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지난 3월 아들 입학식에 갔다. 부모들이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자녀를 바라본다. 손에는 어김없이 꽃다발이 있다. 하지만 생화는 볼 수 없었다. 요즘 유행하는 인형을 중심으로 한 알록달록한 조화가 있을 뿐이다. 그마저도 입학식이 끝나면 고이 모셔두었다가 둘째 때 재사용한다고 한다.

예쁘지만 언젠가 말라버리는 쓰레기 취급을 받기엔 장미, 국화, 백합, 후리지아 등 우리 꽃은 너무 아름답다. 다양한 품종과 재배기술, 그리고 세계시장에서도 견주어 밀리지 않는 화형과 화색을 갖고 있다. 향기와 꽃이 주는 심리적인 만족감은 다른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다.

유럽 등 화훼선진국에서 꽃은 생활의 일부이다. 일본이나 네덜란드 등에서는 70%이상이 가정이나 사무실 장식용으로 꽃이 소비되고 있다. 세계 화훼시장의 52%를 차지하는 네덜란드 튤립은 네덜란드 국민의식이 만들어낸 산물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화훼소비액은 1만 4000원 정도이다. 그에 반해 유럽은 우리나라의 10배 이상인 10만원∼16만원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승진, 생일, 화환 등 선물위주의 소비가 전체 화훼소비의 85%에 해당된다. 그렇기에 연중 12월∼5월에 화훼류의 소비가 거의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조화나, 꽃을 재사용하는 것으로 인해 문제가 심각한 현실이다.

반면 유럽의 국민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꽃과 함께 하는 문화를 즐긴다. 특별한 날이어서가 아니라, 삶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가정에 가드닝을 만들고 꽃을 구매하는 일상 속 화훼소비의 비중이 생산량의 60%에 달한다. 꽃의 수요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꽃과 관련된 전후방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종자나 종묘와 관련된 산업이 함께 성장하고, 관련 연구개발사업도 활발해지게 된다. 또한 화훼 유통업, 포장, 실내장식 소품관련 산업까지 꽃과 관련된 산업의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

꽃은 심리치료에도 이용될 만큼 사람에게 주는 기쁨이 크다. 꽃의 종류에 따라 각각의 향기는 교감신경에 직접 작용해 흥분된 신경을 억제하고 혈압을 정상 수치로 되돌려 주는 효과가 있고 긴장감을 풀어주며 불면증에도 좋다. 또한 가정이나 사무실에 두었을 때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심신을 편안하게 해준다.

화분은 습도를 조절해주고 공기를 정화해주며, 인테리어 효과 역시 톡톡히 한다. 혹시 쉽게 시들어 버리는 장미가 안타까웠다면 키우기도 쉽고 자리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 조그마한 꽃기린 화분하나 사서 식탁위에 두어 보면 어떨까? 절화류 이외에 작은 분화류나 공기정화 효과의 식물을 키우는 것도 시도해 볼만 하다.

꽃을 보러 다니는 것도 좋지만 일상 속에 꽃을 초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 아닌 특별하지 않은 날 일상에서 나를 비롯한 가족 및 이웃에게 드리는 꽃이 주는 기쁨은 생각보다 클 것이다.

한지희/경기도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