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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특위 ‘지각 출범’···정부·국회가 주도하면서 ‘농민 소외’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주목받지 못하는 공익형직불제 왜?

농특위 만들어 개편 논의한다더니
관련법 제정에만 1년 8개월 허비
정부·여당 먼저 나서며 농민은 뒷전

‘쌀변동직불제 폐지’ 전제로 논의
농민·생산자단체 거센 반발 초래
구체적 운용 방안·예산도 ‘깜깜이’


시장개방에 따른 경쟁력 제고 중심 농정의 대안으로 제기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농정 공약과제로 공익형직불제 도입이 예고된 지 2년 2개월이 지났다. 여당과 정부는 내년부터 공익형직불제를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이해당사자인 농민과 농민단체의 반응은 시큰둥한 것으로 보인다. 왜일까?

▲뒤 늦은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출범=농민·생산자단체 관계자들은 우선 공익형직불제로의 농정전환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원인 중 하나로 뒤 늦은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이하 농특위)의 출범을 꼽는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농정공약 작업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농정패러다임을 경쟁력 중심에서 공익형직불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종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100대 정책과제에 포함되면서 문 정부의 또 다른 농정공약이었던 농특위에서 이를 논의하기로 했었다.

당시 문재인 캠프 농정공약 마련에 참여했던 한 인사에 따르면 농특위를 별도의 법을 제정해 구성할 것인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일단 대통령령으로 구성할 것인지를 두고 캠프 참여자들 간에 이견이 있었고, 결국 법 제정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법 제정 후 농특위를 구성하고, 구성된 농특위에서 공익형직불제를 논의하기로 한 것.

문제는 농특위법이 제정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농특위법이 국회를 통과된 것은 지난해 12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1년 8개월이나 지난 시점으로 사실상 농민·생산자·시민사회단체 중심의 공익형직불제 논의에 힘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은 쌀변동직불제·쌀 목표가격제도를 폐지하고 밭직불제 등과 기존 농업관련 직불제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공익형직불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이와 관련된 법률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직불제 개편행보를 이어갔다. 정작 정책대상자인 농민과 이해의 주체인 시민사회의 의견을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하자는 게 '농특위에서 논의하자'는 이유 중 하나였는데, 정부와 국회 주도로 개편행보가 이어진 셈이다.

특히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점은 정부와 여당이 가용한 재원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면서  정작 정책 대상자인 농민·생산자단체의 의견수렴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 사실상 공익형직불제로의 전환과 관련된 의견수렴은 농식품부 차원에서 진행됐으며, 그마저도 접점을 찾지 못해 상당기간 논의가 중단되기까지 했었다.

이에 대해 당시 문재인 캠프 참여자는 “공익형직불제로의 전환이란 것이 단순히 예산을 확보하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그간 지속돼 온 경쟁력 중심의 농정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따라서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농업부문과 시민사회 부문, 그리고 해당 부처가 참여하는 농특위를 구성해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했던 것”이라면서 늦어지는 농특위 출범에 대해 우려했었다.

이 참여자는 특히 “탄핵 이후 들어선 정권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야당이 문재인 정부의 주요 농정공약 중 하나인 농특위법을 통과시키는데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분명했는데 법을 제정해 농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판단착오라고 본다”면서 “결국 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정책대상자의 의견과 시민사회단체의 합의보다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으로 공익형직불제로의 개편논의가 진행된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출발에서부터 꼬인 공익형직불제=정책대상인 농민·생산자단체로부터 공익형직불제로의 전환 논의가 관심을 끌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부가 제기한 공익형직불제로의 전환 논의가 쌀변동직불제의 폐지를 전제로 했었다는 점이다. 공익형직불제로의 전환 의도가 쌀변동직불금으로 지급되는 재정을 아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농민·생산자단체에서는 반대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궤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 대목이다.

특히 쌀변동직불제의 폐지는 쌀목표가격제도의 폐지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단체들의 반발은 컸으며, 여전히 공익형직불제로의 전환 논의에서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농민·생산자단체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만약에 올 수확기 쌀값이 떨어지면 공익형직불제로의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유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익형직불제로의 전환의 핵심이 바로 쌀변동직불제와 쌀 목표가격을 없애는 것인데 만약 쌀값이 떨어지게 되면 이를 폐지하기 어렵고, 따라서 공익형직불제로의 전환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떻게 운용될 지도 몰라=또 다른 문제점은 공익형직불제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안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정부가 밝힌 공익형직불제의 윤곽은 논과 밭으로 구분해 차등지원 되는 고정직불금을 논·밭 구분 없이 농지를 대상으로 같은 금액을 지원하겠다는 것과 소농을 대상으로는 직불금을 늘리고, 대농은 직불금을 줄인다는 게 골자다. 여기에 비료나 농약 등을 덜 쓸 경우 추가직불금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전환을 예고한 공익형직불제의 예산이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것으로 꼽힌다. 정책대상자인 농민·생산자단체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대목.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어떻게 운용될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예산이 얼마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이렇게 불안하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들이 이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간 진행돼 온 공익형직불제 논의에 대해 농업계 한 원로는 “공익형직불제로의 전환은 단순히 ‘직불금을 어떻게 준다, 얼마나 준다’의 의미가 아니라 그간 경쟁력 중심으로 추진돼 오던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향후 20년 30년 농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문제에 대한 논의가 현재처럼 진행돼서는 안되며 사회각층의 다양한 의사와 합의를 반영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농특위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되지 못했다는 점은 농업계로서는 참으로 아쉬운 점”이라면서도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정책 목표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밀어붙이다 보면 또 결국 다른 문제점을 낳게 된다”고 조언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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