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이달 들어 고랭지무가 본격 출하되는 가운데 저장봄무도 많아 여름철에도 무 시세는 약세가 예고되고 있다. 사진은 수확 직전의 고랭지무 모습.

지난해 11월 이후 바닥세
20kg 7000원 내외로
평년가격대비 ‘반토막’

산지유통인 자금력 바닥
극단적 선택 이어지고
재배농가 어려움도 가중

정부 대책은 설 이후 실종 
수급조절매뉴얼 작동 안돼
“뒷북 대응 고질병” 지적


유례없이 장기화하고 있는 무 가격 바닥세로 무 생산·유통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관련 무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지만, 시점이 늦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6일 서울 가락시장에서의 무 20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6942원, 5일엔 7599원으로 최근 7000원 내외의 무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기록적인 폭염 등으로 시세가 높았던 지난해 8월의 2만4400원은 물론 1만4900원이었던 평년 8월의 반 토막밖에 되지 않는 기록적인 약세가 형성돼 있다.

무 가격 하락세는 김장철인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해 해를 넘겨 8월 초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개월간 무 시세가 그 전년과 평년 시세를 웃돈 달이 단 한 달도 없었고, 8~9월 출하량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사상 초유의 뭇값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 11월~익년 8월 기준, 최근 10년간 무 도매가격이 평년 대비 매월 약세를 보인 해는 이번 이외엔 없었다.

장기화하고 있는 뭇값 하락엔 여러 요인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김장철 이후 최근까지 무 재배면적이 증가한 가운데 작황까지 좋아 생산량이 크게 증가한 반면, 소비 부진이 겹치며 출하 못한 저장무가 넘쳐나고 있다. 여기에 햇무 생산까지 맞물려 출하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7월 31일 기준 출하 대기 중인 노지봄무 저장량(남은 물량)은 지난해보다 46.6%, 평년보단 147.3% 늘어난 4748톤에 이른다.

무 가격 약세가 장기화하며 산지와 시장에선 무 산업 근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 생산·유통 주체인 산지유통인들의 자금력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지난해 말 이후 계속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산지유통인들의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산지유통인들이 무너지며, 마늘이나 양파 등 타 품목처럼 무를 전문으로 취급하거나 수매하는 농협이 드문 무 산업 구조 상 무 재배 농가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이 속에 정부 대책이 뒤늦지 않았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무 가격 하락세가 1년 가까이 이어졌지만 무 대책은 설 대목을 앞둔 올 1월 말 이후 종적을 감췄다. 정부의 수급조절 매뉴얼 상 7월 가격이 ‘하락심각’보다 낮은 가격대, 6월 가격이 ‘하락심각’과 ‘하락경계’ 사이 가격대를 형성하는 등 바닥세가 이어졌지만 수급조절매뉴얼대로 정부 대책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해 김장철에도 정부의 뒷북 대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무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는 작목을 전환할 품목도 딱히 없고, 마늘이나 양파처럼 농협이 수매해주는 구조도 아니다”라며 “유례없는 가격 폭락 속에 농가와 산지유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이후 1년도 안 됐는데 벌써 4명의 산지유통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적어도 수급조절매뉴얼대로의 대책은 나와야 하는데 정부 대책은 항상 한 박자 이상 늦는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산지 농가와 유통인들의 요구사항을 알고 있고 현재(5일 오후) 이를 바탕으로 대책에 대한 막바지 검토를 하고 있다. 바로 무 대책이 나올 것”이라며 “무가 현재 가장 약세고 수급에도 문제가 있어 무를 중심으로 채소 수급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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