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여성정책팀 출범 기념 국제심포지엄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 지난 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농촌여성정책팀 출범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오병석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여성농업인 정책의 현장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선 농림축산식품부 내에 신설된 농촌여성정책팀이 여성가족부와 지방자치단체 등과 연계해 함께 정책을 만들고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7일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aT센터에서 ‘농촌여성정책팀 출범 기념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한국농촌복지연구원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단체 관계자 등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조발제를 통해 네덜란드와 일본의 여성농업인 지원정책을 살펴보고, 토론을 통해 국내 여성농업인 정책 추진 방향을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기조발제·주제발표
"여성농업인, 정당한 노동의 대가 받아야"

네덜란드 베티나 복 교수
여성농 전문인으로 존중하고
빠른 적응 위한 정책 펼쳐야

일본 시미즈나츠끼 부교수
가족농 비율 97% 달하는 일본
가족경영협정 등 여성 참여 독려 

오미란 젠더앤공동체 대표
여성농 정책 많지만 정작 잘 몰라
정책팀, 여가·농식품부 가교 돼야


토론에 앞서 진행된 기조발제에서는 베티나 복(Bettina B. Bock)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 교수와 시미즈나츠끼 일본 교토대학 부교수가 각각 자신의 나라에서 시행되는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을 소개했다.

가장 먼저 기조발제에 나선 베티나 복 교수는 ‘유럽의 여성농업인 정책’을 주제로 현재 유럽연합(EU) 내 여성농업인의 현황과 관련 정책을 설명했다. 베티나 복 교수에 따르면 유럽 내 여성농업인은 2016년 기준 전체 농업인 중 28.4%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5ha 이하의 면적을 경작하는 소농 위주로, 최근에 들어서는 여성 농장주가 증가하고 있고, 농장 내 가공처리 및 직접 판매나 농업 관광, 고품질 및 유기농 농산물 생산 등 농업 신규 사업 활동을 여성농업인이 주도적으로 담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베티나 복 교수의 설명이다.

여성농업인 정책과 관련해서는 유럽의 경우 1957년 로마 조약을 통해 성평등을 확산하고, 여성의 경제권 강화와 동등한 급여 및 직업 기회, 정치·사회권 강화, 자녀 돌보기 및 출산휴가 제공 등을 실행하기로 했다. 이후 로마 조약을 바탕으로 공동농업정책(CAP)을 실행하고 있다. 공동농업정책에는 성별 구분 없이 공정한 수입 보장과 경쟁력 증진, 활기찬 농촌 지역과 농촌경관 및 생물 다양성 보존 등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동농업정책과 기금은 여성농업인이 거의 없는 대규모 농장에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 베티나 복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여성 농업 후계자를 위한 특정한 보조금도 프랑스와 그리스 등 소수의 국가에서만 실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베티나 복 교수는 유럽연합 내 국가들이 향후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을 펼칠 때 여성농업인을 전문 농업인으로 인정하고, 다름을 존중하며 이들의 관심과 욕구에 반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세부적으로는 농지 및 생산 수단에 대한 소유권과 직업 보험 및 연금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고, 여성농업인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연구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베티나 복 교수는 “소규모 농장을 경영하는 여성농업인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농업인을 전문인으로 존중하고, 이들의 요구에 대응을 해야 할 때”라며 “유럽연합 내 국가들도 이제는 여성농업인들이 농업에 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시미즈나츠끼 일본 교토대학 부교수는 ‘일본의 여성농업인 역량증진을 위한 정책’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이어나갔다. 시미즈나츠끼 부교수는 일본이 현재 펼치고 있는 가족경영협정과 여성 농업프로젝트 등의 현장 성공사례 위주로 설명을 진행해 토론에 참여한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가족농업이 일본 농업의 97%를 차지하는데, 제3자 입회하에 가족경영 방침과 역할, 취업조건, 노동시간과 취업환경 등에 대해 협정을 체결하는 ‘가족경영협정’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8년 3월 기준 지금까지 총 5만7605호(22.9%)가 가족경영협정을 체결했고, 앞으로 2020년까지 7만호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가족경영협정을 체결한 농업인에게 지원되는 혜택으로는 신규 부부 농업인의 경우 1.5인분의 급여를 지급하고, 협정을 맺은 인증농업자인 경우 배우자 또는 후계자에 대해 농업인연금보험료(2만엔)의 일부에 대해 국고 보조를 지원 중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15년부터 농림수산성이 매년 농업의 미래를 이끄는 우수여성 경영체 100선을 선발해 포상하는 ‘WAP100’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간기업체와 연계해 지난 2013년부터 ‘여성 농업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여성 농업인의 자각을 촉진하고, 이들의 활동을 사회와 농업부문에 확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전국의 여성농업인 중 모범사례를 브랜드 북으로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또 지역활성화와 농촌개발을 위한 보조금(농산어촌진흥교부금) 사업 선정 시 심사 고려사항에 ‘여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여성들의 참여를 촉진하고 있는지’를 확인토록 명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시미즈나츠끼 부교수는 “여성농업인은 가족농 비중이 높은 일본 농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라며 “앞으로도 여성농업인과 교류하며 지속적으로 이들에게 필요한 정책과 사업이 무엇인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주제발표에서는 오미란 젠더앤공동체 대표가 ‘여성농업인의 삶과 농정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오미란 대표는 발표를 통해 제4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여성농업인 정책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오미란 대표는 제4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에서 상당수의 정책이 지자체로 이양되는 과정에서 현장에 여성농업인에게 전달되지 못한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즉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의 현장 체감도가 낮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여성농업인센터가 지방이양사업으로 넘어가면서 2002년 이후 아직도 50개소에 지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미란 대표는 “제4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에 의해 수많은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성농업인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연계해 정책을 세우고 시행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향후 여성농업인 정책 추진 방향으로 △행복한 삶터, 평등한 일터의 비전 구체화 △성평등한 농정 추진 △농업의 주체로서 여성농업인 육성 정책시행(경영능력 향상) △형평성의 반영, 체감형 복지, 문화정책 시행(소득향상 및 복지향상) △생애주기별 다양성에 기반한 정책욕구 반영 △정책지원 체계 확립 등을 주장했다.

