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중장기 발전대책 첫해 무색
올해 밀 자급률 0.8% 불과
2017년 1.7%보다 되레 감소

4월말 기준 재고 1만4000톤 탓 
재배면적도 1/3로 줄었는데
정부 "자연스럽게 수급 안정"
4000톤 수매 약속 안지킬 듯 


정부가 국산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 주무부서가 밀 재배면적 감소를 수급 조절 차원에서 접근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제2의 주식인 국산밀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밀 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을 마련, 100억원의 예산으로 밀 1만톤 수매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4년 후인 2022년까지 밀 자급률을 9.9%로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7월 말 현재 정부 수매량은 6000톤에 불과하고 계획 추진 첫해인 올해 밀 자급률은 2017년 1.7%보다 오히려 더 떨어진 0.8%를 기록했다. 올해 밀 생산량 역시 1만2000~1만5000톤 정도로 재배면적도 4000ha로 줄어 평균치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년 밀 자급률도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올해 밀 대신 보리로 작물을 돌리면서 보리가 과잉 생산되는 문제로도 번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 대책은 고사하고 오히려 현재 수급이 안정되고 있다는 시각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숫자상으로만 봤을 땐 올해 밀 생산량과 재배면적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현재 자연스럽게 수급이 안정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며 “남은 4000톤 수매를 반드시 하겠다고 말할 순 없는 단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정부가 수매한 밀 6000톤의 판로를 찾으면 추가로 수매를 할 수도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정부가 밀 중장기 발전대책을 내놓고선 오히려 밀 생산량이 줄기를 기다리며 자급률의 후퇴까지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국산밀산업협회 관계자는 “4월 말 기준 2017년~2018년산 재고량이 1만4000톤이다. 재고량이 많아 작년에 파종도 제대로 못해 올해 생산량과 재배면적이 많이 줄었는데 이런 상황을 두고 자연스럽게 수급조절이 된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원래 7000톤까지 수매하던 곳이 재고 초과로 250톤 밖에 수매를 못하고 있는데 단지 이 수치만으로 수급조절이 되고 있다고 한다면 밀 생산 농가는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익출 우리밀농협 조합장은 “농가들은 수매업체들이 올해 생산한 밀도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내년 파종 계획도 못 세우고 있다”며 “올해 자급률이 1% 아래로 떨어졌는데 밀 생산량이 줄어 수급이 안정되고 있다는 건 터무니없는 말이다. 밀 농가들이 보리로 전환해 보리까지 과잉되는 현 시국에 어떻게 밀 자급률을 9.9%까지 올리겠다는 건지 답답하다”고 전했다.

정부가 추가로 밀 수매를 진행할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애초에 정부의 밀 수매가격이 낮게 책정돼 수매업체들이 정부 수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한빈 우리밀 대표이사는 “2017년산 밀을 40kg에 4만2000원에 매입해 2년 동안 제비용까지 5만원의 비용이 들었는데, 정부는 1등급 수매가 3만9000원을 제시했다”며 “정부가 제시한 수매가격이 너무 낮아 수매업체들이 정부 수매에 많이 참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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