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농지법을 흔드나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상>18·19·20대 국회, 농지법 개정 움직임은
<하>농지법 개정안 주요 내용은(20대 국회를 중심으로) 
 


올 7월 1일부터 농업진흥지역 내 염해농지(간척지)에 태양광 설비 설치가 허용됐다. 지난해 12월 해당 내용을 담은 농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세부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태양광 설비 설치를 위해 농지 이용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만 6건 등장했다. 모두 국회의원 발의다.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을 추진하는 정부와 호응하면서 농업 생산성이 떨어져 농사를 짓기 어려운 곳이라는 이유로 염해농지는 손쉽게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대상에 추가됐다. ‘일시사용허가’라는 말과 달리 태양광 설비는 갱신을 거쳐 최장 20년 동안 염해농지에 머물 수 있다. 효율과 개발, 농가소득 제고라는 명분 앞에 농지는 사라지고 소유 및 이용규제 역시 점점 헐거워지고 있다. 농지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20대 국회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발의 및 처리 현황은

7월 말 현재 34건 발의
1994년 이후 가장 많아
농지소유·이용규제 완화 56%
소유·이용규제 강화는 8건


▲발의 현황은=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20대 국회에는 총 34건의 농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1994년 12월, 14대 국회에서 농지법이 제정된 이후 가장 많은 개정안이 쏟아졌다. 역대 국회의 개정안 발의 현황은 14대(1992~1996년) 2건(제정법 포함), 15대(1996~2000년) 4건, 16대(2000~2004년) 4건, 17대(2004~2008년) 14건, 18대(2008~2012년) 28건, 19대(2012~2016년) 28건이다. 20대 국회 임기가 2020년 5월까지 남아 있어 개정안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처리 현황은=전체 34건의 개정안 중 2건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2건 모두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대안으로, 의원발의 개정안 8건이 병합 심사를 통해 대안 반영됐다. 대안반영 폐기된 법안건수까지 포함하면 법 개정 목표를 달성한 개정안은 10건으로, 가결률은 29% 수준이다. 나머지 24건 개정안은 계류(71%) 중이다.

▲특징은=농지 소유 및 이용 규제를 완화하는 취지의 법안이 19건 발의됐다. 전체 34건 중 절반 이상인 56% 수준이다. 경자유전의 원칙 강화 차원에서 소유·이용 규제를 강화한 법안은 8건으로, 전체의 24%에 그쳤다. 완화 취지의 개정안이 2배 이상 많았다. 나머지 7건(20%)은 명칭 및 용어 변경 3건, 완화 조치와 강화 조치를 동시에 담은 ‘병행’ 1건 등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태양광 설비 확대 요구 증가 
‘재생에너지 3020계획’ 호응
새만금 인접지역 의원 손 거쳐
‘일시사용허가’ 말과 달리
염해농지 사용 20년 동안 가능


▲농업진흥지역에 입성한 태양광=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농지법 개정안의 핵심 키워드를 꼽는다면 태양광(태양에너지)이다. 관련 내용을 담은 농지법 개정안은 김종회·박정(2건)·장병완·정운천·권칠승 등 총 6건이나 발의됐다. 총 34건 개정안 중 18%에 달한다. 이 가운데 농업진흥지역 안 농업진흥구역에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를 허용해 달라는 취지의 개정안은 5건이다. 태양광 발전 설비, 영농형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등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해당 개정안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에 호응한 것으로, 대규모 간척지가 집단 조성되는 새만금간척지와 인접한 지역 국회의원들의 손을 거쳐 개정안이 발의됐다. 법안 발의자인 김종회(전북 김제부안)·장병완(광주 동구남구갑)·정운천(전북 전주을) 등의 지역구가 전남·북이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병합 심사 과정에서 일정 수준 이상 염도로 인해 농업생산성이 낮은 간척농지에 대해 농지 복구를 조건으로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대상에 염해농지를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마련했고, 2018년 12월 7일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허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농지의 이용규제 역시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대상에 예외 조항을 포함시키는 ‘누더기 개정’이라는 지적을 낳는다. 또한 ‘일시사용허가’라는 말과 달리 일시사용기간이 만료되면 추가 갱신을 통해 농업진흥지역 내 염해농지를 최장 2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줬다. 법 하위법령인 행정규칙에서는 태양에너지 발전 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이들을 농업인은 물론 인근 지역주민, 법인 또는 조합 등으로 정해 비농업인의 농지 이용도 가능해졌다. 이는 태양광 설치에 대해 비농업인의 ‘자본 투자’를 용인해 준 셈이다.

이번 법 개정은 개발 ‘호재’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효과를 기대한 국회의원들과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은 합작품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2016년 기준 발전량의 7%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 중이다. 농촌지역의 경우 염해간척지, 농업진흥지역 밖 농지에 태양광 설치를 활성화해 2030년까지 10GW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비농업인 소유 허용 각양각색
‘종중 소유 허용’ 개정안은
18대부터 10건 발의 ‘재탕삼탕’
주말농장 허용규모 3배 확대
농업법인·사회적 협동조합 등 
규제프리존 농지소유 도와


▲종중, 전통사찰, 주말농장, 사회적 협동조합 등 ‘각양각색’=비농업인의 농지 소유·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이 우후죽순으로 발의된 상황이다. 종중을 비롯해 전통사찰, 주말농장, 사회적 협동조합 등까지 허용 대상도 ‘각양각색’이다.

