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미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과장

지역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때
지속가능한 농업 가능
한사람 한사람의 삶에 관심을


한 라디오 방송에서 “나이 80이신 엄마가 마을에서 글공부를 합니다. 전화할 때마다 공부가 즐겁다는 엄마. 나중에 손 편지 써주겠다는 엄마가 자랑스럽습니다.”라는 사연이 소개됐다. 5G 핸드폰에, SNS로 통하는 요즈음이지만,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 중 비문해 인구는 약 311만명(7.2%), 20세 이상 성인 중 중학교 미만 인구는 517만명 (13.1%)(교육부, 2019)이다. 비문해란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수준(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을 말한다. 비문해 인구비율은 농산어촌이 16.2%로 대도시(서울·광역시 5.7%, 중소도시 7.2%)보다 3배 높으며, 60대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읽고, 쓰고, 셈하기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가장 기초 능력으로, 사회적 신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물론 국가 경쟁력 향상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OECD, 2012). 농촌사회에서도 성인이 적응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보로서 전체의 58%를 설명한다(김경미, 1989). 또 지식과 기술의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정보의 독점이 부의 독점으로 이어져 불균형한 사회문제(World Bank, 1998)의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인터넷 기반 플랫폼 회사들의 가치가 높아지고 ‘플랫폼 자본주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현대와 같은 정보화시대에도 정보에 대한 판별, 신뢰, 활용에 대한 개인 역량이 곧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자본이다.

농업은 이미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어, 고령농업인은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18년 농가경영주 102만명 중 60세 이상은 78만명으로 76.1%이며, 2010년(60.9%)보다 약 4만여 명이 늘었다. 농지 소유자 중 60세 이상이 2010년 61.2%에서 2018년 63.2%로 증가해 나이가 들어도 계속 농업에 종사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2010년 70세 이상 농가가 2015년 75세 이상에 진입하면서 농지 소유율이 약 21% 감소했으며, 2018년에는 10%가 더 감소, 총 31% 정도 줄었다. 규모별로는 0.5㏊ 이상에서 급격히 감소하고 0.2ha 미만은 다소 증가하는 것으로 볼 때 넓은 농지는 매각하고 텃밭 정도를 가꾸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경지면적과 생산량 저하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지속가능한 농촌사회문제 해결에 과학기술은 과연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농업부문도 급속하게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작물의 생육과 환경을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팜은 그 대표적인 모습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일반 농가에 비해 스마트팜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경우 수량이 44.6%가 증가하고 소득이 13.2%가 늘어난다고 한다. 딸기는 소득이 21.5%가 증가되며 일반 농가에서 재배한 경우보다 단단해 품질도 좋아지고 유통에도 유리하다. 바로 앞의 질문에 대한 해답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엄청난 변화와 불확실성이 굳어지는 환경에 놓여 있고 특히 인구변화가 그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부터는 인구감소, 과학기술 발전, 개인주의가 서로 얽히는 화학작용을 거쳐 수축사회로 향하고 있다(홍성국, 2019). 이런 수축사회에서는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등장한다. 그 속에서 개인이 어떤 가치와 철학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사회의 발전에 대한 패러다임도 그런 관점에서 논의돼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생산성 중심의 발전 논의에서 지역사회 존재로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대한 관심이 필요할 때다.

현재 9개도 중 지역내 총생산액 5위인 전남은 많은 지역이 소멸위험에 진입하고, 고령인구 비율과 노령화 지수 역시 높다. 그런데 삶의 만족도도 가장 높다(통계청, 2019). 고령화 비율이 높은 전남이 삶의 만족도가 높은 지역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속가능한 농업은 지역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때 가능할 것이다. 사람이 건강해야 농업이, 농촌사회가, 지역이, 나라가 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거대한 담론에 앞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소중하게 들여다보는 것으로부터 지속가능한 농업, 농촌사회의 출발점으로 삼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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