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성수 한국식품연구원 박사

포도의 당분 에너지원으로 활용
씨·껍질에는 항산화 물질 풍부
껍질 충분히 씹어 먹는 게 좋아


최근 다양한 열대·아열대 과일과 가공제품들이 수만 리 먼 길을 오랜 기간의 수송을 통하여 국내에 수입되고 있고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대형 농산물 판매마켓의 과실판매대에는 수입과실들이 국내산 과실들보다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가 WTO와 FTA 체제의 틀에서 관세장벽을 낮추고 자유무역을 통한 국가 간의 상호이익을 취하고자 나아가고 있는 시대에 살면서 우리 것만을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견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생명 산업인 농업은 국제적인 경쟁력만 따져서는 안 되는 절박한 부분이 있어 꼭 지켜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중 우리의 과수 산업도 마찬가지로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 가운데 있지만, 농업인들의 땀과 열성을 다하는 노력으로 지켜가고 있다. 지금 과수원에는 6월의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탱글탱글한 포도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포도가 어떤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고 건강에는 얼마나 좋은지 과학적 근거자료를 통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국내산 포도의 영양성분은 포도의 품종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탄수화물이 주성분이며 대부분 포도당과 과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포도의 당분은 보통 15~18%로 단맛을 주고 인체 대사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며 피로에서 회복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신맛을 내는 유기산은 0.5~1.5% 범위로 주석산(酒石酸)이 주로 차지하며 포도 특유의 신맛을 주면서 입맛을 좋게 하여 식욕을 돋워 준다. 펙틴은 0.3~1.0% 정도로 식이섬유로서 변비의 예방과 장(腸)의 정화 및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효과가 있다. 그 외 자주색의 안토시아닌계 색소로서 항산화 효과, 약간의 떫은맛을 주는 타닌류는 여러 가지 약리작용을 가진 주요 성분이며, 무기질로는 칼슘, 칼륨, 철분이 특히 많다. 포도는 알칼리성 식품으로서 씨에는 기름이 15~20% 정도 함유되어 있으며 불포화도가 매우 높은 양질의 지방으로서 항산화성이 매우 높다. 적포도의 포도씨 기름 중의 폴리 페놀성 화합 물질은 비타민C, E와 베타 카로텐 보다도 7배 이상의 항산화력을 갖는 새로운 강력한 항산화제로서 체내에 형성된 해로운 유리 라디칼(free radicals)을 중화하여 노화 방지, 항암효과, 심장병 등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최근 국내외 연구에 의하면 포도를 매일 섭취하였을 때 혈중 콜레스테롤이 상당히 내려간다고 보고되어 있다. 특히 심장 혈관의 건강 유지에 유익한 고밀도 단백 지질(HDL) 콜레스테롤의 비율이 올라간다. 또한 이러한 역할을 하는 성분은 포도 중의 펙틴, 페놀계 화합물 및 최근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는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라는 성분이다. 포도 펙틴을 하루에 15g씩 4개월간 피험자 200명에게 섭취하도록 하여 혈중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사해 본 결과 저밀도 단백 지질(LDL) 콜레스테롤은 현저하게 감소하고 고밀도 단백 지질(HDL) 콜레스테롤의 비율이 높아졌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 결과는 포도를 적당량씩 자주 섭취할 경우에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과 심장병이 있는 사람에게 상당한 치료 효과가 있는 식이요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포도에서 항산화 역할을 하는 중요 물질은 페놀계 화합물과 레스베라트롤로 볼 수 있다. 이들은 포도의 껍질 부분이나 포도씨에 다량 존재하는 물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워터하우스교수 연구팀이 의학잡지인 랜세트(Lancet)에 발표한 논문에서 적포도주에 함유된 페놀화합물이 항산화 작용을 함으로써 동맥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주고 혈관 벽을 튼튼하게 유지해 혈류를 개선한다고 보고했다. 또한 프로안토시아니딘은 우리 인체에 해로운 유리 라디칼 제거제로 비타민E보다는 50배, 비타민C보다는 20배 더 강력한 항산화력이 있다고 한다. 이 물질들은 지질의 산화를 방지하는데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레스베라트롤은 심장병 예방효과와 관련이 깊고 혈액 중에 생성되는 혈전(핏덩이)의 생성을 예방한다고 보고되어 있다. 원래 레스베라트롤은 1970년대에 땅콩이나 오디 등 70여종의 지하 종자와 식물에서 발견된 성분으로서 그중 포도 껍질 부위 1g 중에 약 50~100 ㎍ 정도로 가장 풍부하게 존재한다고 보고되어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 의대 연구팀이 1997년 1월호 사이언스 과학잡지에 발표한 레스베라트롤에 대한 연구 결과에서 포도에서 추출하여 정제한 이 물질이 항산화 작용과 종양 발생 및 진행의 억제 효과가 있으며 독성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미국의 위스콘신 의과대학의 폴츠 박사 연구팀은 포도 주스와 오렌지주스 및 자몽주스에 대한 심장병 예방 효과를 조사한 결과 포도 주스가 가장 좋았다고 하였으며, 포도주의 알코올에 의한 장애를 고려한다면 포도 주스가 66% 정도 더 유리하다.

이같이 포도에는 우리 몸에 유익한 영양성분들이 매우 많이 함유되어 있다. 장거리 수송에 의한 신선도가 떨어진 수입산보다는 신선하고 완숙된 국내산 포도를 적당량씩 꾸준히 섭취한다면 건강 유지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포도를 섭취할 때는 깨끗이 씻어서 껍질 부위의 성분을 충분히 씹어서 먹는 것이 포도의 기능성 성분을 최대로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우리의 포도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외국산 포도에 버금가는 포도의 당도를 높이고, 품종개량 및 다양화 연구도 꾸준히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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