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곳 없는 예비 청년농 위해 ‘초소형 이동식 주택’ 짓는 청춘들

[한국농어민신문 이동광 기자]

▲ 경남 남해에서 팜프라가 제작하는 소형 주택현장에서는 유지황 대표(오른쪽부터), 오린지 참가자(29), 양애진 팀원(27), 오민환 참가자(35)가 열심히 활동 중이다.

농촌으로 들어가려는 예비 청년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인프라와 경제적으로 불리한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고 농업·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농업계의 유명인사로 거론되는 유지황 팜프라 대표가 청년들 함께 생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가 몇 년 동안 농촌에서 겪은 경험을 지금도 청년들이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빈집 연결 사업 등
가족·부부·중장년층 위주 진행
청년농 어렵게 빈집 마련해도
수리비만 ‘수 천만원’ 감당 못해
임차농지 바뀌면 새집 구해야 

농업 인프라 구축 기업 ‘팜프라’

2016년부터 ‘코부기 프로젝트’ 
청년 위한 이동식 주택 만들어
유지황 대표 해외 경험 등 살려
경북도 연계 ‘팜프라촌’ 진행도


▲청년이 직접 주거 문제 해결에 나서다=경남 남해군의 유명 해수욕장 앞 공터에서는 젊은 청년 4명이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동식 소형 주택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이들은 청년둥지제작소 코부기에 참여해서 친환경적이면서 적은 비용으로 편안한 거주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이다.

전문적인 기술을 가졌을까 우려했지만 각종 장비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소형 주택은 철저한 단열 효과로 내부는 상당히 시원했으며, 아담한 침실공간과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전문기술자들이 제적하면 2주 정도 걸리지만 집짓기를 배우려는 청년들과 함께 진행하다보니 완성까지 1달 정도 걸린다.

리더 역할을 하는 유지황 대표는 지난 2016년 6월 농촌 청년들을 위한 주택 제작을 해보고자 ‘코부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3개월 속성으로 집짓기의 기본을 배운 뒤 공간 이동이 자유로운 이동식 주택에 주목했다.

특히 지난해 2월에는 청년 3명과 함께 기반 없는 청년들을 위한 농업 인프라 구축을 해보자는 욕심에 법인화를 목표로 ‘팜프라(FARMFRA)’ 청년 기업을 설립해 활동 중이다.

유지황 대표는 “팜프라는 청년들의 높은 농촌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가장 큰 쟁점인 토지·주거 해결을 목표 판프라촌은 만들 계획이다”라며 “더 나아가 수익모델을 해결해서 생태 농업 교육을 통한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 개선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라고 말했다.

물론 건설 분야에 전문 기술이 없어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박범주 참신한건설(구 코앞건설) 대표의 기술 및 재정적 지원을 받은 덕분에 프로젝트가 지속되고 있다. 더불어 남해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남해군과 지역 주민들의 지원도 이뤄졌다.

이렇게 팜프라를 설립해 농촌거주 문제에 뛰어든 것은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 때문이 아니다. 정부나 지방자체단체가 농촌에 정착하려는 청년들에게 거주지나 농지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너무나 어려운 농촌·농업 정착 환경=현재 청년뿐만 아니라 귀농·귀촌인들이 농촌에서 정착하면서 겪는 가장 큰 애로 중 하나가 거주 공간 마련이다. 농촌에 빈집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마땅히 거주하거나 임대 가능한 물건은 극히 제한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귀농·귀촌인들에게 빈집 연결해 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다수 지역에서 1인 청년들보다는 가족단위나 부부 등 중·장년층 위주로 거주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지황 대표도 이러한 뼈아픈 경험을 여러 번 겪으면서 청년들이 주거 문제의 탈출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출발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인 경남 통영에서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결심하고 지인을 통해 660㎡ 규모의 농지에서 10여 가지 채소를 재배했다. 환경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유기농을 적용했으며, 나름 스스로 만족스러운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농지 소유자로부터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고 농사를 포기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다른 국가의 기성세대는 농업에 종사하려는 청년들에게 어떤 지원과 배려가 이뤄질까 보고 체험하기 위해 무작정 해외로 나가게 됐다. 그 2년간의 과정은 ‘팜밍 보이즈’라는 영화로 제작됐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기억을 남겼다.

그리고 귀국한 이후 해외에서 겪은 경험과 감동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농민으로 살기 위한 방법을 찾아 다녔으나 좌절의 연속이었다. 고향에서부터 시작해 보자는 영농 계획서를 작성해 봤지만 농지를 구하지 못했다. 다른 지역에 정착해 보자는 생각에 찾아간 마을에서 빈 집을 거주 공간으로 마련해 줬지만 2주 만에 스스로 나왔다.

유지황 대표는 “2주 정도 거주해 봤지만 수리를 하지 않으면 살 수 없겠다는 판단을 했다”라며 “돌이켜보면 집수리 비용만 2000만~3000만원 필요했을 텐데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이 그 정도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기 힘들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농지 문제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이면서 쾌적한 환경에서 거주하고, 자유로운 이동에 익숙한 청년들에게 적합한 소형 주택인 코부기 제작에 뛰어든 것이다. 실제 그는 젊은 청년들과 함께 코부기를 제작해 농사를 짓기도 했다.

유 대표는 “어렵게 2640㎡(800평) 규모의 농지를 임차해 6.6㎡ 규모의 초소형 이동식 주택 3동을 짓고, 전기와 수도 등 기본 생활기반 공사까지 마무리하고 벼를 비롯해 채소를 재배해 수확까지 해 만족스러웠다”라며 “그런데 여기서도 딱 10개월 정도밖에 농사를 짓지 못했다. 임대를 한 분이 부재지주의 농지를 관리 중이었는데 농지 임대에 대해 알리지 않아 결국 농사도 포기하고 이동식 주택을 가지고 나왔다”라고 회상했다.

▲지자체와 함께 고민하기=그는 최근 4년간의 경험을 통해 개인과 계약으로 농지와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지하게 됐다. 개별 농가들도 자기 생활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서로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방자체단체와 연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

유지황 대표는 “주거와 농지 문제를 풀어야할 주체는 행정기관이면서 사회제도와 연계된 문제라는 생각에 지자체를 찾아다니며 팜프라촌에 대한 기본 시스템 계획을 브리핑했다”라며 “다행히 경북도에서 관심을 가지고 함께 진행 보자고 제안해 오면서 4~5개월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기본 방향은 예산 규모에 맞춰 청년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면서 농업기술과 농기계 작동을 배우고, 농업 이외의 직업 활동까지 고려한 정착촌을 꾸미는 것으로 진행했다. 모든 계획은 SNS로 연결된 500여명의 청년들이 제안한 의견을 반영해 마련됐다.

그는 “지자체가 예산을 확보하고 있고 계획을 추진하려는 열정도 보여서 상당히 세부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라며 “그러나 결국 적합한 장소를 물색하지 못해 프로젝트가 무산돼 상당히 아쉬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다가 남해군이 팜프라촌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면서 현재 코부기 주택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은 항상 가지고 생활한다.

유지황 대표는 “저렴하면서 안정적인 주거 공간의 필요성 때문에 팜프라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재정적으로 열악한 민간이 해야 할 일인지 의문이다”라며 “특히 젊은 청년농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업분야조차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도록 배려하는 정책은 아직도 미흡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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