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작년 말 통신구 화재,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등 시설물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기반시설이 노후화되면서 발생한 사회적 재난은 생활 안전의 중요성과 노후 기반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 필요성을 다시금 환기시켜 주었다.

우리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 건강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알맞은 처방을 통해 치료를 받는 것처럼 시설물도 그렇다. 시설물에 잠재된 위험요인과 결함, 원인을 조사·분석하여 적절한 보수·보강 방안을 실행한다면 시설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재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전국의 농업생산기반시설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1986년부터 현재까지 2792억원을 투입하여 농업생산기반시설 8723개소에 대한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해 왔다. 아울러 ‘시설물점검119센터’를 설치해 지자체 등에서 관리하는 소규모 노후·재해위험 기반시설 등에 대해 2013년부터 609개소의 긴급점검도 무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농어촌정비법 등에서 정한 안전진단 대상 시설물 1만9800여 개소 중 1만6000여 개소에 대해서는 진단이나 점검을 한 번도 실시하지 못했다. 안전 사각지대 속 예산이나 관련법이 미치지 않는 농업생산기반시설이 아직 많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정부에서는 매년 노후화된 농업생산기반시설 개·보수에 안전 관련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규모가 한정된 탓에 재난 발생 시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예측되는 시설 위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 6월 18일 정부에서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2023년까지 총 32조원을 투입해 노후 기반시설 안전강화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요 기반시설은 1970~80년대에 집중적으로 건설된 이후, 현재 40년 가량이 지났다. 시설물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안전관리를 해나가겠다는 정부의 대책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정부의 안전부문 투자 계획에 농업기반시설물에 대한 관심도 요구된다. 전국적으로 7만3000여 개소에 달하는 저수지, 방조제, 양·배수장, 취입보 등 농업생산기반시설 중 30년 이상 경과된 시설이 62%에 이르기 때문이다. 농업기반시설물의 노후화는 농어촌의 잠재적 위험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 가뭄, 지진 등 재난·재해의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피해 규모가 대형화되면서 노후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안전관리는 더욱 시급한 사안이다. 

농어촌의 안전은 농어촌에 거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도시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500만톤 이상의 대규모 농업용 저수지는 전체 농업 저수량의 45%를 차지하여 농업기반시설의 안전은 식량안보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농업용 저수지를 포함한 농촌수계의 경관, 수질 및 생태보전 등 환경적 가치도 증가하고 있다. 농어촌은 농어업의 터전을 넘어 도시민의 휴식과 치유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농어촌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농어촌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안전진단에 대한 점진적 예산 확대, 실시 주기의 차등 적용, 진단 의무 시설물 확대 적용 등이 절실한 이유이다.    

지난 6월 27일 공사는 국민의 안전, 농어촌의 희망과 미래, 지역공동체와의 상생, 그리고 현장 중심의 경영체계 구현을 내용으로 하는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 첫 번째로 꼽은 것이 안전한 농어촌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안전은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하고 최우선으로 달성해야 할 가치이다. 우리 농어촌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든든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공사를 포함한 관련 기관들이 힘을 합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 나가야 할 때다.

농업기반시설에 대한 안전 관리는 농업분야 예산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번 안전강화 종합대책에 노후화된 농업시설물에 대한 투자 규모를 비중 있게 두어야 한다. 농어촌의 안전이 실생활 안전, 도시민의 안전과 밀접하게 관련된 만큼 정부, 지자체를 비롯한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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