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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김치는 공짜?···‘한접시 4000원’ 정식메뉴로 팝니다”수입김치 범람, 국산 김치업계는 지금…<3>백곰막걸리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백곰막걸리는 국산 김치를 정식 메뉴로 인정하고 한 접시에 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국산 김치가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김치를 단독 메뉴로 넣고 유료로 판매하는 외식업체가 있다. 2016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시작한 백곰막걸리는 전국 방방곡곡의 막걸리를 비롯해 전통주 250여종을 맛볼 수 있는 전통 민속주점이다. 최근엔 2호점인 명동점을 열고 전통주 종류를 300여 가지로 늘렸다. 이곳에선 특별한 술만큼 특별한 메뉴도 있다. 막걸리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인 김치다. 외식업계에서 국산 김치가 점점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이때, 국산 김치를 정식 메뉴로 등극시켜 판매를 하는 이승훈 백곰막걸리 대표를 만나봤다.


순천서 100% 국산김치 공수
200g당 4000원에 판매 중
수육 김치도 무료리필 안해

초창기 손님들 반발 심했지만
취지 제대로 설명하면 수긍
남으면 아깝다고 싸 가기도

한달 구매비 250만~300만원
경제적 부담 적지 않지만
소비자-외식업계 인식 바꿔야


“김치는 요리이며 유료로 제공됩니다”

백곰막걸리 메뉴판에는 이와 같은 문구가 쓰여 있다. 실제로 이곳에선 전라남도 순천에서 100% 국내산 재료로 담근 포기김치가 곱게 썰려 정갈하게 접시에 담겨 약 200g당 4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심지어 더 먹고 싶으면 돈을 내고 재주문을 해야 한다. 김치에서 무료 리필은 없다. 수육을 시키면 김치도 같이 나오지만 여기서도 김치를 더 먹으려면 추가 주문해야 한다.

이 대표는 “우리 김치가 싸구려 취급받는 건 문제가 있다. 우리 스스로가 국산 김치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고 무조건 무료제공에 값싼 김치만 찾는다면 생산자도 좋은 식자재를 사용한 맛 좋은 김치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안 될 것이다”며 “우리 식문화 중심에 서 있는 김치를 점점 맛없고 질 떨어지는 음식으로 전락시키는 꼴”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저렴한 중국산 김치가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김치 종주국인 우리나라가 가장 맛없는 김치, 심지어 대다수가 중국산 김치를 먹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 “백곰막걸리는 밥집이 아닌 주점이기 때문에 김치를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것보단 적어도 국산 김치의 가치를 알리고 제값에 팔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래야 김치업체도 더 맛 좋은 김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고 전했다. 백곰막걸리에선 한 달에 약 250~300kg의 김치가 소비되며 1kg당 만원 꼴로 250만~300만원을 김치 구매로 지출한다.

김치도 하나의 요리이기 때문에 돈을 받고 파는 게 참 간단하면서도 여전히 대다수에겐 생소할 수밖에 없다. 김치는 당연히 ‘공짜’로 쉽게 먹을 수 있는 반찬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백곰막걸리가 위치한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동네 상권이 아닌 구매력 있는 고급 상권이란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내 외식업체가 국산 김치를 유료로 판매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이 대표는 초창기엔 손님들 반발이 심해 김치에 대한 직원교육도 따로 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처음엔 김치도 따로 주문해야 한다고 하니까 화내고 욕하거나 야박하다고 나가버리는 손님도 많았다. 하지만 손님에게 왜 우리가 국산 김치를 유로로 판매를 하는지 나아가 국산 김치를 천대하면 안 되는 이유를 차분히 설명하면 의외로 잘 수긍을 한다”며 “가령 손님이 인정을 못하더라도 절대 그냥 김치를 주지 못하도록 직원교육을 한다. 메뉴판에 있는 보쌈을 공짜로 주라고 요구하지 못 하는 것처럼 김치도 이렇게 메뉴판에 있으니 공짜로 달라고 못 한다”라고 말했다.

백곰막걸리에선 김치 메뉴가 조금씩 정착되고 안정되면서 가게 홍보 마케팅으로 활용되자 상업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은 많은 분이 공감하고 응원도 한다. 국산 김치를 손해 보고 파는 것도 아니고 제값을 받는 타당한 이유도 있으니 상업적으로도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더 긍정적인 효과는 김치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김치를 유료로 판매하다 보니 손님들도 김치를 한 번 더 주목한다. 김치 맛을 더 깊게 음미하고 김치 맛이 좋다며 어디 김치인지를 물어보기도 한다. 김치가 남으면 아깝다고 포장해 가기도 하니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국산 김치가 외식업계에서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소비자와 업계 모두가 국산 김치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극소수만 살아남는 치열한 외식업계에서 중국산 김치보다 몇 배나 비싼 국산 김치를 사용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소비자와 외식업계 사이에서 국산 김치에 대한 소중함과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외식업계에서 더 다양하고 더 맛 좋은 국산 김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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