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좋은 정책이 있으면 뭐해, 홍보가 제대로 안 되거나 혹시나 알게 돼도 지원서 한 장 내려면 쓰라는 것도 많고 원하는 문서도 많아서 참여를 잘 안 하게 돼.” 현장에서 여성농업인을 취재하며 정부 정책에 대해 물으면 가장 많이 돌아오는 답변이다. 현재 농촌의 여성농업인 대부분은 50~70대로 가사와 농사일을 병행하며, 농번기에는 화장실에 갈 시간조차 부족하다.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하기 힘든 이들에게 여성농업인 관련 정부 정책은 그저 먼 나라 이야기다. 대부분의 정책 신청기간이 농번기에 집중돼 있고, 익숙지 않고 복잡한 행정 시스템에 어려움을 느끼기에 정책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성농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 움직임 중 하나가 바로 ‘여성농업인 정책 코디네이터’ 육성 및 도입이다. 강혜정 전남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여성농업인 정책 코디네이터는 각 시도 농업기술센터에 상주하며 중앙 또는 지방 정부와 여성농업인 사이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구체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펼치는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을 지역 곳곳에 돌아다니며 여성농업인들에게 보다 쉽게 설명해주고, 서류 작업을 대행해준다. 또 여성농업인들의 현장 의견을 수렴해 지자체나 중앙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여성농업인 정책 코디네이터가 지자체에 정착되면 그동안 꾸준히 불만이 제기됐던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의 연속성과 지속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여성농업인 정책 코디네이터를 지역의 여성농업인을 채용해 육성하면 좀 더 친밀감 있게 여성농업인들에게 다가가 기존 공무원들이 파악할 수 없는 세세한 부분까지 알 수 있는 장점도 존재한다. 더불어 농촌에 정착하는 청년여성농업인들에게는 훌륭한 멘토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지역의 여성농업인과 연결고리 역할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비용과 인원 문제로 여성농업인 전담팀 구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여성농업인 정책 코디네이터 육성은 여성전담팀 구성의 좋은 임시방편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남은 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결단이다. 자화자찬 가득한 전시성 행사에 예산을 낭비하기보다,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이 농촌의 여성농업인들에게 잘 전달되고 또 이들이 잘 참여할 수 있도록 여성농업인 정책 코디네이터 도입 및 육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부디 가사와 농사일로 지친 여성농업인들이 정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안형준 기자 전국사회부 anhj@agrinet.co.kr
- 기자명 안형준 기자
- 승인 2019.06.25 18:06
- 신문 3116호(2019.06.28)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