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 지난 13일 전남 무안군 남악복합주민센터에서 열린 ‘여성농업인의 농업활동 지원 강화 방안 현장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활발한 토론을 펼치고 있다.

여성농업인의 권익 증진과 권리 향상을 위해 공동경영주 등록이 활성화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공동경영주 등록 시 세금감면 등의 연계 정책도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전남 영암·무안·신안) 의원과 농촌진흥청은 지난 13일 전남 무안군에 위치한 남악복합주민센터에서 ‘여성농업인의 농업활동 지원 강화 방안 현장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현장토론회는 서삼석 의원을 비롯해 김경규 농촌진흥청장,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이용재 전남도의회의장 등과 전남 지역 여성농업인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두 건의 주제발표와 여성농업인 관련 전문가들의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주제발표

"농사일·가사 병행 여성농, 지위·권리는 취약"

성별 따라 역할 분담된 농촌 
여성은 재산권 행사 등 약해 
성평등인식 개선 활동 나서야


첫 번째 주제발표는 강선아 청년농업인연합회장이 ‘청년, 여성, 농업인으로서 삶과 일’을 주제로 진행했다. 도시에서 대학졸업 후 전남 벌교에서 가족과 함께 유기농 벼농사를 짓고 있는 강선아 청년농업인연합회장은 농촌에서 청년여성농업인이 겪는 고충을 토로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강선아 회장에 따르면 농촌에서 농업을 시작하며 가장 처음 느낀 건 성별에 따라 역할이 분담돼 있다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농사일과 기계관리 등을 하고, 여성의 경우 농사와 가사노동을 함께 하고 있다. 특히 여성농업인의 경우 농장업무와 가사업무, 지역사회활동 등의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여전히 재산권이나 결정권리 등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가 취약하다는 것이 강선아 회장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강선아 회장은 “도시에선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이 농촌에서는 성별에 따른 역할분담이나 고정관념으로 인해 눈치를 보거나 주저하는 일이 많다”면서 “여성농업인이 농사일과 가사를 병행하지만 아직도 경제권이나 사회활동에 대한 결정권리가 부족한 게 농촌의 현실”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강선아 회장은 여성농업인들이 문화적 관습과 익숙함에서 벗어나 불합리와 불공정에 대한 자각을 하고, 성평등인식 개선에 대한 교육 및 활동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폐쇄적이고 남성중심적 사고의 농업·농촌이 변화하려면 여성농업인들이 불합리한 현실에 대해 자각하고, 성평등인식 개선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면서 “여성농업인이 행복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농업·농촌이 됐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원화된 여성농 정책, 세대별 나눠 펼쳐야" 

청년·고령·취약 등 구분 바람직
출산수당 등 모성보호제 강조
남성농 부모휴가제도 도입해야


두 번째 주제발표는 최윤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관이 ‘여성농업인의 농업활동 지원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진행했다. 최윤지 연구관은 정부가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을 펼칠 때 정책대상을 명확화하고 복지문화서비스의 수혜대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일원화된 여성농업인 정책을 청년 여성농업인과 고령·취약 여성농업인 등 세대별로 나눠 각각에 맞는 정책을 개발해고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윤지 연구관은 이밖에도 △농가도우미제도 확대 △여성농업인의 자주적인 교육 LAB운영 및 지원 △여성농업인 지위 인정을 위한 법과 조례 제정 △가족경영협약제도의 활성화 △여성농업인 모성보호제도 강화 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히 최윤지 연구관은 여성농업인의 모성보호제도 강화를 강조했다. 최 연구관에 따르면 국내 타 산업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의 경우 모성보호의 일환으로 출산휴가나 출산수당 등을 받고 있지만, 여성농업인의 경우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농업의 공익 기능을 인정해 여성농업인을 공공재를 생산하는 인력으로 평가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 예로는 여성농업인의 출산 전후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 주기 위한 출산수당과 출산과 양육으로 인해 영농을 중단할 경우 양육수당 지원 등이 있다. 또한 타 산업분야와 동일하게 남성 농업인에 대한 부모휴가제도도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윤지 연구관은 “우리나라의 모성보호는 기업에 고용돼 있는 피고용자를 위한 모성보호”라며 “자영업자에 속한 여성농업인은 모성보호 지원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가 여성농업인의 모성보호를 위해 출산수당이나 양육수당, 부모휴가제 등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종합토론

