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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 사이···내부 갈등 심화 속 ‘무늬만 통합’ 우려농식품 수출조직 이대로 괜찮나 <하> 현장 목소리

[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수출통합조직은 ‘한국형’이란 단서가 붙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스프리(Zespri)’를 지향하고 있다. 제스프리처럼 수출창구를 단일화해 과당경쟁을 막고, 품질관리를 통한 공동브랜드로 수출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수출통합조직은 태생적으로 수출창구 단일화가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제스프리는 생산자 중심의 협동조합인 반면, 수출통합조직은 생산농가와 수출업체들이 지분만 참여한 주식회사 형태인데다, 실제 수출은 통합조직에 참여한 회원사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한 ‘무늬만 통합조직’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농가·수출업체 지분만 참여
‘주식회사’ 형태 수출통합조직
실제 수출은 회원사 개별 진행

농식품부, ‘공동정산’ 근거 마련
회원사 간 거래정보 공개로
덤핑수출·과당경쟁 막는다지만
과한 서류작업 등 반발도 거세 

품목별 운영실태 ‘들쭉날쭉’
맞춤형 통합조직 필요성 제기
공동브랜드 하향평준화 우려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식품 수출통합조직 육성사업 운영지침’을 개정해 ‘공동정산’ 근거를 새롭게 마련했다. 생산자와 통합조직, 수출업체 3자간 수출대금 정산·지급에 관한 약정을 체결하고, 통합조직을 통해 수출물량 공급 및 대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통합조직 회원사 간 거래정보가 공개되면 덤핑수출 등 과당경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농식품부의 생각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공동정산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다. 물류비 지원신청을 위한 서류작성 등 행정업무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반 수출업체의 경우 수출신고필증과 B/L 등 2가지 서류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제출하면 물류비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버섯 수출통합조직 회원사의 경우 △구매(발주)확인서 △대금 이체증 △출하 내역서 △세금계산서를 추가로 제출해야 하고, 이마저 통합조직을 거쳐야만 한다.

수출업체 관계자는 “올해부터 공동정산이 시행되면서 추가적인 서류작성 등으로 인한 행정부담은 물론, 월말에 지급됐던 물류비가 보름 이상 늦어져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특히 aT로부터 물류비 지원을 받은 후 농가에 대금지급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지금은 대금 이체증이 없으면 물류비 신청을 못해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공동정산으로 덤핑수출을 막을 수 있다는 농식품부의 설명에 대해서도 수출업체들은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수출신고필증과 입금증을 일일이 대조해 확인해야 하는데, 빠져나갈 구멍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수출업체 관계자는 “대금정산의 경우 여러 건이 묶여서 이뤄지거나 일부만 늦어질 수도 있고, 클레임이 걸리면 뒤죽박죽 다 섞이기 때문에 회계전문가도 덤핑수출을 찾아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또한 수출신고필증을 수출업체가 직접 만들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덤핑수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덤핑수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수출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나눠주는 관행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인센티브를 많이 가져가니까 덤핑수출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aT 관계자는 “덤핑수출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수출통합조직에 공동정산이 도입됐는데, 거래금액도 크고 서류도 복잡하다는 의견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향후 관세청과 연계하는 등 행정서류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출통합조직은 품목별 온도차가 있기는 하지만 극심한 내부갈등을 겪고 있다. 생산농가들과 수출업체들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가 지난 5월 실시한 수출통합조직 운영실태 점검결과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파프리카 수출통합조직인 코파의 경우 일부 보완 정도의 합격점을 받은 반면, 케이머쉬(버섯)와 케이베리(딸기)는 조직 불안정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어 집중관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내부 갈등으로 인해 품질관리·마케팅·R&D 등 전반적인 사업추진이 부진하며, 통합조직이 정산업무만 수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품목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통합조직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출업체 관계자는 “수출통합조직에 대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품목별로 특성이 다 다른데 이상적인 모델만 갖고 와서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보면 통합조직은 공동정산을 통한 수수료로 운영돼야 하는데, 수출금액이 큰 파프리카는 가능할지 몰라도, 다른 품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통합조직이 추구하는 공동브랜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수출업체 관계자는 “신선농산물은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품질을 균일하게 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버섯의 경우 지역마다 농가마다 생산하는 버섯 품종과 품질이 전부 다르고, 자칫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과거 농식품부와 aT가 추진한 수출농산물 공동대표브랜드 휘모리가 실패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오히려 통합조직 회원사들이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우리 신선농산물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2024년 물류비 지원 폐지를 대비한 통합조직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재 몇몇 통합조직은 내부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공동정산의 경우 행정적 부담 등 불만이 나오고 있지만, 향후 덤핑수출 방지 효과와 더불어 정보 공유를 통한 회원사간 신뢰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최우선적으로 보조금 나눠먹기 관행을 확실하게 근절하는 방안을 고민 중에 있고, 7월 중 워크숍을 통해 R&D 등 통합조직의 사업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 통합조직이 사업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끝>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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