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매년 쌀 소비가 줄고 있다. 작년 1인당 쌀 소비량은 61kg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의 쌀 소비량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매년 식료품이나 음료 제조에 쓰이는 가공용 쌀 소비량은 늘고 있다. 2014년 1인당 10.5kg에서 2018년 14.6kg으로 39% 이상 증가했다. 특히 작년에는 쌀면류 소비량은 33%, 간편식인 즉석밥과 편의점도시락 소비량은 29% 늘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간편한 한 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전통적인 집밥에서 업체가 제조한 가공용밥을 먹는 방식으로 쌀 소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쌀은 일반적으로 멥쌀와 찹쌀로 구분한다. 국내 쌀 생산량의 대부분은 멥쌀이며 찹쌀은 5% 내외이다. 쌀의 주성분인 녹말은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이라는 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멥쌀은 보통 아밀로스가 20% 정도이고 나머지는 아밀로펙틴이다. 찹쌀은 아밀로스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아밀로펙틴으로 되어 있다. 이 두 가지 성분의 함량 차이가 멥쌀과 찹쌀의 차이를 나타낸다.

쌀을 멥쌀과 찹쌀로 구분하던 쌀 시장에 최근 신개념의 쌀이 등장하고 있다. 아밀로스 함량을 10% 수준으로 낮춘 저아밀로스 쌀과 25% 이상으로 높인 고아밀로스 쌀이 바로 그것이다. 저아밀로스 쌀은 중간찰벼라고도 불리는데, 대표 품종은 ‘백진주’와 ‘미호’가 있다. 밥맛이 매우 좋을 뿐만 아니라, 찰기가 우수하고 식어도 노화가 잘되지 않아 김밥이나 도시락용으로 안성맞춤이다. 한번 맛본 소비자들의 재구매율이 높아 ‘백진주’는 경북 안동에서, ‘미호’는 충북 청원에서 명품 쌀브랜드로 정착하고 있다. 고아밀로스 쌀은 찰기가 부족해서 한국인의 입맛에는 맞지 않으며,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생산·유통된다. 멥쌀가루나 찹쌀가루는 국수를 만들기 어렵지만 고아밀로스 쌀은 쌀 가공품을 만드는데 매우 유리하다. 베트남과 태국에서 쌀국수가 발달한 것도 이런 이유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가공 특성이 우수한 고아밀로스 쌀 품종이 개발, 보급되고 있다. ‘새고아미’와 ‘팔방미’는 쌀국수용 품종이며, ‘새미면’은 쌀파스타용 품종이다. 외국산이 대부분이던 쌀국수 시장에 국내산 쌀로 만든 제품이 출시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업체 입장에서는 국산 원료의 단가가 높다는 단점은 있지만, 품질을 경쟁력으로 제품을 차별화하고 있다.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해법은 소비자가 쌀을 편리하게 소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밀이 쌀보다 더 많이 소비되는 이유는 통밀 그 자체로 먹는 것이 아니라, 빵, 쿠키, 국수, 파스타 등 다양한 가공제품 형태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공에 적합한 용도별 벼 품종을 개발하고, 먹기 편한 쌀 가공제품을 만드는 기술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데워서 먹는 즉석밥, 냉장밥, 냉동밥의 밥맛에 맞춘 품종 개발로 차별화하고, 반죽이 잘되는 쌀가루용 품종과 가공기술도 제품에 맞게 다양해져야 한다. 앞으로 저아밀로스 쌀과 고아밀로스 쌀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가공용밥과 쌀 가공제품을 만드는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고종민/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논이용작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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