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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랭지채소 가격 줄폭락···“특단책 세우라”현장 속으로/강원 평창군 무밭 산지폐기 ‘시름’

[한국농어민신문 백종운 기자]

▲ 고랭지 무 소비부진과 가격하락이 겹치자 평창군 진부면 이웅재 씨 무 밭에서 산지폐기를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중하품은 출하비용도 안돼
진부농협, 5만7000㎡ 폐기
“정성껏 키운 농작물인데…”
경제적 손실에 스트레스까지
재배농민들 애간장

“해마다 가격 급등락 반복”
긴급대책 마련 목소리 고조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이웅재 씨 무밭 5200㎡에서 지난 6일 가격 폭락에 따른 임시대책으로 산지폐기 작업이 진행됐다. 진부농협이 5000만원의 긴급자금을 투입해 지역 무 생산면적 430만㎡ 중 5만7000㎡를 산지폐기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이 씨가 직접 예초기로 무 윗부분을 잘라내야 하지만 차마 자식처럼 키운 자신의 농작물을 제 손으로 잘라 죽이는 것은 못하겠다며 자리를 피해 친구가 작업을 대신했다.

친구 박 모씨는 “농업인의 가장 큰 보람은 정성껏 키운 농산물이 소비자 식탁에 올라 맛있게 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인데 스스로 갈아엎으면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충격으로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입어 고통에 시달린다”며 농가의 입장을 설명했다.

실제로 3년 전 산지폐기에 참여 했던 농업인 유모씨는 그 이후 자신도 모르게 심리적으로 불안한 증상을 보여 병원에 갔다가 정신적 외상을 입은 것을 알고 치료를 받았다.

8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무 경락가격을 보면 상품 20kg이 7000원 정도, 중하품은 4000원에서 500원까지 내려간다. 중하품은 출하비용도 안 되는 가격이다.

한국농업유통법인에 따르면 고랭지 무 1kg을 생산해 출하까지 686원의 생산비가 발생한다. 특히 유통비용으로 수확 및 상차 1142원, 골판지 상자 1000원, 운송비 1200원 등 3342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적어도 20kg 한 상자에 1만3000원은 받아야 된다는 것이다.

최근 몇 달 사이에 무·배추 가격 폭락에 따른 경영악화로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한 농업유통인 2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는 등 사회문제로 대두 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현장의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고 수급조절용 무 3000톤 중 우선적으로 1460톤을 3.3㎡당 1만2800원의 보상금을 지원하고 시장격리 했다. 특히 농가 및 농업유통인도 무 5540톤을 자율적으로 감축하기로 했으며, 고랭지배추도 상황에 따라 산지에서 자율폐기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8일 최흥식 한농연강원도연합회 회장은 고랭지채소 가격 폭락에 따른 긴급 성명서를 통해 “해 마다 반복되는 가격 급등락에 따른 농업인과 소비자들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덕교 강원도고랭지채소연합회장도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해 입장을 발표하며 “중국산 수입김치의 범람과 근원적인 소비부진 등 새로운 고랭지채소 산업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현길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장은 “수급조절이라는 비현실적인 정책으로 지난해부터 생산비도 못 건지는 가격이 지속되면서 농업인과 농업유통인들이 생존권을 위협받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농협은 긴급한 대책을 마련하여 농산물 중심으로 지원과 산지폐기 등을 실시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백 회장은 “농업유통인들이 포전매매를 지난해보다 50% 정도 줄여서 농업인들의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 며 “현장에서 농업인과 농업유통인이 거래 계약을 하는 순간 모든 소유권과 관리책임이 유통인에게 넘어오는데 가뭄과 산지폐기 등 긴급한 정부의 지원대책은 농업인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주한 진부농협 조합장은 “정부의 대책이 늦어질수록 상품성이 떨어져 농산물 소비가 둔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그 피해는 농업인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수요예측 통계조사와 생산비보장을 기반으로 하는 계약재배의 확대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현장 농업인들은 “여행성수기에는 숙박과 항공 등 요금이 30% 이상 상승하는 것처럼 여름 한 철 채소가격이 조금 오르는 것은 정상인데, 수급조절을 명분으로 시장을 교란시키는 정부의 대책과 일부 언론의 호들갑이 이 가장 큰 문제다”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생각하는 균형 잡힌 시선으로 문제해결에 접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평창=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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