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구태여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논하고 싶진 않지만, 수출통합조직과 관련해선 ‘소통’과 관련된 얘기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최근 수출통합조직과 관련된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많은 제보를 받았다. 농식품 수출업계 관계자들은 근절되지 않는 덤핑수출과 보조금 나눠먹기 관행 등 많은 문제점을 털어놨고, 그때마다 소통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묻어났다.

“수출선도조직과 달리 수출통합조직은 추진과정에서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공동정산의 경우 대부분 반대를 했는데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등 대체로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의 강압적인 태도와 정책추진 방식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깊었다.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통합조직화’라는 정책 특성상 과감한 결단이나 추진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실제로 파프리카의 경우 농식품부의 정책방향에 부합하는 성공모델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신선농산물이 파프리카처럼 성공할 수는 없다. 수출금액도 다르고, 무엇보다 구성원 간 신뢰 등 조직화 수준에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품목별 특성에 맞는 통합조직을 고민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한 수출통합조직의 감사보고서는 현재 농식품 수출조직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통합조직 인센티브는 2024년 이후 수출물류비 지원 중단에 따른 수출경쟁력 하락에 대한 대책강구를 위해 지급되고 있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5년 이후 지속가능한 수출을 위한 대책강구에 쓰여 지는 사업비가 전무한 상태다.”

올해는 수출선도조직이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고, 사실상 수출통합조직의 원년이다. 농식품부는 지금이라도 농식품 수출조직과 관련된 정책을 되돌아보고,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2024년 수출물류비 지원 폐지까지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이기노 국제부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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