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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소유·이용규제 완화 초점···폐기돼도 ‘재탕 삼탕’ 또 발의[농지개혁 70년 기획-제1부] 누가 농지법을 흔드나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상>18·19·20대 국회, 농지법 개정 움직임은
<하>농지법 개정안 주요 내용은(20대 국회를 중심으로)
 


11년간 총 90건. 2008년 18대 국회부터 2019년 20대 국회까지 발의된 농지법 개정안의 숫자다. 국회 임기가 바뀌는 4년마다 평균 30건, 매년 8건 꼴이다. 월 단위로 좁혀 보면 1달 반(45일)마다 1건의 농지법 개정안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법 개정 목표를 이룬 법안은 30%. 나머지 70%는 폐기됐다. 폐기 법안 중 비슷하거나 같은 내용으로 다음 국회에 또다시 등장하는, 이른바 ‘재탕, 삼탕’ 법안도 여러 건이다. 헌법에서 정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하위법인 농지법이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의 근간에는 이런 수치들이 포진해 있다. 한국농어민신문이 18·19·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농지법 개정안을 살펴봤다.


#개정안 발의 및 처리 현황

2000년대 후반 18대 국회 기점
농지법 개정안 발의 크게 늘어
16대 4건, 17대 14건인 반면
18대 28건, 19대 28건, 20대 34건
발의안 가결률은 30% 그쳐


▲발의 현황은=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8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20여일 만인 2008년 6월 23일 농지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2019년 7월 말 현재까지 11년간 발의된 농지법 개정안은 총 90건이다. 18대와 19대는 각각 28건씩 발의됐고, 내년 5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20대 국회는 이보다 많은 34건이 발의된 상황이다. 국회 임기인 4년 동안 평균 30건 꼴이다. 특히 18대 국회(2000년대 후반)를 기점으로 농지법 개정안 발의가 급속도로 늘어났다는 점이 특징이다. 앞선 17대(2004~2008년) 14건, 16대(2000~2004년) 4건과 비교하면, 개별 국회의원들이 무턱대고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개별 국회의원 발의는 18대 26건, 19대 27건, 20대 32건에 달한다.

▲처리 현황은=총 90건 발의 중 가결된 법안(대안반영 포함)은 18대 10건, 19대 7건, 20대 10건 등 총 27건이다. 본회의 문턱을 넘은 비율은 30%다. 즉, 농지법 개정안 10건 중 3건이 개정에 반영되는 반면 나머지 7건은 임기만료 등의 이유로 폐기됐다. 개정안이 가결되는 패턴은 18·19·20대 국회 모두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의원들이 발의한 개별 개정안이 상임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병합 심사를 통해 ‘위원회 대안’으로 새롭게 제출돼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방식, 또 정부가 발의한 농지법 개정안에 일부가 반영돼 본회의를 통과하는 방식 등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타났다. 의원발 개정안의 가결은 19대 국회 때 3건 뿐이다.


#개정안의 주요 흐름과 특징은

개정안 2/3가 농지법 흔들어
예외조항 신설 가장 많고
개발, 효율·공공성 등 내세워
농지 이용규제 완화도 다수

‘경자유전 원칙’ 강화법안은
전체 90건 중 16건, 18% 불과 
그마저도 방치되다 폐기수순

중복 많고 논란·파급력 큰 탓
상임위 통합·정부안에 편입
의원 책임 덜기 방어막 되기도

농어촌 지역구 의원 발의가
도시 지역구 의원보다 더 많아


▲상당수가 농지 소유 및 이용 규제 완화 취지=18·19·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농지법 개정안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전체 90건 중 58건, 64%의 법안이 농지의 소유 또는 이용 규제를 완화하는 취지의 내용인 것으로 파악됐다. 개정안 중 3분의 2가 현행 농지법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18대 20건, 19대 19건, 20대 19건으로 나타났다.

해당 법안들은 헌법 제121조에서 규정한 ‘경자유전의 원칙’에 위배되는 내용을 담았고, 농지법의 예외 조항을 추가로 신설해 예외를 확대하려는 시도가 가장 흔했다. 개발 또는 효율성, 공공성 등을 내걸어 농지 이용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도 많았다. 18대 국회에선 개인묘지 설치 목적으로 농지전용허가를 면제하는 개정안(이명규), 19대 국회에서는 농업진흥구역에 농어촌 승마시설을 허용하도록 한 개정안(김재원·윤명희 등 2건), 20대 국회도 말 산업특구 내 농업진흥구역 이용 완화 개정안(이만희), 농업진흥구역에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시 농지 이용을 허용하도록 한 취지의 개정안(박정·권칠승·정운천 등 3건) 등이 이에 해당했다.

위원회 대안과 정부 발의안은 소유·이용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강화하는 ‘병행’ 조치가 담기기도 했는데, 이 경우는 별도로 분류했다. 명칭 변경 등의 개정안도 따로 분류했다.

