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7월의 마지막 날, 지역의 두 공영농수산물도매시장에 상반된 풍경이 연출됐다.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 구리시 소재 지방도매시장인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선 개설자인 구리시 산하 구리농수산물공사와 도매시장법인이 공동으로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비슷한 시각 대전 유성에 위치한 중앙도매시장인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에선 시장의 불합리한 개선을 요구하는 100여명의 유통인들이 대전시청을 항의 방문했지만, 면담도 하지 못한 채 분통을 삭혀야 했다. 이 두 현장을 찾았다.
 

▲ 구리농수산물공사와 도매법인들이 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색 있는 사업계획을 알리고 있다.

◆개설자·유통인 합심 ‘구리시장’
“시장 특색 찾아 경쟁력 높이자” 구리농수산물공사-도매법인 한뜻

근교채소 연중 낮장거래
불법위탁거래 차단 등
네 개 분야 프로젝트 추진 


구리농수산물공사와 도매시장법인들은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 활성화’ 기자간담회에서 “구리시장만의 특색을 찾아 시장 경쟁력을 창출해내겠다”고 약속했다.

구리시장은 △근교채소류 거래 확대 △도매시장 기초질서 확립 △친환경농산물 전문매장 운영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추진 등 크게 네 개 분야에서 시장 특색을 찾아 나설 계획이다.

근교채소류 거래 확대를 위해 5일부터 연중 낮장 경매가 진행된다. 구리시장이 근교채소 산지와 지리적으로 인접하다는 점을 활용해 산지 출하자의 편의성을 도모하면서 채소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도매시장 기초질서 확립을 위해선 불법 위탁 거래 등의 지도 단속을 위한 상장지도반이 운영된다. 구리공사와 도매법인이 함께 단속반을 구성한다. 이는 도매시장의 기능을 정상화하고, 특히 정상 영업 중인 유통인 보호와 고객 편의 제공에 목적을 두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전문매장에도 공을 들일 방침이다. 이 역시 근교채소류 확대와 같이 팔당 등 인근에 친환경 산지가 많지만 판로가 제한적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운영 주체 등 추진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시장 숙원 사업인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은 투-트랙으로 추진한다. 단기적으론 불요불급한 시설 증개축 및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론 시장 이전 목표 설정과 추진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김성수 구리농수산물공사 사장은 “구리시장만의 특색을 만들어, 그런 특색을 통해 새로운 수요 창출을 해야겠다고 판단했다”며 “낮장과 친환경도매시장 등을 통해 구리시장만의 특색 있는 틈새 전략을 세우겠다. 다만 아직 시행 전인 사업도 많아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노출될 수도 있겠지만 농어민들이 많이 이용해 제값을 받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엔 인터넷청과 이동현 대표, 구리청과 최선호 대표, 농협구리공판장 정창윤 대표 등 도매시장법인 대표도 참석해 시장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최선호 구리청과 대표는 “사업을 하다 보면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시도해보지 않으면 시장 활성화는 요원해진다”며 “사과 등 주요 품목을 봐도 연중 시세를 보면 구리시장이 다른 시장에 뒤지지 않는다. 구리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구리공사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노은시장 유통인들이 대전시청을 항의 방문했지만 제대로 된 면담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소통 자체가 안 되는 ‘노은시장’
중도매인 점포 철거 두고 ‘갈등 골’
대전시는 면담도 외면 묵묵부답


경매장 일부 활용 고질적 문제
도매법인에 직접 철거 명령
시장 현안 논의 자리조차 없어


노은시장 내 100여명의 유통인들이 지난달 31일 오전 영업을 마치자마자 대전시청을 항의 방문해 대전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시장 유통인들은 경매장 내 중도매인 점포 철거와 관련한 근본적인 문제를 대전시가 제공했지만, 시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전시가 경매장 내 중도매인 점포 사용을 승인해주는 과정 중 21명의 중도매인에게 사용 승인을 해주지 않은 것은 물론 경매장 내 점포 철거를 도매법인인 대전중앙청과에 넘겼다. 이 철거 시점이 시장 유통인들이 항의방문한 지난달 31일까지였다.

시장 유통인들은 대전 오정동에서 노은동으로 이전했던 2001년 당시 대전시가 추진계획대로 도매시장 중도매인들에게 점포를 균등 배분했다면 이 같은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중앙청과 소속 200여명의 중도매인과 대전원협공판장 소속 100여명의 중도매인을 각 법인별로 점포를 배정, 결국 경매장 일부가 중도매인 점포로 활용될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이어져 온 문제를 중도매인에겐 철거 통보, 도매법인엔 직접 철거 명령을 내렸고, 결국 이에 대한 피해는 출하자들에게도 전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와 함께 △차량 통행 되지 않는 교통영향평가 중단 △비둘기 배설물 해결  △도크(하역장) 내 불법저온저장고 처리 문제 등의 지속된 시장 현안에 대한 답을 듣고자 시장유통인들이 지난달 31일 대전시청을 방문했다. 하지만 2일 오전 현재까지 대전시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면담도 성사되지 않아 유통인들은 2박3일간 대전시청에 머물며 항의 표시를 하고 있다. 일부 유통인은 단식 농성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의 한 유통인은 “100여명의 대전시민이 시청을 찾았다. 집회도 아니고, 단지 답을 듣고 소통을 하기 위해 왔는데 2박 3일 동안 제대로 된 면담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모든 중도매인에게 똑같이 점포를 배분해달라는 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냐”고 지적했다.

유성을 지역구로 둔 시·구의원들도 시청을 찾아 유통인들을 격려했다.

대전시의회 정기현 교육위원장(유성구 3, 더불어민주당)은 “시장을 이전할 때 대전시와 유통인들이 맺은 협약이나 약속이 있었는데 대전시장이 여러 번 바뀌면서 제대로 약속이 안 지켜진 부분이 있던 것 같다”며 “의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대전 유성구의회 김연풍 행정자치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대화 자체도 되지 않는 이 상황이 참담하다”고 전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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