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닭고기 자조금은 닭고기 소비 촉진과 수급 조절 등 육계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존속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지난 7월 17일부터 21일까지 대구에서 열린 대구치맥페스티벌에서 닭고기 홍보 부스를 찾은 관람객이 시식용 닭고기를 받아가고 있다.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폐지보다 지속” 공감대 여전…양계-육계협회 대승적 협력을

전체 자조금 조성액 97% 
육계계열업체·소속농가가 납부
‘걷는 사람 따로 쓰는 사람 따로’
양계협회 향한 불만 고조
관리위원 구성 등 갈등 불씨로

자조금사업 체감도 낮아
농가 참여의지 약화도 문제 

수급조절·소비촉진 효과 주목
“눈 앞에 이익보다 상생 모색
운용방안 함께 고민을” 목소리


닭고기 의무자조금을 납부하는 대상자의 1/2 이상이 의무자조금 폐지를 요청하는 의견을 닭고기자조금 대의원회 의장에게 제출하면서 닭고기 의무자조금이 존폐기로에 섰다. 2004년 의무자조금 제도가 첫 시행된 이후 사상 첫 의무자조금 폐지라는 오명을 남기는 것은 물론 다른 축산자조금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자조금 위기, 양계협회-육계협회 힘겨루기로 초래?=닭고기 자조금이 폐지 위기를 맞은 근본적인 원인은 양계협회와 육계협회 간 힘겨루기에서 시작한다. 양측의 갈등은 의무자조금 사업이 본격화 된 이후 ‘자조금을 걷는 사람 따로, 쓰는 사람 따로’라는 인식 차이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육계계열업체들과 소속 농가들이 납부하는 자조금 액수는 전체 자조금의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 육계계열업체와 농가들이 자조금 납부에 참여했던 2016년을 기준으로 토종닭농가(1.41%)와 종계농가(1.03%), 일반 육계사육농가(0.28%)의 납부 비중은 3%도 되지 않는다. 전체 자조금 조성액의 약 97%가 육계계열업체와 소속 농가들이 납부하고 있다.

육계계열업체 소속 농가들의 모임인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성명서에서 자조금 집행과정에서 축산단체별 납부기여도에 따라 자조금 예산이 적정 배분해달라는 요구한 것도 이 같은 자조금 납부현황이 반영된 결과다. 대부분의 돈을 육계계열업체와 소속 농가들이 조성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원하는 사업을 충분히 집행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양계협회가 자조금 거출률을 높이려는 노력 없이 자조금을 사용하기만 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매년 예산 편성을 두고 단체 간 합의가 지연돼 농식품부 예산 승인이 예정 보다 늦게 진행된 적도 적잖다.

또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회는 대의원 및 관리위원 수를 축산단체별 거출금 분담률에 따라 배분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달라는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의 요구도 양측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조금 납부비중이 적은 양계협회와 토종닭협회의 힘을 줄이고 육계계열업체와 소속 농가들의 요구대로 자조금 사업을 이끌어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조금 구성을 살펴보면 관리위원장을 포함한 관리위원 중 생산자 대표들, 대의원 중 상당수가 양계협회 소속인 점도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 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양계협회와 육계협회의 힘겨루기에 자조금 사업은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렀다.

