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 임영식 고성군연승연힙회 회장이 거진항 앞 수산물공판장에서 수조에 담겨져 있는 문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수조를 채우고 있는 문어 대부분이 1kg가 안되는 것들이었다.

해수부 시행령 개정 밀어붙이기…“도대체 뭘 잡으라는 건가”

해양수산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금어기와 금지체장(체중) 기준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수산자원관리법 개정 시행령을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장 어업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상의 금어기와 금지체장 기준이 강화될 경우 당장 해당 품목의 어업인들을 중심으로 생계가 막막해질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현장의견 수렴도 없이 해수부가 일방적으로 기준 강화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차원에서도 해수부의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강화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현장 어업인들과 국회차원에서 제동을 걸고 나선 이양수 자유한국당(속초·고성·양양) 의원을 통해 ‘왜 해수부의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고 있는지, 대안은 없는지’를 알아봤다.


#임영식 고성군 연승연합회장

문어 70~80%가 0.4~1kg
금지 체중 1kg으로 높이면
오늘 잡은 문어 40마리 중
38마리는 방류하라는 것

금지체중 0.1kg 더 올리고
조업시간 제한·어구 축소 등
자원보호 연승어민이 앞장
이런 노력 몰라주니 답답


지난달 31일 강원도 고성 거진항 앞에서 만난 임영식 고성군 연승연합회장은 첫마디는 “앞바다에서 잡히는 문어 중 0.4kg에서 1kg사이인 것이 70~80%나 되는데 금지체중을 1kg으로 높이면 도대체 뭘 잡으라는 거냐?”는 것이었다.

새벽 4시에 조업을 나가 12시에 조업을 마치고 들어왔다는 그는 “오늘 잡은 문어가 40마리인데 전체 무게가 30kg 정도밖에 안된다. 1kg이 넘는 건 2마리밖에 없다”면서 “1kg으로 금지체중이 늘어나면 38마리는 다시 방류를 하란 말인데 뭘 먹고 살라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임 회장은 또 그간 문어 자원의 고갈을 방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추진해온 제도들도 소개했다. 그는 “현재 0.4kg으로 정해져 있는 문어의 금지체중도 관 기관에서 0.3kg으로 하자는 것을 어업인들이 자발적으로 0.1kg을 올려 0.4kg으로 해 왔고, 조업시간도 평일은 오후 1시까지 토요일은 조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한 척당 60~70개까지 쓰던 어구도 40개 이하로 줄이는 등 자체 노력을 해 왔다”면서 “누구보다 문어 자원의 고갈을 우려하는 게 바로 연승어업인들인데, 이런 어업인들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금지체중을 1kg으로 늘린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해수부가 지난 4월에 입법예고했던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안 상 문어의 금지체중이 0.4kg에서 1kg으로 늘어나게 된 이유’에 대한 임 회장의 이야기는 더욱 황당했다.

그는 “동해수산연구소가 400g정도의 문어를 잡아 양식을 했더니 3개월만에 1kg까지 크더라는 게 금지체중이 0.4kg에서 1kg으로 늘어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 알고 있다”면서 “가둬놓고 키우는 것과 자연 상태에서 크는 게 같을 것이라고 본 것도 황당하지만, 먹을 게 없어 제 다리를 뜯어먹다 잡히는 문어가 많다는 현장상황을 안다면 이런 식으로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 번은 해수부를 찾아갔고, 또 한 번은 해수부에서 현장에 내려와 간담회를 했었는데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었다”면서 “어업인들은 어업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시 금지체중 기준을 정하던지 강화된 시행령을 시행할 거면 생계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이렇다 할 답이 없었다. 9월에 다시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하겠다고 하는데, 또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임영식 회장은 “금어기, 금지체장(체중)이 강화되는 어종의 대부분이 동해안에서 잡히는 것들이라는 점에서 동해안 대부분 어업인들은 같은 입장이고, 공청회가 개최되면 반발이 클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현장 상황과 어업인들의 의견을 반영한 개선책이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하루아침에 소득 절반 감소…누가 찬성할 수 있겠나”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 문제제기 나선 이양수 의원

국산 수산물 줄어든 자리에
수입산 대체 대응방안도 없어

단순 ‘안잡으면 된다’ 방식 아닌
수산자원 상황 철저하게 분석
어민소득 보전 정책과 함께
수산자원관리계획 수립 마땅

-우선 국회가 상당기간 열리지 않으면서 농식품부·해수부 관련 법률안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웠던 상황임에도 어업인들의 입장에서 해당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셨는데?

“시행령이 입법예고 되면서 어민분들은 단순히 ‘이런 것들이 있다더라’는 식으로 말씀을 주셨다. 당시 어민들은 ‘설마 이렇게 까지 하겠나?’, ‘정부가 우리를 이렇게 버리겠나?’는 생각이셨다. 그런데 시행령을 꼼꼼히 살펴보니까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어민들 다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7월 15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 이전에도 ‘개인적으로, 자료를 통해서, 강원도 의원들과 해수부 장관과의 회의를 통해서 계속 이 문제를 제기했었다’고 하셨는데.

