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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제스프리’ 취지 무색···또 불거진 ‘덤핑수출’ 의혹농식품 수출조직 이대로 괜찮나 <상> 운영 실태

[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2024년 수출물류비 지원 폐지를 대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육성 중인 수출통합조직을 두고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형 제스프리’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실상은 ‘무늬만 통합’이란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일부 품목의 경우 수출통합조직이 꾸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덤핑수출은 물론, 보조금 나눠먹기 관행이 근절되지 않아 보완대책이 요구된다. 농식품 수출조직을 둘러싼 문제는 무엇인지 총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수출물류비 폐지 대비위해
파프리카·버섯·딸기 대상
지난해 수출통합조직 육성
포도·토마토도 준비 중

버섯서 ‘덤핑 신고’ 들어와
수출협의회 진상조사 진행


농식품부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 따른 2024년 수출물류비 폐지를 대비하기 위해 수출통합조직을 육성하고 있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감축되는 물류비 지원예산을 WTO가 허용하는 품질관리비 등 간접지원 형태로 전환, 수출통합조직을 육성해 ‘한국형 제스프리’를 만들겠다는 게 농식품부의 구상이다. 2018년 파프리카와 버섯, 딸기 등 3개 품목이 수출통합조직으로 지정됐으며, 현재 수출선도조직인 포도와 토마토 등 품목이 상위 단계인 수출통합조직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통합조직은 생산자와 수출업체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수출전문 통합마케팅 법인으로, 수출비중이 2/3 이상이며, 수출물량 및 가격, 품질 등을 자율적으로 통제·관리할 수 있는 조직이다.

그런데 최근 버섯수출과 관련된 불공정 거래행위(덤핑수출) 신고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접수, 해당 수출업체에 수출물류비 지원이 중단된 사실이 확인됐다. 버섯의 경우 지난해 3월 수출선도조직을 졸업하고 수출통합조직으로 지정됐지만, 덤핑수출 의혹이 또 다시 불거진 것이다. 농식품부와 aT가 덤핑수출 등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10여년 간 수출협의회와 수출선도조직를 지원해왔고, 특히 가장 높은 수준의 조직화 단계인 수출통합조직에서도 덤핑수출 의혹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큰 상황이다.

물론 수출협의회 차원에서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이번에도 별 탈 없이 지나갈 것이란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오고 있다. 수출물류비 지원사업의 시행주체인 aT가 덤핑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쉬쉬하며 사건을 덮어왔기 때문이다.


덤핑 걸려도 유야무야·실적 따라 지원금 나눠먹기 관행 여전

체크프라이스 이하 수출 시
물류비 지원서 제외되지만
aT는 물증 있어도 ‘쉬쉬’
덤핑수출로 제재 사례 없어

수출실적 따라 지원금 나눠
‘빈익빈 부익부’ 심각

수출물류비 폐지 준비는 뒷전
“성과가 없다” 한목소리


덤핑수출과 관련된 문제가 수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aT가 덤핑수출을 문제 삼아 수출업체에 제재를 가한 사례는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물류비 지원사업을 시행하는 aT가 오히려 농식품 수출조직의 발전을 가로 막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수출협의회에서 체크프라이스(수출가이드라인)를 시행해 온 게 10년이 넘었지만 덤핑수출은 계속되고 있고, 개인 사업자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잡아내는 것도 매우 어렵다”며 “무엇보다 확실한 물증이 있어도 aT에서 압박이 들어와 대부분 조용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덤핑수출을 막기 위해 수출조직과 관련 제도가 있지만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aT 관계자는 “현재 버섯수출과 관련 불공정 거래 신고가 접수돼 조사 중으로, 가격담합 여지가 있기 때문에 aT가 직접 개입하지 않고 수출업체 자율적으로 체크프라이스를 지키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체크프라이스 가격이하로 수출할 경우 물류비 지원을 하지 않고 있으며, 그동안 덤핑수출로 제재를 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 수출조직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금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농식품부는 수출통합조직 중심의 지원을 통해 조직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고, 이에 따라 기본물류비 외에도 ‘기반육성사업비’와 ‘수출활성화인센티브(수출물류비 추가)’를 지원하고 있다. 기반육성사업비의 경우 수출선도조직은 4000만원~3억원(보조 80%), 수출통합조직은 5000만원~8억원(80% 보조)이 지원되고, 수출활성화인센티브도 수출선도조직은 표준물류비의 2~8%를, 수출통합조직은 표준물류비의 6~10%를 지원 받는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지원금의 상당액을 회원사들이 수출실적에 따라 나눠먹기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본지가 입수한 ‘2019년도 케이머쉬(버섯 수출통합조직)’ 정기 주주총회 자료를 보면 2018년 통합조직 인센티브 총액 24억9800만원 중 인건비 경비 및 자체사업 자조금 적립을 제외한 15억3600만원을 회원사에게 수출실적에 따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활성화인센티브는 △품질개선 △연구개발(R&D) △품질관리 △마케팅 등에 사용돼야 하는데, 회원사들이 수출실적에 따라 나눠먹기를 한 것이다.

버섯업계 관계자는 “수출실적에 따라 정부 지원금을 나눠주다 보니 생산량이 많은 청도지역의 수출은 크게 늘고, 반면 호남지역의 팽이버섯 수출은 40%나 줄었다”며 “품질관리가 잘 안 되는 취약한 농가에 품질관리비를 더 지원해줘야 합당한데, 지금까지는 수출물량에 따라 나눠주기만 했다. 오랜 기간 수출선도조직으로 운영되고 지난해부터 수출통합조직이 됐지만, 물류비 폐지를 대비해 준비한 것도 없고, 성과도 별로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케이머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수출에 기여한 만큼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모아져 이사회 승인을 받아 정부 지침에 맞게 품질관리를 위해 사용한 것”이라며 “나눠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고, 품질개선을 위해 회원사들을 지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딸기 수출통합조직인 케이베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케이베리에 소속된 수출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지원을 많이 받았고, 장기적으로 수출물류비 폐지를 대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품질관리라는 명분으로 회원사들에게 지원금을 나눠준 게 사실이고,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딱히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고 털어놨다.

농식품부와 aT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수출통합조직 운영지침을 통해 총 사업비의 15% 이상을 연구개발비(R&D)로 집행하도록 조치한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으로 공동의 사업이나 연구개발 등을 해야 하는데, 수출통합조직이 초기이고 하다 보니 수출물량에 따라 회원사들에게 인센티브 준 것 같다”며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가 또 불거지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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