▲‘경자유전 원칙’ 강화 내용은 극히 일부=반면 농지의 소유 및 이용 규제를 강화하는 취지의 법안은 상대적으로 일부에 그쳤다. 전체 90건 중 16건으로, 18%에 불과했다. 18대 4건, 19대 4건, 20대 8건으로 파악됐다.

논의가 미흡하거나 사실상 방치되다 ‘임기만료 폐기’되는 경우가 많았다. 18대 국회에서 강기갑 의원이 2008년 11월 14일 발의한 개정안은 쌀 소득보전직접지불금 부당수령 사태가 터진 것을 계기로 농지관리위원회에 직불금 지급대상 농지의 실경작 확인임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신설했는데, 2009년 1~3월까지 5차례 논의했지만 결국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도 김선동 의원이 “2009년 5월 27일 농지법 개정으로 농업회사법인 자격 완화됐는데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 용이해져 경자유전 원칙을 고려해 농업회사법인의 요건을 엄격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2013년 12월 24일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014년 2월 한 차례 논의 끝에 방치되다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비농업인인 상속자와 이농자의 농지소유를 2년 이내에 처분하도록 현행 규정을 대폭 강화한 개정안을 김현권 의원이 2017년 12월 27일 발의한 상황으로, 법안 논의는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선 경우처럼 임기만료로 폐기될 우려가 크다.

이용·소유 규제를 강화하는 개정안 중 대부분은 법률 미비 내용을 보완하는 성격으로 소극적 조치에 가까웠다. 이를테면, 관련 처벌 규정을 강화하거나, 시행령으로 돼 있는 부분들을 법률로 상향하는 내용 등이다.

▲정부 또는 위원회 개정안에 숨어버린 의원들=특히 국회에서 통과된 농지법 개정안은 의원 발의보다는 상임위원회의 병합심사를 통해 위원회 대안으로 통합되거나 정부 발의안에 일부 반영되는 식의 패턴이 일관됐다.

농지법 자체가 다른 법들과 연계돼 있고, 법 내용이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개정안 내용도 중복이 많고 논란 및 파급력이 커 위원회 또는 정부 제출안으로 통합 처리하는 것이 논의 시간을 단축하는 등 현실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논란이 있는 농지법 개정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부담과 책임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악용되는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18대 국회에서 의결된 농지법 개정안 10건 중 2건이 위원회 대안이며, 정부 및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 8건이 대안반영을 이유로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도 위원회 대안 1건이 처리됐고, 논의 과정에서 3건의 개정안이 대안반영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2건의 위원회 대안이 의결됐으며, 8건의 개정안이 대안반영 폐기됐다.

▲폐기돼도 ‘재탕 삼탕’ 법안 등장=폐기 법안도 주목할 만하다. 18대 18건, 19대 21건이 폐기됐고, 20대는 24건이 현재 계류 중이다. 18대와 19대만 놓고 보면 폐기 비율은 70% 수준이다. 눈에 띠는 지점은 18대 때 폐기된 법안 중 동일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자만 바뀐 채로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친회의 일정 규모 이하의 농지 소유를 허용하는 법안은 18대 김낙성 의원이 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선 유성엽 의원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종중 명의의 농지 소유를 허용하도록 한 개정안도 18대 국회에서 유성엽·박대해·오제세 의원 등 3건이 발의됐고, 이어 19대 국회에서 양승조·문병호·이종걸 의원 등 3건, 20대 국회에서 박완수·이개호·주승용·주호영 등 4건으로 개정안 발의가 계속됐다. 해당 법안만 3차례 국회 임기 동안 10건이 발의됐다. 

전통사찰의 농지 소유를 허용하는 개정안도 18대 강창일, 20대 주호영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농지 소유의 허용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도 대상만 바뀔 뿐, 예외 조항을 확대하는 취지에서 그 내용이 대동소이했다.

▲도시보다 농어촌 지역구 의원 발의 많아=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 중 농어촌 지역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유독 19대 국회에서 도드라졌다. 배기운(나주화순)·유성엽(정읍)·황진하(파주을)·김승남(고흥보성)·박민수(진안무주장수임실)·김선동(순천)·이한성(문경예천)·안덕수(인천서구강화을)·경대수(증평진천괴산음성)·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신정훈(나주화순)·이이재(동해삼척)·김영록(해남완도진도)·김재원(군위의성청송)·한기호(철원화천양구인제) 등이었다.

18대 국회에선 서울 등 대도시 지역구 의원들도 개정안 발의에 앞장섰다. 하지만 대부분 농지 소유 및 이용 규제를 완화하는 취지의 내용이 많았다. 문국현(서울 은평구을)·이성헌(서울 서대문구갑)·진수희(서울 성동구갑)·박대해(부산 연제구)·이재선(대전 서구을)·오제세(청주 흥덕구갑)·박준선(용인 기흥구)·이명규(대구 북구갑)·이주영(경남 마산갑) 등이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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