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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플랜 핵심은 중소가족농 주도 먹거리체계 구축”제5회 월례 농촌복지토론회/푸드플랜 지향점과 쟁점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 한국농촌복지연구원이 지난 18일 개최한 제5차 월례 농촌복지토론회에서 윤병선 교수는 중소가족농이 지역농업을 바꾸는 푸드플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관행유통서 배제된 중소가족농
자율·공익성 바탕 '조직화' 
지역농업 바꿔내는 주체로

지자체 연구용역 판박이 '걱정'
지역별 특성·고민 분명히 담고
속도 조절, 성공사례 만들어야


“푸드플랜은 단순한 먹거리계획서가 아니다. 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먹거리 체계를 농민, 그 중에서도 중소가족농이 주도하는 대안적 먹거리체계로 바꿔내는 운동이다.”

한국농촌복지연구원(원장 최경환)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에서 제5차 월례 농촌복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푸드플랜의 지향점과 쟁점’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윤병선 건국대학교 교수는 ‘관행유통경로에서 배제된 중소가족농이 스스로 자율성과 공익성을 확보하고 조직화를 바탕으로 지역의 농업을 바꿔내는 주체가 되는 것이 푸드플랜의 핵심’임을 거듭 강조했다.

윤 교수는 최근 양파가격 폭락을 예로 들며 “현재 전체 양파농가의 54.2%가 재배면적 0.1ha 미만의 영세농”이라며 “이 물량만이라도 중앙 유통체계가 아니라 지역유통체계 속에서, 아니면 학교급식이나 공공급식 같은 공적인 영역 속에서 소화된다면 가격폭락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전남 화순군 도곡농협 직매장 이야기도 꺼냈다. “로컬푸드 직매장에 가보니 일반시장에선 구매할 수 없는 잡곡들이 진열돼 있었다. 할머니들이 시집올 때 가져온 것들인데, 판매가 가능하니 하나 둘 매장에 들고 나온 것이다. 이렇게 중소농가가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경로가 만들어지면, 사라지고 있는 토종종자들도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다.”

윤 교수는 푸드플랜의 지향점과 관련, 생태적 지속가능성-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두개의 큰 축으로, 여기에 △민-관, 민-민, 관-관의 협치, △중소농·여성농·고령농·귀농인에 대한 배려, △농촌과 도시지역의 먹거리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의 가치를 담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컬푸드 운동이 ‘얼굴있는 농산물’을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관계시장 구축에 중점을 뒀다면 푸드플랜은 이를 기초로 먹거리의 생산-가공-유통-소비-재활용은 물론 취약계층에 대한 먹거리 기본권, 먹거리 복지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라는 것.

현재 서울시 먹거리시민위원회 기획조정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윤 교수는 “로컬푸드 운동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면 서울시의 도농상생 공공급식은 불가능했다”고 단언했다. 로컬푸드를 기반으로 생산자 조직화를 이룬 완주와 같은 생산지가 있었기 때문에 생산지와 소비지를 1:1로 매칭, 친환경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서울시의 도농상생 공공급식이 가능했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인구 1000만명에 육박하는 대한민국 서울이 어떤 먹거리를 어떻게 확보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규모의 경제에선 시장에 뒤질 수밖에 없지만, 범위의 경제를 통해 경쟁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는 통합적 먹거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공공급식센터는 단순한 물류센터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 유통적 관점으로 센터를 고민하다보니 저온저장고 얘기만 한다”며 “센터는 학교급식, 공공급식, 먹거리 복지를 총괄하는 통합적 컨트롤타워로서 지역의 중소가족농을 조직화하고, 이들이 기획생산과 계약재배로 나아갈 수 있는 틀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지자체마다 추진하고 있는 푸드플랜 연구용역에 대한 걱정도 덧붙였다. “지자체 푸드플랜 연구용역의 60~70%를 한 업체가 독식하면서 지역내 주요 생산자단체에 대한 면담 한 번 없이 판박이로 찍어내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푸드플랜은 먹거리 계획서가 아니다. 생산농가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 지역내 먹거리 취약계층이 누구이며, 이들에게 어떤 먹거리를 공급할 것인지, 지역의 고민을 담아내야 한다”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박민선 전 농협대학 교수는 “기존의 시장행위자들의 행동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처음에 조직된 생산자, 조직된 소비자들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먹거리의 70~80%가 수입농산물인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구체적인 목표를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지역 살리기가 아닌, 대도시에 먹거리를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의 문제로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내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사회적·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공공부문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푸드플랜에 기반한 공공급식체계 구축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제도화가 진행되다 보면 늘 문제가 생긴다. 로컬푸드가 직매장 사업 위주로 왜곡된 것처럼, 푸드플랜도 사업에 쫓겨 급하게 하다보면 중요한 것들을 건너뛰고, 가지 말아야 할 방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정부 3~4년 사이 푸드플랜을 갑자기 확대할 수는 없다. 가능성을 촘촘히 점검하고, 바람직한 방향, 성공사례들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윤병선 교수는 “푸드플랜이 농업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푸드플랜을 기반으로 중소가족농이 배제되지 않는 먹거리 선순환 체계를 고민해내고, 다양한 사회적 농업 모델들을 시도하다보면 망가져버린 농업·농촌의 생태계를 복원해낼 희망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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