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WTO 개도국 지위 잃을 땐 쌀시장 ‘직격탄’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수입관세율 513→154%로 뚝
국내 소비량 4% TRQ 적용 수입
수입쌀 시장잠식 본격화 우려

미국·중국 시장공략 강화에
일, 고품질 기반 관련정책 강화
가격경쟁력 취약 보완 본격화
휴경농지 수출기지 육성 등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도국 지위 발언의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본 등 자포니카 계통의 쌀을 재배하고 해외 수출을 적극 추진하는 나라들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향후 개도국 지위에서 박탈될 경우 쌀 수입관세율 하향 조정은 물론 의무수입물량 등 쌀 산업 안정장치가 더욱 약화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농업부문 개도국 지위로 의무수입물량 40만9000톤 이외의 수입물량에 대한 수입관세율 513%가 사실상 확정됐다. 이 관세율을 적용하면 일반 수입쌀 판매가격이 국내산보다 매우 높아져 밥쌀용 수입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벗고 선진국 대우를 받게 될 경우를 가정해보면 안심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WTO 차기 협상이 언제 진행될지 불투명하지만 쌀을 일반품목으로 분류할 경우 수입관세율이 최저 154%로 대폭 떨어진다. 물론 이 관세율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민감 품목으로 하면 그나마 393%를 부과할 수 있지만 국내소비량의 4%에 해당하는 물량을 저율관세율(TRQ)로 적용해 수입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가 박탈되면 어떤 조건으로 협상하든 간에 밥쌀용 수입쌀의 우리나라 소비시장 진입이 본격화될 우려가 높다.

김경미 농식품부 농업통상과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도국 지위 관련 발언에 이어 미국이 양자 협상을 통해 압박하는 방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며 “농식품부 내부에 TF를 구성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우리나라 쌀 품종인 자포니카 계통의 쌀을 재배하면서 해외로 쌀을 수출하는 나라들을 주목해야 하는 상황. 미국, 중국, 일본, 이집트 등으로 이미 미국과 중국은 우리나라에 쌀을 수출하고 있어 향후 쌀 수입장벽이 낮아지면 보다 폭넓은 시장공략을 전개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일본을 주목해야 한다고 양곡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일본산 쌀의 수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쌀 시장 문턱이 낮아지면 바로 공략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양국 간 정치·경제적 마찰이 해소되고, 향후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경우를 내다봐야 하는 상황. 최근 일본은 ‘고품질’을 기반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쌀수출도 확대하는 방향으로 쌀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이미 지난 2017년 ‘쌀 해외시장 확대전략’ 정책을 시행하며 해외 일식당 등을 중심으로 쌀 수출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본 쌀 정책과 관련 “2018년부터 정부 주도의 쌀 생산조정정책을 민간 자율적으로 전환했다”며 “특히 일본은 자국산쌀 가격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쌀 재배농가 규모화 추진, 농지임대 활성화, 논기반 정비 등에 대한 정책을 대폭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농지중간관리기구를 대폭 강화해 수도작 후계농업인의 규모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일본에서는 휴경농지 등을 쌀 수출 생산기지로 육성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농업 관련 기업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양곡 관련 한 전문가에 따르면 일본의 한 농기업 관계자가 지난해 방문했을 당시 휴경농지와 방치된 논 등을 활용해 쌀 생산비를 낮춰 수출을 확대하는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있고 이는 정부의 정책사업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은 최근 수년전부터 공격적인 쌀정책으로 선회하고, 자국내 수입쌀 대응은 물론 해외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쌀 유통현장은 물론 쌀 마케팅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일본 품종인 고시히까리가 고품질 입지를 굳혔고, 최근 일본 사태에도 불구하고 고시히까리 쌀 브랜드의 판매량이 크게 줄지 않고 있다”며 “일본산 쌀이 현재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추면 빠르게 시장을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편 쌀 시장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쌀 수출은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쌀 수출실적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수출물량은 2016년 2371톤, 2017년 2100톤, 2018년 2031톤 등에 그쳤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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