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해당임원, 소문 발원지 손수 찾아
‘무거운 징계’ 주문…인사위 예정
“악성루머 피해자” 시선 반면
“직위 이용해 중징계 요구" 도마


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조직에 몸담고 있는 직원들은 본인이 소속한 조직의 임직원들에 대한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퇴근 후 자리에서도 고위직들은 직원들의 뒷담화의 단골메뉴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조직을 이끄는 고위직 인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직원들의 중요한 관심사라는 뜻이다. 특히 사람을 둘러싼 소문(루머)은 입에서 입을 타고 순식간에 퍼진다. 오죽하면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던가.

최근 농협중앙회에서도 고위 임원을 둘러싼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해당 임원의 개인적 신변에 대한 소문이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돌았고, 그에 대한 얘기가 그 임원의 귀로도 들어간 것이다. 심기가 불편해진 해당 임원은 손수 자신의 소문을 언급한 직원들을 추적했다고 한다. 또한 소문을 돌린 직원들에 대한 ‘무거운 징계’도 주문했다는 것이다. 이는 농협중앙회 준법지원부에 접수돼 조사가 진행됐다. 이 같은 소문에 대해 농협중앙회를 취재한 결과 실제 최근 벌어진 내부 사건이었고, 현재 일부 직원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예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중앙회 준법지원부 관계자는 “임원에 대한 루머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사실을 왜곡해 말을 돌린 직원에 대한 징계가 검토되고 있다”며 “다만 처음에는 중징계 검토가 있었으나 징계수위를 낮추는 방향으로 다뤄지고 있고 해당 사안은 인사위원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문을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닌 말이 와전된 것으로 이번 사건은 루머의 폐해를 보여준 사례”라며 “해당 임원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로 봐야 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건에 휘말린 직원들에게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말실수를 한 것 자체가 잘못이긴 하지만 고위직 지위를 이용해 ‘중징계’를 요구할 정도의 사안이냐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을 빗대 농협중앙회 내부 ‘힘의 논리’를 평가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농협중앙회 조직 체계의 업무분장을 들여다보면 인사와 기획, 준법감시(내부 비리조사) 등이 한곳에 집중돼 있다. 자칫 고위직에서 앙심을 품으면 ‘인사와 징계’를 악용해 편향적으로 조직을 이끌 수도 있다는 것. 따라서 인사권이야 최고 책임자의 권한이라고 하지만 내부 감찰기능은 분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제언이 나온다.

이에 대해 협동조합 개혁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농협중앙회는 농민의 조직이고 협동조합인데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관료적이라는 평가가 지속돼 왔다”며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 체계에 대해 지속적인 감시와 고위직들의 전횡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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