진에 부담이 가중됐다”라며 “향후 정부 수매 가격이 더 명확하고 세분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밀 품질관리를 위해서 용도별로 세분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부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태완 상무는 “국산밀의 품질 제고를 위해서 다목적용이라는 하나의 품질기준으로 국산밀을 관리하는 것이 아닌 제빵용과 쿠키용, 그리고 면용으로 분리하는 등 용도별로 전문화되고 세분된 품질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산밀산업협회 관계자는 “밀 자급률 제고를 위해선 중장기적인 목표 수립을 위한 5개년 계획 수립이 가장 중요하다”며 “파종이 시작될 10월 전엔 정부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영은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주무관은 “법 제정에 발맞춰 정부도 5개년 기본계획 수립과 국산밀 품질 관련 기준 마련 등 세부적인 시행령과 시행 규칙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며 “특히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올해 비축 관련해서도 파종 전 9월에는 세부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주현주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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