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육계사육농가협의회 조사
4790농가 중 2410농가 “폐지”
대의원회 의장에 결과 발송
수납 중지·농식품부 공표 등 남아


2009년 시작, 안정세 보이다
육계계열업체 수급사업 불만
지난해 납부 거부 ‘시발점’

타 축종 거출률 100% 전후 반면
무임승차 많아 고질적 문제도



파행으로 운영되던 닭고기 의무자조금이 폐지 위기를 맞았다. 2004년 의무자조금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2009년부터 거출을 시작한 닭고기 자조금이 의무자조금의 첫 폐지 사례로 남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폐지 위기 맞은 닭고기 의무자조금=현행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이하 축산자조금법) 제23조(의무자조금의 폐지)에 따라 의무자조금이 폐지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축산업자의 1/10 이상 또는 전년도 말을 기준으로 가축 또는 축산물의 1/4 이상 사육하거나 생산하는 축산업자의 서명을 받아 대의원회에 의무자조금 폐지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같은 절차를 밟으면 대의원회 의장은 축산업자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 대의원회를 소집해 의무자조금의 폐지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축산업자의 1/2 이상이 의무자조금 폐지를 요청한 경우에는 요청된 때부터 의무자조금은 폐지된다.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회장 이광택)는 두 번째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는 육계자조금을 납부하는 4790농가를 대상으로 닭고기 자조금 존폐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2410농가가 자조금 폐지에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과반수가 넘는 인원이 폐지를 요청했고 육계사육농가협의회는 해당 결과가 담긴 우편물을 7월 29일 남상길 닭고기자조금 대의원회 의장에게 발송했다.

의장이 해당 우편물을 공식 수령하면 축산자조금법에 따라 대의원회 의장은 즉시 관리위원회 및 수납기관에 그 사실을 알리고 관리위원회 또는 수납기관을 통한 의무거출금 수납을 중지해야 한다. 또 폐지 사실을 지체 없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폐지일부터 10일 이내에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표하도록 명시돼있다.

▲왜 최악의 상황까지 가게 됐나=2009년 거출을 시작한 닭고기 자조금은 그해 78.6%의 거출률로 시작했다. 이후 2012년 88.8%, 2015년 89.0%의 거출률을 달성하며 안정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2016년 52.6%까지 추락한 거출률은 지난해 25.2%까지 곤두박질쳤다. 끝없이 추락했던 거출률은 올 상반기 11.5%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거출률이 급락한 것은 육계계열업체들이 지난해 1월부터 납부를 거부하면서다. 그 이유는 2017년 닭고기 자조금을 통한 수급조절사업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서 육계계열업체들의 불만이 커졌고 납부 거부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업체들이 납부하지 않으면서 미납하는 농가들도 증가했다. 육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7년 수급조절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서 육계계열업체들이 납부를 하지 않은 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또 높지 않은 거출률로 인해 무임승차하는 농가·업체들이 많다는 점도 거출률 하락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다른 축종의 자조금 거출률은 100% 전후에 달한다. 2018년도 계획 대비 거출률(농가 거출금 기준)은 한돈자조금 109.0%, 한우자조금 97.7%, 육우자조금 100.4%다. 이와 비교해 닭고기자조금의 거출률은 초라하다. 이광택 회장은 “닭고기 의무자조금을 시행하고 있지만 돈은 내지 않고 혜택만 보는 무임승차차가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성명서에서 농가들이 자조금 납부에 참여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정부와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회는 무임승차를 없앨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닭고기자조금 거출률을 80%까지 높일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향후 일정=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회는 8월 2일 기준으로 해당 문서를 공식 수령하지 않았다. 빠르면 8월 5일 해당 문서를 수령해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장과 대의원회 의장에게 보고하고 해당 문서의 사실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이후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회 개최 등을 통해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의 장관수 차장은 “해당 문서를 공식 접수한 후 대책 마련 등을 수립하려고 한다”며 “농가들이 직접 서명한 것이 맞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길 의장도 “아직 문서를 받지 못했다”며 “금주 중 관리위원들을 만나서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답변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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