“시행령을 추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냐’라고 생각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6월 10일과 6월 11일에 걸쳐 양양 수협, 고성 수협에서 전체 어민 대표들이 모여서 간담회를 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실질적으로 어민분들은 전부 다 못 받아 드린다는 입장이었다.
오징어는 5월~7월이 주조업 시기인데 4월~6월을 금어기로 하면 1달밖에 조업을 하지 못한다. 문어는 가장 상품성 있는 게 400g~500g인데 1kg으로 금지체중을 강화하면 크는 기간 동안 문어를 잡지 말라는 얘기다. 가자미, 감성돔 등 현재 시행령 개정안에 담긴 모든 어종들이 비슷한 상황이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자기 소득이 절반 이상 씩 감소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 이걸 누가 찬성하겠나?
6월 18일에는 강원도국회의원협의회 정책 간담회를 열고 해수부 장관을 초청했고, 이 자리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은 객관적인 연구결과 없이 시행되는 졸속시행에 불과한 것을 지적했다. 해역별 특성과 업종별 포획방법이 다양함에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일관된 기준으로 적용하려는 것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무엇보다, 현재 시행령 개정을 위해선 반드시 선행 연구가 진행되어야 함을 강하게 요구했다.”

-15일 농해수위에서 문성혁 장관이 ‘날짜를 딱 정해서 얼토당토않은 안을 시행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기 했다. 이전 해수부의 입장은 어떠했고, 이유는 뭐라고 보는지?

“해수부의 입장은 확고했다. 처음부터 연구를 진행하고 그 이후에 시행할 것을 해수부에 요구했지만, 해수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어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해수부에서도 현장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시행령 개정에 대한 설명을 하는 간담회인지 어민들 의견을 듣는 자리인지 의문이다. 이게 해수부 자체가 너무 성과 내기에 급급한 업무처리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떤 문제가 있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다’는 단순한 메커니즘으로 쉽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만을 추진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이번 시행령 개정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생각이다. ‘수산자원이 고갈 되니까, 안잡으면 된다’는 초등학생도 할 만 한 생각으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다보니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 되지 않은 이런 시행령 개정안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본다.”

-금어기 확대, 그리고 금지체장(체중) 기준 강화가 불러올 여파로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는 것은 당연히 어업인들의 소득감소인데 실제 어업인들은 이 개정된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어민들이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해수부에 제출한 의견을 분석해 봤더니 제출한 총 127개 단체의 의견 중에서 개정안에 반대하는 즉, 현행 유지 의견은 약 48%였다. 기준 조정을 요구하는 일부반대 의견이 39.4%, 개정안을 찬성하는 의견이 12.6%였다. 개정안을 만들 때 어민들의 현장 수용성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어를 잡지 않는 어민들에게 문어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기도 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어민들은 결사항쟁을 각오하며 생존권 사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고, 저도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 하도록 요구하다보니 해수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더욱 철저하게 개정안을 만들겠다며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어민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되어 시행령이 개정돼야 할 것이다.”

-결국 ‘덜 잡게 한다’는 게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의 골자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품목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결국 국내산 수산물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이 자리를 수입수산물이 차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 결국 수입수산물이 국내산 수산물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우리 어민들은 또 한 번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피해들에 대해 객관적인 시뮬레이션과 분석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수부나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이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는지, 연구 자료를 요구해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어기·금지체장 정책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산자원 관리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다. 그런데, 그 나라들은 어떻게 시행하느냐 보면 금어기 기간 동안 어민들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정책과 함께 시행을 하고 있다. 중국 관둥성 둥관시, 일본, 유럽의 경우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세계 수산 강국에서는 금어기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어민들을 보호하고, 수산자원 고갈도 방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농지 보호를 위해서 휴경하는 농민들에게 휴경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왜 해수부는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향의 이런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금어기·금지체장을 강화해 수산자원을 관리하고자 한다면 어민 소득감소에 대한 완충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보조 정책을 같이 내놓아야 마땅하다고 본다.”

-앞으로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과 관련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한 말씀.

“해수부가 시행령 개정안 일정을 1월 1일로 계획했는데, 이를 반드시 철회하도록 할 것이다. 금어기·금지체장 정책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수산자원 관리의 일환으로 시행돼야할 정책이다. 그러나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행령을 개정할 경우에는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근거와 연구자료를 통해 엄격하고 신중하게 개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현재의 수산자원 상황을 분석해 그 근거를 바탕으로 수산자원관리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해수부가 해야 할 것들을 제시하고, 금어기·금지체장 시행과 함께 어민들의 소득을 보전해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이에 대한 동의와 이해를 구하고, 참여를 바탕으로 소득감소에 대한 보존 등의 방안을 함께 마련해 어민들의 피해는 최소화 하면서 수산자원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연착륙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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