‘종중 명의의 농지 소유 허용’ 개정안(박완수·이개호·주승용·주호영 등 4건)이 가장 많았다. 해당 개정안은 18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무려 10건이나 발의된 대표적인 ‘재탕·삼탕’ 법안이다. 이전까지 발의된 6건 개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전통사찰 명의의 농지 소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주호영)도 18대 국회(강창일)에 이어 또 발의됐다.

비농업인의 주말농장 농지 소유 규모를 현행 1000㎡에서 300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개정안(이완영)도 발의됐다. 2002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농지법 개정에 따라 비농업인의 주말농장용 농지 소유가 허용됐다. 당시 주5일 근무제 확산에 따른 주말·체험영농 수요 증가에 부응한다는 이유로, 세대별 1000㎡(300평) 미만의 농지를 소유 가능하도록 했는데, 해당 개정안은 이 규모를 3배 확대하는 내용이다.

농업과 관련해 지역전략산업 육성 차원에서 지정한 규제프리존 내 농지 소유를 허용할 수 있도록 농업회사법인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학재), 농업 관련 사회적 협동조합을 농업법인의 범위에 추가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개정안(김한정)도 모두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허용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공익성 내세워 ‘눈가리고 아웅’
말산업특구 내 농업진흥구역
농어촌형 승마시설 설치
우량농지 훼손 등 살펴봐야
종교·사회복지시설 불법전용
임시특례조치로 허용 추진도 


▲개발·편의·공익성 등 명분 앞세워 이용규제 완화 추진=개발과 효율, 공익성 명분으로 농지 이용규제를 완화하려는 법 개정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20대 국회 들어 가장 먼저 나온 농지법 개정안은 말 산업특구로 지정된 지역에 위치한 농업진흥구역에서 예외적으로 농어촌형 승마시설을 설치하도록 허용하는 취지(이만희)다. 말 산업 특구에 한정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규제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말 산업특구는 2016년 현재 제주특구, 경북특구(구미·영천·상주·군위·의성), 경기특구(용인·화성·이천) 등 총 3곳이 지정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우량농지 훼손 및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농지를 종교·사회복지용 시설 등 공익적 성격을 갖는 용도로 불법 전용한 경우 임시특례조치를 통해 이를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이원욱)도 눈에 띠는 부분이다.

타용도 일시사용신고제도 도입도 20대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이뤄졌다. 현행법상 농지를 농업생산 및 농지개량 이외의 목적으로 일시 사용하려는 경우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를 받거나 전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썰매장이나 마을축제장 등 농지를 단기간 이용하는 경우 민원인의 행정편의를 제고하기 위한 차원에서 ‘허가’가 아니라 ‘신고’만으로 가능하도록 이용규제가 완화됐다.
 


#농지 소유·이용규제 강화는 일부
김현권 의원, 상속·이농자 소유기간 제한 골자 발의 

다른 현안 밀려 논의조차 안돼
처벌강화 등 소극적 조치 그쳐

농지 소유·이용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일부(8건) 발의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기간을 제한하는 등 경자유전의 원칙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나와 농업계의 주목을 모았다.

김현권 의원은 비농업인 상속자와 이농자의 농지 소유 기간을 2년·4년 이내로 제한하고, 농지 임대차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 이상으로 확대하며, 농지임대차조정위원회를 농지임대차관리위원회로 개정을 통해 차임 제한 규정을 마련하는 개정안을 2017년 12월 27일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과 함께 26명의 의원이 발의에 동참했다.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대폭 강화하는 등 농지를 불로소득 목적으로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취지다.

김 의원은 “현행법령상 상속인 또는 8년 이상 농업경영에 종사했던 이농자는 1만 제곱미터(㎡)의 농지를 기간 제한 없이 소유할 수 있는데, 현재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는 전체 농지의 60%를 상회하고 있으며 특히 비농업 상속자가 늘어남에 따라 비농업인의 농지소유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개정안 발의 이후 2018년 2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정됐지만, 주요 농업 현안들에 밀려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며 현재까지 방치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현행 규정을 대폭 강화한 개정안 발의는 개별 국회의원 의지 여부에 따라 가능한 영역이지만, 개정 동력을 만들어 내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농지 소유·이용 규제를 강화하는 개정안 역시 농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처벌 및 제재 조치를 강화하는 소극적 조치가 많았다. 관련 규정을 하위법령에서 법률로 상향하도록 하는 것을 비롯해 농지개량 범위 위반 행위 처벌 강화, 원상복구 미이행 시 이행강제금 부과, 농지취득자격증명 부정 발급 행위 시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이 이에 해당됐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