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지난해 8월 중국 심양시 시작
아프리카돼지열병 퍼져
양돈산업 타격…생산성 저하
백신 시장규모 30%나 축소
현지 업체도 업종 전환 고민
진입부터 정착까지 ‘산 넘어 산’


국내 동물용의약품 업체들이 중국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가운데, 국내 업체들이 중국 시장 진입에 성공하더라도 향후 몇 년 동안 시장 정착에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중국 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돼지 개체 수가 큰 폭으로 줄어 당분간 동물용의약품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중 양국 동물용의약품 분야 교류·협력을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차이쉐펑 중국수약협회 회장에 따르면 중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인해 동물용의약품업계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많은 돼지가 폐사했거나 방역 과정에서 살처분 된 것이 그 이유다.

실제 지난해 8월 요녕성 심양시의 돼지 농장에서 처음 발병한 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올해도 지속적으로 발생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지난 6월말까지 대량 감염 건수만 143건으로, 116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통계에 잡히지 않은 부분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돼지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영향으로 중국의 양돈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어 생산성이 상당히 떨어졌고, 모돈 도태로 인해 전체 사육두수도 크게 감소했다는 게 차이쉐펑 회장의 설명이다. 이에 돼지고기를 생산·유통했던 기업들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자연스럽게 중국의 돼지 백신 시장 규모도 30% 이상 축소되는 등 돼지용 동물용의약품의 판매가 저조해지면서 중국의 민간 동물용의약품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게 됐다. 차이쉐펑 회장은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인한 여파가 동물용의약품 업계에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 미지수”라며 “다수의 돼지용 동물용의약품업체들이 업종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고 중국의 동물용의약품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메리얼’, ‘세바’ 등 글로벌 동물용의약품 기업들이 속속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중국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히고 이다.

차이쉐펑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국 동물용의약품산업의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차이쉐펑 회장은 “소독제 생산업체의 경우 이익이 상승하는 등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다른 측면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 종합 방제 기술 향상, 동물용의약품 연구·개발 혁신 등 전반적인 산업 개선 및 기술 개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우리 동물용의약품업체들도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국내 동물용의약품 수출업체 관계자는 “중국 시장 장벽이 워낙 높아 현재 시장 상황이 어렵더라도 기회가 있다면 일단 진입할 수 있는 토대는 만들어 놓고 봐야한다”며 “중국 시장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면서 수출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언급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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