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정착 장기 프로그램 필요…농지·주택 공급 방안 마련해야"

[한국농어민신문 이동광 기자]

전국 100만 농업경영체 중에서 40세 미만의 젊은 청년은 1만 명에도 못 미치는 현실을 감안하면 청년농 육성정책도 틀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어려워 보인다. 그동안 청년 장기귀농교육생들이 느끼는 애로사항과 창업농을 꿈궜던 청년을 통해 농촌 정착의 어려움을 살펴봤다. 이에 예비 청년농의 체계적인 육성을 위해 무엇이 뒷받침 돼야 하는지 귀농교육현장의 전문가와 젊은 청년, 청년농 육성 연구에 주력해 온 연구자들 조언을 들어본다.


"3~4명씩 짝지어 농촌 적응 도와야"

마을 주민과의 공동생활 교육 
농지 시세 등 정보 제공 중요

▲유지황 팜프라 대표=유지황 대표는 청년들이 농업·농촌으로 들어올 때 자신의 능력 안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청년 기업을 설립해 이동식소형 주택 공급 사업에 뛰어들었다. 소형주택사업은 도시청년들이 농촌이라는 낯선 곳으로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공동거주 공간을 마련한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유지황 대표는 “도시에서 온 청년들은 농사를 지어서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고 어디로 판매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라며 “더구나 혼자 가기 두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정착 초기에는 3~4명씩 그룹을 이뤄야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청년은 육체노동을 통해 농촌 생활에 적응 가능한지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지황 대표는 “소형주택 교육 프로그램 속에서 육체적인 노동이 이뤄지는데 이러한 체험하는 것은 과연 육체노동을 할 수 있는지 알아가는 시간이다”라며 “농사든 집짓기든 해 봐야 한다. 안 맞으면 과감하게 포기해야 하는데 청년 스스로 농업·농촌에서 적응 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한 기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년들이 마을에서 주민들과 공동생활을 하려면 관계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유지황 대표는 “청년과 마을주민들이 관계를 맺으려면 개인의 삶을 어떻게 존중해 주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 익숙해야 한다”라며 “이것은 서로 교육을 통해 배우고 익혀야 하는데 정부 정책은 하드웨어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역에 정착하려는 청년들에게 농지나 주택, 일자리 등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유지황 대표는 “청년들이 농촌에 빨리 정착하려면 농지, 주택 등 지역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받아야 하는데 정보제공 주체가 미흡하다”라며 “청년들이 당장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나 농지 거래가격 등 정보를 조사해서 알려줘야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6개월 교육 끝나도 지원 계속돼야"

자식에게 농지 상속하기보다
농사 짓는 사람에게 전수돼야

▲강창국 빗돌배기농어촌체험휴양마을 대표=2018년부터 청년 장기귀농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강창국 대표는 교육생들을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 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창국 대표는 “장기귀농교육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나름대로 의지를 가지고 농사를 짓겠다고 결정했다고 봐야 한다”라며 “그런 의지로 정책에 참여한 만큼 정부가 올바르게 길을 안내해서 농업·농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정책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그는 장기귀농교육생에게 주어진 현실적인 정책적 혜택은 전무한데다 심하게 평가하면 가혹한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강창국 대표는 “교육생 선발 기준이 자가 농지를 소유하지 않은 청년들 위주인데, 뒤집어보면 농촌에 경제적 기반이 전혀 없는 도시 청년들이라고 봐야 한다”라며 “그런 청년들을 6개월 교육시킨 다음 스스로 농촌에 정착해야 하는데 후속 지원이 거의 없어 과연 몇 명이나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에 강 대표는 장기귀농교육생들에게 우선적으로 농지를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장기교육 이후 정책자금 지원을 받는다고 하지만 농지를 구입하려고 해도 농지은행에 좋은 물건을 찾기 어렵다”라며 “더구나 예산이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충분한 자금을 대출하기도 어렵고, 그나마 담보를 제공해야 대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장기귀농 청년에 대해서는 우선순위에 두고 집중적인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후계농과 예비 청년농에 대한 별도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창국 대표는 “후계농이 청년창업농 분야에 지원을 받다보니 예비 청년들이 경쟁에서 밀리고 정착 기회를 놓치고 있어 정책 분리가 필요하다”라며 “후계농은 정부에서 지원하지 않더라도 정착에 큰 어려움은 없다. 후계농 육성은 별도 정책으로 추진해야 청년 육성정책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예비 청년농의 정착을 보다 활성화하기 농지 제도의 변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강창국 대표는 “농지는 자식에게 재산으로 상속되는 것보다는 농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주는 체계로 가야하며, 소유가 아닌 경영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며 “국가가 매입해서 임대하던지,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에게 전수되도록 제도 개선을 이뤄야 새롭게 진입하는 청년들이 생활 터전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정책 활용, 생활 자금 지원을"

지역의 농지·주거환경 등 맞게
지자체별 육성 계획 마련해야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청년농 육성 정책 연구에 매진해온 마상진 연구위원은 청년농 육성의 당위성에 대해서 공감하면서 정작 기초자치단체나 지역에서 인력부족의 심각성만큼 정책을 펼치지 못한다고 진단한다. 현재 중앙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육성 정책을 마련했으나 지자체가 정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상진 연구위원은 “중앙정부가 현장의 실정에 맞춰 정밀한 정책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 청년농 육성 체계는 지역의 농지와 주거 환경에 맞게 지역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며 “이에 기초자치단체가 중앙정부나 광역단체의 정책은 무엇인지 파악한 다음 지역중심의 청년농 육성을 위한 기본방향 및 계획, 시행 등을 해줘야 하는데 미흡한 부분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청년농에게 기본 생활자금의 필요성에 대해서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정책과 연계해서 자체적인 예산을 조금만 투자하면 일정부분 해결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농촌지역에 유입된 청년들이 농지나 주거시설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기본 생활자금은 중요한 버팀목이 된다는 것이다.

마상진 연구위원은 “지금은 자치분권 시대여서 정부가 특정 사업에 사용하도록 예산을 편성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결국 정부 정책과 연계해서 예비 청년농이 유입되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청년들이 참여하도록 체계화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본 생활 자금지원 방안으로 농촌진흥청의 선도농가 실습지원,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 및 귀농귀촌센터 등을 활용하면 된다고 분석한다.

마상진 연구위원은 “선도농가 실습지원사업은 청년에게 5개월간 80만원을 지원되는데 우선 지자체가 1년까지만 지원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자”라며 “그리고 영농정착지원사업으로 이어지도록 해주면 자연스럽게 생활자금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 연구위원은 “이렇게 하면 자치단체는 큰 예산 투입 없이 경영체 등록 이전 단계의 예비 청년농을 육성할 수 있다”라며 “더불어 지자체가 지역농민들과 청년 유입을 위해 농지와 주거지 공급 방안에 대해 합의해 내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며, 궁극적으로 그 역할은 농업회의소에서 담당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끝>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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