"지역 농기센터 여성농 정책 코디네이터 도입을"

중앙정부 정책 지자체 전달
연속성·지속성 강화 도움 기대

청년여성농 바우처 신청해도
젊다는 이유로 차순위 밀려
사용처도 제한적…개선해야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김영란 목포대학교 교수의 진행으로 농업·농촌 현장과 학계 등을 대표해 12명의 토론자들이 ‘여성농업인의 농업활동 지원강화 방안’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펼쳤다. 특히 이날 토론에서는 형식적인 대안보다는 여성농업인들이 현장에서 겪는 차별과 어려움을 토대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돼 토론회에 참석한 여성농업인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토론회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공동경영주’였다. 여성농업인이 농업·농촌의 구성원 및 직업인으로서 당당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도입된 공동경영주 등록 제도의 경우 아직까지 크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토론회에서는 공동경영주 개선 관련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는 정부가 현재의 공동경영주 제도 마련에 그치지 않고 현장 체감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를 더한 연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현재의 공동경영주 등록 제도만으로는 여성농업인들의 참여시킬 수 있는 동기 부여가 약하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여성농업인들이 공동경영주를 등록해도 혜택이 없으니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여성농업인들이 공동경영주 등록 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연계 정책을 발굴하고 펼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농선 한국여성농업인전남도연합회장은 보다 구체적인 공동경영주 등록 시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배우자 사망 시 여성농업인이 공동경영주로서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면 양도세와 상속세 등을 면제해주는 재산 공동 법률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령화와 농업인구 감소로 농촌에서 여성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지만 농업경영체 등록은 남성위주로 돼 있다”면서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서는 공동경영주 등록이 필요한데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지면 더 많은 여성농업인이 공동경영주 등록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농업인의 복지 향상과 관련해서도 많은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연령별 특화된 복지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았다. 이소희 청년여성농업인협동조합회장은 현재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여성농업인 바우처 제도 개선을 주장했다. 이소희 회장에 따르면 농촌지역에 귀농·귀촌으로 청년여성농업인의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여성농업인 바우처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또 청년여성농업인들이 바우처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소희 회장은 “청년여성농업인이 바우처 제도를 신청하면 젊기 때문에 신청 순위가 차순위로 밀리는 사례가 발생하고, 사용처도 청년들이 원하는 곳은 쓸 수 없는 곳이 많다”면서 “청년들이 농촌에 지속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바우처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강혜정 전남대학교 교수는 정부의 여성농업인 정책이 현장에  잘 홍보되고 여성농업인들이  쉽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여성농업인 정책 코디네이터’를 육성·지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혜정 교수에 따르면 중앙정부의 여성농업인 정책이 지자체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연속성과 지속성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자체의 농업기술센터에 ‘여성농업인 정책 코디네이터’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대부분의 지자체에 여성농업인 전담조직이 없고 청년여성농업인의 안정적 농업 정착을 위한 기초단위 중간지원체계 구축의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농업기술센터 내 정책 코디네이터를 통해 여성농업인 정책을 현장과 문제해결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여성농업인 수당지급과 근골격계 건강검진 의무화, 양성평등교육 실시와 여성농업인 전용 소형 농기계 보급 및 교육 등 다양한 제도 개선 및 도입 요구가 잇따랐다.

이날 서삼석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농촌은 농산물 생산뿐만 아니라 판매·가공 등 융복합산업화 등으로 여성농업인의 활약이 필요로 하는 분야가 증가하고 있다”라며 “여성농업인이 활약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며,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수립과 역량강화 등 적극적인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축사에서 “여성농업인들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농기계를 꼽는데 전남도는 여성농 임대농기계를 가능한 많이 보급할 예정”이라며 “전남도가 여성농업인들이 일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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