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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돈이 떠난 자리

[한국농어민신문]

꽃 지고 잎 떠난 자리에 다시 망울들이 맺혀 있다. 향기 나눔을 준비하고 있는 꽃망울과 생명 나눔을 겨우내 꿈꾸었을 잎망울을 보면 새삼 오고 가는 것이 흐뭇하다. 꽃 가면 씨 오고, 씨 가면 싹 오는 자연의 흐름이 주위에서 무엇이 떠나가는 슬픔이 아님을 깨우쳐 준다. 떠나면 무엇인가 그 자리를 메워준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가면 여름, 가을이 온다.

결국 빈 자리는 없는 것이다. 비어 있다는 착각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은 비어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경제가 어렵고 개개인의 호주머니가 텅 비어 있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비어 있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돈이나 물질이 떠난 자리를 채우고 있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해서 힘들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돈 만큼의 무게와 가치를 지닌 그 무엇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괴로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돈에게 절대 권력을 부여해 왔다.

돈이 떠난 자리는 그냥 빈자리가 아니다. 되돌아보면 돈이 부끄러워할 귀한 것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가족에 대한 사랑, 친구와의 우정, 이웃과의 나눔, 타인에게 배려. 이런 보배들이 돈이 떠난 다음 새삼스레 큰 빚으로 가슴에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려움이 진실을 드러나게 한다. 진실은 평안함에 다름 아니다.

‘난세야 말로 호시절’이라는 어느 학자의 말처럼 난세는 자신과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호시절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일은 돈이 떠난 자리를 오로지 돈으로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꽃이 떠난 자리에 바로 꽃이 맺히지 않는다. 꽃하고는 완전히 다른 열매가 맺힌다.

돈이 떠난 자리에 맺혀 있는 사랑, 우정, 나눔, 배려. 이런 열매들을 제대로 수확해서 세상 속에 씨 뿌렸을 때 봄이 되면 다시 꽃이 피듯 돈은 반드시 그 자리에 와 있을 것이다.

김용광/전 함안축협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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