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수는 1·2급수 대신 4급수로?’ 농업계 반발 커질 듯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물관리기본법의 본격 시행에 따라 환경부를 중심으로 한 국가 통합물관리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농업용수에 대한 그간의 논의내용을 두고 농업계의 집단반발이 예상된다. 물관리기본법이 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허가를 얻도록 하는 한편, 물을 사용할 경우 관리에 드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지난 2000년 폐지됐던 농업용수의 수세 부활이 우려되는데다가, 농업용수로 사용가능한 수질등급이 4급수까지라는 점을 들어 ‘1·2급수인 상류 저주지의 물은 환경생태용수로 흘려보내고 농업용수는 하류에서 취수해서 쓰면 된다’는 식의 주장까지 제기됐었다는 농식품부 관계자의 언급까지 나오면서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농업용수 수리권 보장 불투명
수세 부활 우려 목소리 속

국가 전체 물 사용의
50~60%가 농업용수
환경부 중심 ‘곱잖은 시선’

1·2급수 상류저수지 물 돌려
환경생태용수 확보 움직임
농업계 의견은 외면 ‘도마위’


◆농업용수 우선사용권·수세 문제

농업계의 반대로 인해 통합물관리 대상에서 농업용수가 제외되면서 지난해 6월 제정된 물관리기본법에는 ‘농업용수’가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환경부가 통합물관리 논의대상을 농업용수로 확대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특히 지난 해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업용저수지라고 하더라도 500만㎥이상인 경우와 이하인 경우라도 다른 하천시설과 유기적인 연계 등을 위해 환경부 장관이 고시하는 경우 관리를 환경부가 하도록 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댐건설 및 주변지역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농업용수도 통합물관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환경부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관련부처 간 이견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타 부처가 관장하는 법률과 경합되는 방향으로 해당부처 관장 법률을 개정하려 할 경우 우선 이해당사 부처와의 논의를 거치게 되며, 협의가 이뤄진 경우에는 정부가 개정법률안을 발의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처럼 의원입법 방식으로 개정안이 나오는 경우는 대체적으로 해당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로 최종 의원입법 방식을 통해 밀어붙여 보는 것이라는 것.

농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21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농업계가 반대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댐건설법 개정안이 20대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이는 환경부가 앞으로 통합물관리 대상에 농업용수를 포함시키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댐건설법 개정안에 대해 “당초 환경부가 보내온 안에는 사실상 전국 1만7400여개의 저수지를 모두 환경부가 관리겠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허가제와 수세도 문제다. 물관리기본법은 물 사용과 관련된 조항에서 △물을 사용하려는 자는 관련 법률에 따라 허가 등을 받아야 한다(물관리기본법 제 16조) △물을 사용하려는 자에 대해서는 그 물관리에 드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시킴을 원칙으로 한다(물관리기본법 제 17조)‘고 규정하고 있다. 김성준 건국대 교수(한국농공학회장)는 이 같은 물관리기본법에 대해 “관행·기득·허가 수리권이라는 농업용수의 수리권 문제와 2000년 이후 사라진 농업용수에 대한 물 값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맑은 물은 환경·생태용수로?

‘상류 저수지의 맑은 물은 환경용수로 쓰고, 농업용수는 하류에서 취수하면 된다’는 식의 발언도 농업용 저수지와 농업용수를 바라보는 환경부문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4회 수질환경관리 워크솝’에서 박종훈 농식품부 농업기반과장은 농업용수의 사용과 관리문제와 관련된 그간의 논의 내용과 분위기를 전했다.

“환경용수를 확보하는 방안으로 ‘농업용수의 잉여량을 활용하자’ 이렇게 외부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물 사용량이 많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고, ‘농업용수 사용량이 국가 전체 물 사용량의 50~60%가 된다’고 한다”면서 운을 뗀 그는 “결국 물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용수를 타킷으로 환경생태용수를 확보하려는 개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업용수가 국가 전체 물 사용량의 50~60% 차지한다’는 환경부 측의 주장과는 달리 김성준 건국대 교수는 실제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수량은 18%가량이라는 분석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본보 6월 4일자 3면 참조)

박종훈 과장은 또 “물의 량을 늘리기 위해 그간 농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저수지를 막고 물을 확보하는 일에 매진해 왔고, 그 많은 저수지가 다 정부에서 보조해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60%  넘게 농민들이 일부분씩 돈을 낸 곳”이라면서 농업용수의 기득수리권을 언급하면서 “이런 물을 가져가야 된다고 하면 우선 농민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져갈 때는 가져가더라도 농민들을 공격하지는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환경부가 하천 수질 문제를 두고 비점오염원이 원인이라고 지목하면서 농업부분 비점오염원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며 농업을 오염의 주범이라고 몰고 있는데 따른 언급으로 풀이된다. 

농식품부는 이와 관련 환경부가 주장하는 농업부분 비점오염원 문제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한 바 있지만 연구자가 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과정은 농업용수의 특성에 대해서도 “남는다고 남는 것이 아니고 농업용수는 1년 모아서 한번 쓰는 물이기 때문에 물이 남으면 주고 나중에 모자라면 다시 받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여기서 남는 물을 저기로 돌리려면 관로를 설치하는 데만 500억원 1000억원 들어간다”면서 현실적인 예산 문제도 제기했다.

