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18일 이사회서 확정 계획 불구
정족수 미달이유 안건 상정 무산
‘속사정 따로 있나’ 뒷말 무성

“공백 길어지면 업무차질 우려”
선임 절차 서둘러야 여론 고조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차기 원장 선임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성경륭)는 당초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어 제15대 농경연 원장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이날 원장 선임 안건은 상정되지 못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이유는 이사회 정족수 미달.

하지만 일각에서는 뭔가 다른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력 후보에게 결정적 흠결이 나왔거나, 청와대나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해 의견조율이 어려웠던 것 아니냐는 것.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경제·인문사회분야의 26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지원·육성하고 관리하는 곳으로, 연구회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원장 선임을 비롯 연구기관과 관련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이사회는 이사장 1인을 포함해 당연직 이사 8명(각 부서 차관급)과, 선임직 이사(학계) 8명 등 총 1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기관장의 경우 낙하산 인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공모제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정부측과 민간이사 진영이 가부동수로, 실질적으로는 정부측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인사 때마다 현 정권 실세와의 학연, 친분 등이 어김없이 거론되는 이유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경영지원부 관계자는 “임원 선임투표는 재적위원의 과반수 획득이라서 1인이 9표 이상을 얻어야 하는데, 18일 이사회의 경우 부처 차관들로 구성된 당연직 이사들이 국회 일정 때문에 대부분 불참, 참석인원이 9~10명 정도로 안건을 올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농업계에서는 8월엔 선임되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선 차기 이사회 일정도 아직 불투명한 상황. 이 관계자는 “참석자 수요조사를 계속하고 있는데, 국회 일정이 불규칙하고 휴가철이라서 아직 일정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농경연 관계자는 “현 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6월 3일 이전에 원장 선임절차가 마무리 됐어야 하는데, 별다른 이유도 없이 계속 미뤄지고 있어 원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태”라며 “이사회의 핵심 업무 중 하나가 기관장 선임인데, 일정을 잡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장 선임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금 상황에서 외부 작용 없이 독립적으로 결정된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겠냐”면서 “기관장 공백이 길어지면 업무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이사회가 선임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원장 후보자는 김창길(59) 현 농경연 원장, 김병률(58) 농경연 선임연구위원, 김홍상(59) 농경연 선임연구위원 등 3명으로 모두 농경연 출신이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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