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폭염 속 타들어가는 작물 관리에 여념이 없을 7월 농번기. 그러나 산지 농민들은 작물 못지않게 타들어 가는 자신들의 심정을 토로하고 알리기 위해 일손을 잠시 멈추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 도심 아스팔트 위에서 만난 농민들은 ‘오늘의 힘겨움’과 ‘내일의 걱정’을 모두 안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든 품목 가격 떨어지는 건 처음”
성명경 한농연창녕군연합회장/마늘·양파·감자 재배

“가을철 파종을 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습니다.”

마늘과 양파, 감자를 재배하는 성명경 한농연 창녕군연합회장에겐 올해와 같은 동시다발적인 채소 가격 폭락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성 회장은 “마늘과 양파에 감자 가격까지 동시에 모든 품목의 가격이 하락한 적은 없었다. 한 품목이 안 되면 다른 품목은 그래도 가격이 괜찮아 만회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모든 품목 가격이 가라앉으니 버틸 여력이 없다”며 “가을에 파종에 들어갈 수 있을지조차 모를 정도로 힘겨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일부에선 파종에 들어가지 않으면 자연스레 과잉 생산이 줄어드는 등 수급 조절이 이뤄질 것이라고 하지만, 정작 일부 상인들만 돈을 버는 구조로 전락할 수 있다”며 “당장 다음 작기 농민들이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게 정부 차원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서 느낀 그동안의 정부 수급 대책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성 회장은 “양파를 예로 들면 지난해 3월 정부가 수매 물량을 방출해 양파 가격이 지지가 되지 못했다”며 “정부 비축 대책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도 필요하고, 격리 물량을 과감히 폐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규모 작목은 정부 관심 밖 설움”
양재명 한농연의령군연합회장/수박·멜론·호박 재배

“대체작목을 키우라면서 정작 대체작목은 규모가 작아서 그런지 가격이 폭락해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습니다.”

양재명 한농연 의령군연합회장은 “지난겨울 한 통에 500원짜리 수박도 팔아봤다”고 회상하며 작금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양 회장은 “이상기후로 인해 농사짓기가 정말 어려워졌다. 겨울수박을 하고 있는데 겨울철 흐린 날이 지속되고 겨울 장마도 와 꽃이 피지 못하는 등 흉작이 이어져 수박 값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쥬키니 호박도 생산비도 건지지 못해 폐기하는 지경까지 이르러 올해는 호박 농사를 접으려 한다”고 말했다.

양 회장을 비롯한 겨울수박·쥬키니호박 농가를 더욱더 옥죄는 건 이들 작목이 전국적으론 소규모 작목이라는 데 있다.

그는 “아무리 우리의 어려움을 전하려 해도 규모가 작은 작목은 대책은커녕 현장 목소리도 전달되지 않는다”며 “정부에서 과잉 생산에 따른 대체작목을 재배하라 하지만 대체작목이 될 수 있는 소규모 작목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양 회장은 “수박의 경우 수입과일과의 경쟁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고, 소비 둔화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우리 지역에서 100여동의 하우스가 도산했다”며 “적어도 최저 생산비는 정부와 지자체가 보장을 해줘야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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