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5kg, 15→10kg>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애초 올 8월 1일부터 배 15kg과 7.5kg 표준 거래 단위가 삭제될 예정이었지만 농가 요청 등으로 1년 유예됐다. 1일 오전 경매 전 가락시장 과일경매장에 15kg 상자에 들어간 배가 진열돼 있다.

농식품부 ‘졸속 추진’ 논란

지난 1일 오전 8시, 서울 가락시장 과일 경매장엔 15kg 상자에 들어간 수백 상자의 배가 경매를 기다리고 있었다. 1년 지난 내년 8월 1일엔 배 수백 상자가 15kg이 아닌 10kg 상자로 바뀌어 있을까. 정부는 올 8월부터 추진하려 했던 배 표준규격 소포장 전환을 1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올해 추진 과정에서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내년 8월 1일 추진과 관련해서도 과제가 산적해있는 등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배 표준거래 단위 변경 통해
‘핵가족화’ 소비 확대 노렸지만
주산지 지역별 간담회 등 없어
농가들 도입 여부 제대로 몰라

‘반대 농가 모임체’ 구성 조짐에
3년 쯤 병행 출하 의견도 나와
"농가들 의견 청취·홍보 힘써야"
 
농식품부 "7.5·15kg 새상자 제작
지자체 지원 배제 요청"


▲올해 배 소포장 전환 졸속 추진=농림축산식품부는 애초 올 8월 1일부터 농산물 표준규격 배 표준거래 단위에서 7.5kg과 15kg을 삭제할 계획이었다. 7.5kg은 5kg, 15kg은 10kg으로 배 거래를 전환해 핵가족화 시대에 맞춰 배 소비를 늘리겠다는 게 농식품부의 구상이었다.

농식품부의 배 소포장 전환에 대해선 ‘시기상조’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배 업계 의견이 나뉘었다. 문제는 필요하다는 이들에게조차도 농식품부가 올 상반기에 배 소포장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이 졸속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고 파악이나 농가 홍보 등이 미진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온 것이다. 이에 ‘15kg과 7.5kg을 8월부터 동시에 중단’하려고 했던 농식품부의 올 초 계획은 ‘15kg 폐지, 7.5kg 1년 유예’에서 다시 시행일을 한 달가량 남겨둔 시점에 ‘15kg, 7.5kg 모두 1년 유예’로 계획을 변경했다.

배 관련 한 단체 대표는 “전적으로 배 소포장 전환엔 동의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적어도 주산지를 중심으로 한 지역별 간담회는 진행했어야 했다. 농가들이 제대로 인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 무조건 성과만을 보려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대책을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배 생산량이 많이 줄었다. 당연히 상자와 난좌 재고는 많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하려다 결국 수시로 계획이 변경돼 농가만 혼란스럽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 시행에도 회의적 시선에 과제도 산적=올해 정부의 추진 과정을 경험한 배 업계에선 대체적으로 내년 시행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소포장 전환을 반대하는 농가들 사이에선 배 소포장 전환을 반대하는 모임체를 구성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소포장 전환을 찬성하는 이들도 올해 추진 과정을 분석한 뒤 여러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지역별 간담회를 진행해야 하고, 거래제도 전환에 앞서 중도매인과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홍보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전환 계획을 정확하게 산지에 알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올해 농협을 중심으로 계획을 전파했지만, 농협별 홍보가 천차만별이었고, 소포장 전환을 알지 못한 농가도 많았기 때문이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기존 15kg에서 10kg으로 전환된 사과와 참외의 경우 이미 10kg으로 거래가 이뤄진 사례가 많았고, 자연 도태되는 측면도 있었지만 아직 배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3년 정도는 병행 출하를 하면서 자연스레 15kg과 7.5kg 포장이 도태되는 수순을 밟아나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 소비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알겠지만 왜 이리 급하게 추진하는지 모르겠다. 더욱이 배 생산량은 사과와 참외와 달리 매년 줄어들고 있지 않느냐”며 “일단 1년도 긴 시간이 아니기에 농가 공청회를 진행하는 등 농가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생산량이 적어 상자 재고가 많다는 등 산지에서의 요청을 받아들여 올해 1년 유예를 줬기에 내년 8월 1일부터는 반드시 시행하겠다. 일부 새 상자를 주문하면서 7.5kg과 15kg으로 제작하려고 하는데 지자체에 7.5kg과 15kg에는 지자체 지원에서 배제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여러 매체를 통해 알리는 등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배 소포장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배 소비 확산을 위해선 반드시 배 소포장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올 추석과 내년 설에 재고가 소진되면 내년 8월 전에는 소포장으로의 자연스러운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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