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수도권의 지금 있기까지 희생한 농촌
인구 양극화 심화로 소멸 위기 처해
지역 균형을 위한 서울시장 역할 기대


올해는 날이 유난히 빨리 더워지고 있다. 7월 첫 주 기온이 기상예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더웠다고 한다. 또 중부지방은 장마가 되어도 비가 제대로 안와서 저수지와 개울이 바닥을 드러낸 곳도 있다. 이런 애타고 목마른 더위가 한창일 때 시원한 폭포수 같은 얘기를 해야 하는데, 여전히 우리 농업과 농촌에 시원한 빗줄기 같은 얘기를 찾기는 어려운 듯 하다.

안타깝게도.

지난 해에 한국고용정보원은 우리나라 인구가 2028년이면 정점에 도달할 거라고 예측하였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통계 추이를 보면 2016년 1.18명, 2017년에는 1.05명 그리고 지난 해에는 0.95명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인구가 최고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예측보다 더 빠른 2020년대 초반으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인구 예측은 모든 지역에서 균등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과 대도시로부터 먼 지방과 농촌지역에서는 인구 감소가 이미 시작되었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균형은 무너진 지 오래고 수도권과 경부축에 전체 인구의 70%가 몰려 사는 인구 양극화로 지방은 소멸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는 일이 농업 농촌 관련 연구이고 또 이 란을 빌려 시평을 쓰다보니 모든 일을 농업과 연결해 생각해 보게 된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얼마 전에 차기 대통령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서울시장 취임 1주년 기념 기자단 초청만찬에서 차기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고 한다.

아직 대통령 선거가 3년 가까이나 남아있는데 벌써 출마선언이라니 하는 의아함도 있지만 기왕 큰 길에 나서셨다니 지역 균형을 위해 서울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보시길 기대한다. 그런데 박시장이 주력으로 펴고자 하는 정책 중 하나가 임대주택단지 확보라고 한다. 박 시장은 남은 임기동안 주거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정책에 올인하겠다고 했다.

남은 3년의 임기가 끝나면 “서울에 380만호의 신규주택이 생기고 신혼부부에게 수혜가 많이 가도록 해서 신혼부부 2쌍 중 1쌍은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민들의 주거 문제가 불안해 임대계약기간이 끝날 때 마다 전전긍긍한다면 행정책임자로서 이를 해결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인구 불균형과 비대칭 구조에서 서울의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면 더 많은 젊은이들이 서울로 몰리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농촌과 지방은 그동안 서울과 수도권의 지금이 있기까지 엄청난 희생과 지원을 해 왔다. 자기 지역 출신 학생들이 서울과 수도권의 명문대학에 입학하면 장학금을 지원하며 공부시켜왔다. 지금도 서울 명문대에 입학하면 축하 플래카드도 붙이고 장학금과 기숙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공부시킨 지역의 인재들은 모두 서울과 수도권의 성장에 기여했지 고향의 발전은 외면하여 왔다. 선거철이 되면 표를 구걸하거나 심지어는 아예 지역으로 내려와서 지역에서 꾸준히 터를 닦고 성장한 지역인재를 밀어내고 출마를 하기도 한다.

지방과 농촌은 지금까지 이렇게 희생되어 왔다. 박시장은 서울의 청년과 신혼부부의 보금자리 뿐 아니라 지방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도 수도권 시·도지사들과 함께 정책적 배려를 해주시길 바란다.

농촌지역의 고령농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해서 서울을 키우는데 기여한 분들의 마지막 생애 자존감을 유지시켜 주고 청년농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농촌에도 임대주택단지를 만드는데 예산의 일부를 할애하시면 좋겠다. 서울, 경기, 인천 세 곳의 지자체 예산 중 적어도 10%만 지역균형을 위해 사용한다면 지방이 지금처럼 하릴없이 무너지는 것을 지연시키고 회생의 동력을 만드는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지난 40~50년 동안 각종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여 지방이 수도권을 키우는데 기여하였다면 이제는 서울과 수도권이 지방을 살리는데 힘을 쏟기를 바란다. 세금으로 다 하기 어려우면 기부금 형태의 고향세라도 만들어 지방과 공존하는 정책을 세워보시길 요청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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