특히 박 과장은 “농업용수는 4급수도 괜찮다고 한다. 그래서 맑은 물을 잘 가지고 있는 저수지에서 물을 흘려보내서 환경관리용수로 쓰고, 하류 쪽에서 취수하면 된다고 한다”면서 “1급수 2급수를 받아서 농업을 하던 상류지역 주민이 4급수 물을 받는 게 가능할까?“라며 해당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에 대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뜻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통합물관리를 해야 한다고 하면 확실한 뭔가 있어야 한다고 농식품부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안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농식품부는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물에 대해서 지키려고만 한다’라고 한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수리권과 수세 문제가 제기되자 농민단체가 단체로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간 알려진 환경부의 주장이 황당한데다 농업용저수지를 관리하고 사용해 온 농민과 농업계의 입장이 통합물관리 논의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이유다.

마두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수질이 좋은 상류 저수지의 물은 하천으로 흘려보내고 하류에서 물을 끌어올려 농사를 지으라니 기본적으로 말이 안된다”면서 또 “또 환경부가 농업부문 비점오염원이 하천오염의 주범이라고 몰면서 농민들을 죄인취급 하고 있는데, 그렇게 농업부문의 비점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는 환경부의 올해예산 중 비점오염원 관련 예산은 전체 물환경 예산 2조9811억원 중 1.7%에 불과한 것으로 국회입법조사처가 밝혔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환경부가 통합물관리를 하겠다면서 농업용수를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는데 그간 농업인들의 의견을 한번이라고 물어본 적이 있느냐?”면서 또 “1·2급수는 흘려보내고 하류에서 4급수를 끌어다 농사를 지으라는 주장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느냐?”고 헛웃음 쳤다.


◆‘물관리기본법’은

농업용수 사용량 감축에 무게
위원회도 환경부문 중심 구성
‘기울어진 운동장’ 지적도


지난해 6월 재정된 물관리기본법은 ‘물관리의 기본이념과 물관리 정책의 기본방향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기본이념은 물이 공공의 자원이라는 점을 들어 '모든 사람과 동·식물 등의 생명체가 합리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한편, ‘잘못 쓰거나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통합물관리의 대상으로는 지표수를 비롯해 지하수까지 포함하며, 물을 배분하는데도 ‘물의 편익을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배분’하도록 하고, 여기에 ‘동·식물 등 생태계의 건강성 회복을 위한 물의 배분도 함께 고려’하도록 돼 있다.

이 같은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물관리기본법은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를 각각 두도록 하고 있다. 이들 위원회는 정무직 공무원과 민간추천위원 1명 등 2명이 공동위원장을 맡게 된다.

국무총리를 공동위원장으로 총 30~50명으로 구성되는 국가물관리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으로는 기획재정부장관·행정안전부장관·농림축산식품부장관·산업통상자원부자완·환경부장관·국토교통부장관·해양수산부장관·국무조정실장·각 유역물관리위원회 위원장과 산림청장·기상청장·한국농어촌공사·한국수자원공사·한국환경공단·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 등이 참여하도록 돼 있다. 농업계 당연직은 농식품부·산림청·한국농어촌공사 등 3석이다.

같은 범위 내에서 구성하도록 돼 있는 유역물관리위원회는 환경부 장관을 공동위원장으로 전국에 5개가 설치되는데, 당연직 위원으로는 유역환경청장 및 지방환경청장·홍수통제소장·물환경연구소장·지방국토관리청장·농식품부 공무원·지방산림청장·지방기상청장 등인데, 농업계는 농식품부 공무원·지방산림청장 2석이 배분됐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 관련 학회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환경부의 입장은 ‘국가 전체 물 사용량 중에서 농업이 사용하는 량이 많으니 줄여야 하고, 이를 하천생태용수 등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통합물관리 자체가 농업용수 사용량의 감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위원회마저 환경 부문을 중심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여 위원회 구성에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 ‘생태친화적 농수로 확대 국회 토론회’장면. 직각 콘크리트 구조의 농수로가 고라니나 개구리 등 야생동물의‘죽음의 덧’이라며 생태친화적 농수로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경부, 농수로까지 관리 움직임 촉각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환경부 후원으로 열린 ‘생태친화적 농수로 확대를 위한한 국회 토론회’에서 우동걸 국립생태원 생태평가연구실 연구원은 전국 72개소 200km구간(콘크리트 구조물)의 농수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km당 0.88건의 동물사체흔적이 발견됐다면서 야생동물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울타리나 덮개를 설치하고, 추락 시 탈출이 용이하도록 탈출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의 축사를 대독한 송형근 자연환경정책실장은 “지난해부터 농수로의 생태적 위해성을 평가해 왔다”면서 “농식품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생태친화적 농수로를 설치하도록 권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물환경보전법에 따르면 환경부 장관이 소하천과과 건천화 된 지류 또는 지천에 대해 환경생태유량을 정해 고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같은 환경부의 움직임에 대해 농업계는 환경부가 농수로까지 업무영역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농수로를 콘크리트 구조물로 대체한 것은 농촌인력 여건상 기존 흙수로를 관리할 수 없다는 이유가 강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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