▲육계농가들 폐지 찬성을 두고 엇갈린 해석=육계자조금을 납부하는 4790 농가 중 2410 농가가 자조금 폐지에 찬성 입장을 표명한 것을 두고 엇갈린 해석이 나왔다. 우선 육계계열업체 사육소장들이 소속 농가들의 서명을 직접 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속 회사에서 나온 소장 앞에서 농가들이 “개인 의견을 제대로 표명할 수 있었겠느냐”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육계계열업체에 소속된 한 농가는 “농가협의회 임원과 계열업체 사육소장들이 주도해서 서명을 진행했다. 나는 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당수 농가들은 그들이 서명을 요구하면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반면, 육계의 경우 계열화사업이 95%에 이른다. 즉, 육계계열업체 소속 농가들은 닭고기 가격과 상관없이 사육수수료를 받는 구조인 것이다. 결국 자조금 사업을 통해 소비 확대 및 매출 증대가 이뤄져도 농가들의 직접적인 체감이 낮다는 점이 농가들의 자조금 참여 의지를 약화시켜왔고 이번 서명에 적극 동참했다는 해석도 있다. 육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가들은 닭만 잘 키워서 업체들로부터 수수료만 받으면 된다는 인식이 있다. 자조금 사업의 수혜자라는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것”이라며 “사육비에서 2원씩 떼어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자조금 시행 초기부터 나왔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대로 관리·감독했나=농협 목우촌을 제외하면 육계계열업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자조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고 있다. 상당수의 육계농가들도 자조금 납부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결국 닭고기 자조금 거출률은 지난해 25.2%, 올 상반기 11.5%에 그칠 만큼 파행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 제31조(지도·감독)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축산단체 등에 대해 감독상 필요한 명령과 조치를 할 수 있다. 또 제35조(과태료)에는 가축을 도축하거나 도축용으로 판매한 날 또는 축산물을 판매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의무거출금을 납부하지 아니한 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명시돼있다. 관리·감독기관인 농식품부가 자조금을 납부하지 않는 대상자에게 과태료 부과 또는 납부 독려 등의 조치를 시행해 정상화시켰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축산정책국 관계자는 “과태료 부과 등이 가능해 지자체 방문하고 공문도 발송했지만 (자조금 미납자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되지 않았겠느냐”며 “단체 간 갈등을 해결하고 거출률도 높이기 위해 계열업체도 방문하고 단체장들과 논의도 해왔지만 이렇게 된 부분은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결책은 없나=갈등의 골은 깊다. 그리고 농가 서명에 대한 확인 절차 후 전체 대상자의 1/2이 서명한 것으로 결론나면 농가들이 서명을 제출한 날부터 의무자조금이 폐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계업계는 자조금을 통한 수급 조절과 소비 촉진 등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는 만큼 닭고기 의무자조금은 폐지가 아닌 지속돼야 한다는 공감대는 여전하다.

다만,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부분은 축산단체 간의 갈등 해소다. 축산 자조금은 축산물의 안전성을 제고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등 축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축산업자가 납부하는 금액을 주요 재원으로 해 조성·운용되는 자금이다. 조성된 자금은 축산물 소비촉진 홍보, 축산업자·소비자·수납기관에 대한 교육 및 정보제공, 축산물의 자율적 수급 안정, 유통구조 개선 및 수출활성화 사업, 조사 및 연구 등에 활용된다. 닭고기 자조금도 마찬가지. 닭고기 산업을 위해 조성된 만큼 양 협회가 갈등 국면을 접고 산업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이다. 육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조금의 태생이 소비 활성화 등 산업 발전이 목적”이라며 “네 돈, 내 돈 따지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자조금 운용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상길 대의원회 의장은 “양계협회, 육계협회가 중요하지 않다. 협회마다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농가들은 구분 하지 않는다. 양 단체의 설립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항상 부딪칠 수밖에 없다. 양측의 회장들이 만나서 절충하고 서로 맞춰가야 한다. 눈앞의 이익만 보지 말고 양측의 갭을 줄여서 상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렵게 조성된 자조금을 폐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계란자조금도 거출난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농가 경영악화에 지지부진

지난해 거출률 27.6% 
농가 사정 좋지 않은 탓
납부 거부와는 달라
정부 지원 등 뒷받침돼야


닭고기자조금과 같이 계란자조금도 거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계란자조금 거출률은 27.6%로 2017년 73.9%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가격 하락으로 농가의 경영여건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올해도 농가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거출률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올해 1월 1일부터 계란자조금 거출방식이 변경된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 하고 있다.

계란자조금은 지난해까지 주로 도계 시 산란성계 도계비용에서 자조금 명목으로 80원씩을 차감해 납부하고, 도계장에서 받지 못한 부분만 농가에서 직접 거출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도계장의 지연 납부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지면서 올해부터 농가에서 100% 자조금을 직접 거출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농가의 협조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자조금 납부를 미루는 농가들이 많아 올해는 지난 5월까지 2억406만6864원의 자조금을 거출하는데 그쳤다. 이는 올해 목표액인 29억3500만원의 7%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계란자조금의 낮은 거출률과 닭고기 자조금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분명한 온도차가 있다는 게 계란자조금 사무국의 판단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농가 사정이 좋지 않아 자조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것일 뿐 자조금 납부 의지가 없거나 자조금 사업 및 역할에 대한 불만이 있어 납부를 거부하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김종준 계란자조금 사무국장은 “단순하게 거출률 만으로 농가들의 자조금에 대한 필요성 인식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라며 “올해는 아직까지 거출률이 낮은 수준이지만 미납 후 한꺼번에 납부하는 농가도 속속 나오는 등 여건이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준 사무국장은 그러면서 거출률 향상을 위해서는 자조금 납부에 대한 농가들의 의무감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 및 생산자 단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종준 국장은 “농가들이 계란산업 보호 및 계란 소비촉진을 위한 자조금의 역할과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농가의 자조금 납부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생산자단체, 정부 등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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