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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시장격리는 보조 수단···직불제 개편 연계 생산조절이 우선"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쌀 자동격리제 도입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한 가운데 쌀가격 안정을 위해 수요 초과량에 대한 시장격리가 필요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시장격리 방식은 ‘사후약방문’으로 사태가 터진 이후에 수습해야 하는 악순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쌀 변동직불제 폐지 전제로
자동격리제 도입 논의 수면위

국회선 ‘입법 필요성’ 세미나

"쌀 생산·가격안정 효과 의문
구조적 공급과잉 심화될수도
변동직불 없애면 농가에 위험"
전문가들 우려 목소리 나와


쌀 시장격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20여년 가까이 반복돼 왔다. 2000년대 이후 역계절 진폭이 되풀이되고 RPC의 경영 여건이 악화되자 농협을 중심으로 수확기에 수요 초과량을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됐던 것이다. 실제 역계절진폭이 심각했던 지난 2010년과 2015년에 농협RPC의 대규모 적자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역계절진폭이 낮았던 해에도 많은 RPC들이 적자를 면치 못했던 것도 현실이다. 이에 농협 조합장 및 RPC 관계자들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쌀 자동시장격리제, 입법 필요성’ 세미나를 열고 제도 도입 방안을 강조했다.

쌀 자동시장격리제는 직불제 개편과 맞물려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현안이다. 공익형직불제로 전환하면서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는 대신 자동시장격리를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지난 16일 국회 세미나에서 김인중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쌀 공급과잉은 타작목보다 직불금이 높고 생산과 판매가 수월하며 생산성 향상 등 3가지가 주요 원인”이라며 “직불제 개편과 연계해 쌀 가격을 지지하면서 생산유발과 공급과잉 문제가 지속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계와 연구기관 전문가들은 자동격리제만으로 쌀 생산과 가격 안정을 이끌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시장격리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공통된 분석이다. 게다가 시장격리제가 WTO 감축대상보조(AMS)에 들어가기 때문에 농업 전반을 놓고 보면 오히려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문제점도 대두되고 있다.

양승룡 고려대 교수는 “쌀 자동시장격리는 과거 추곡수매제로 회귀하는 것으로 감축대상보조(AMS)이고 비용을 투입하는 효율성과 효과성 측면에서도 의문이 든다”며 “더구나 생산 자극적 제도이고 생산조절 실행 가능성과 제도의 복잡성 등이 있어 현행 제도와 비교 분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양승룡 교수는 이어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는 것은 농가들이 쌀가격 위험을 떠안으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행 변동직불제는 농가소득을 일정 수준 보상할 수 있는 반면 시장격리는 확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양승룡 교수는 “변동직불제를 생산조절과 고품질 저단수를 이끄는 방안으로 개선해 나가고, 쌀 가격소득보험과 선물·옵션거래를 도입해야 한다. 시장격리는 보조 수단이다.”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자동격리제에 정책 초점이 맞춰지면 오히려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장은 “시장격리는 작황에 따른 일시적 공급과잉에 대비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라며 “특히 시장격리는 구조적인 공급과잉을 심화시킬 우려가 존재해 생산자의 책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진단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도 “생산조절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어 쌀값 안정에서 시장격리제도만으로 어렵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익형직불제 도입이 불투명해 양곡정책은 물론 쌀산업에 큰 혼선이 우려된다. 공익형직불제 예산규모가 관건인데, 2조4000억원에서 3조원 사이에서 여야가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식품부는 공익형직불제와 자동시장격리제 도입 업무에 중점을 두고 있어 자칫 양곡정책 혼선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자동시장격리의 구체적인 시행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제도시행이 안될 경우에 대비한 현행 변동직불제 및 생산조절 개선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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