오미란 대표는 “농업정책에는 여성이 없고, 여성정책에는 농업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농촌여성정책팀이 발족된 만큼 여성가족부와 농식품부 간 가교역할을 해서 여성농업인이 소외되지 않는 정책을 만들고 펼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여성농업인 정책을 펼칠 때 여성이 일할 수 있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으며 평등하게 참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면서 “행복한 직업으로 농업, 살고 싶은 공간으로서 지역의 회복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종합토론
"공동경영주 인센티브로 참여율 확대를"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국내 여성농업인 관련 연구기관과 여성농업인단체들이 토론자로 참석해 여성농업인 정책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박민선 한국농촌복지연구원 이사는 정부가 향후 여성농업인 정책을 수립하거나 시행할 때 여성농업인 연구 전문화와 자료 구축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현재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의 경우 시계열자료로서 한계가 있다”라며 “여성농업인에 대한 연구를 전문화하고, 여성농업인 패널 구축을 통한 자료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윤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촌환경자원과 농업연구관은 농촌여성정책팀이 향후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때 △여성농업인의 직업적 지위 확보 △여성농업인의 직업 활동 지원을 위한 사회서비스제도 확충 △농촌 및 농산업 분야의 양성평등 문화 확산과 지원 등이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여성농업인들의 염원이었던 여성농업인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가 출범하게 된 것은 여성농업인들에게 희망을 불빛이 될 것”이라며 “농촌여성정책팀이 정책 개발과 이행을 수행하면, 농진청은 연구로서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자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은 현재 여성농업인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공동경영주 제도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정책의 필요성과 여성농업인 바우처의 사용처 확대, 여성농업인 육성계획 홍보와 시행을 위한 예산 확보 등을 요구했다. 이명자 회장은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이 현장의 여성농업인들에게 도달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관련 공무원들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정책 수혜 대상에서 벗어나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정책이 현장의 여성농업인들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홍보 및 담당자 교육과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예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연숙 농식품부 농촌사회복지과장은 “그동안 여성농업인 담당이 2명이라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라며 “농촌여성정책팀이 출범한 만큼 지자체 및 관련 부서와 협력해 다양한 여성농업인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성농업업인 정책이 현장 체감을 높이기 위해 토론회 등을 통해 현장 의견을 최대한 수렴할 것”이라며 “농촌여성정책팀이 정착하고 확대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오병석 농식품부 차관보는 “농촌여성정책팀 출범과 함께 여성농업인 해외 정책사례를 공유하고, 향후 정책방향에 대한 관련 단체·기관, 전문가 등이 다양한 시각으로 논의할 수 있었던 이번 토론회는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라며 “토론회에서 제시된 소중한 의견들을 밑거름 삼아 우리 농업농촌에서 여성농업인이 행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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