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도시지역 한 복판에 스레이트 지붕  폐가가 있다면 아마도 인근주민들로부터 난리가 났을 것이다. 불을 보듯 뻔하다. 집값이 떨어진다고, 또 범죄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는 볼멘소리를 동장부터 비켜가지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농촌지역엔 아직도 슬레이트 지붕의 폐가가 여기저기에 있다. 슬레이트 지붕이여서 더 문제가 심각하기도 하다. 

석면이 들어있어 건강에 치명적인 폐암을 발생시킨다는 의학적인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한 때 모르고 이 슬레이트에 삼겹살을 궈 먹기도 했지만 말이다. 정부가 지난해까지는 ‘슬레이트 처리 지원사업’을 펼쳤고, 올해부터는 명칭에 살이 붙어 ‘슬레이트 철거 및 지붕개량사업’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현재 1가구당 지원면적은 140~160㎡로 슬레이트를 평면으로 펼친 면적이 적용되고 있다. 너무 적용 면적이 적다는 것이다. 슬레이트 지붕엔 처마부분도 있고 입체적으로 보면 당연히 면적은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말이다.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붕개량의 경우 차상위층 지원으로 가구당 300만원 지원이 전부다. 여기에 ㎡당 자재값 상한선을 6만원으로 묶어 놓아 쓸 만한 단열재도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자부담 압박이 가중되는 대목이다.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 자부담은 더욱 큰 부담으로 아예 엄두를 못내는 게 농가의 입장이다. 즉 생색내기용인 셈이다. 업체명 등을 비밀로 해 달라는 한 폐기물 업체 대표는 “정부의 지원금에 자부담을 ㎡당 2만원 이상씩 들여서 처리할 농가는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며 “업체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많다며, 최근 매립 처리비용이 톤당 40~50만원으로 오른데다 타지역으로 반출은 80만원에 운반비까지 별도다”라고 고충을 토로한다. 

또 지붕개량 사업은 개개인이 아닌 마을 전체를 대상으로 이뤄져야 가능한 사업이라고 진단하며 개인이 아닌 마을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여기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강제성을 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무안군은 양파 폐기사업 농가부담액 20%를 지자체가 수용해서 인근 타지역 농업인들로부터 큰 부러움을 받기도 했다. 

가로등 불빛 조도가 밝아지면 걷고 싶은 길이 되고, 주위환경개선이 이뤄지면 범죄도 줄고 살만한 농촌으로 젊은이들도 더욱 관심을 가질지 모른다. 슬레이트 폐가 지붕 개량 사업도 지자체가 적극 나서서 축사, 창고까지 전면 확대하고 내용도 알찬 사업으로 전개되길 기대해 본다.

조광윤 한국농업경영인전남도연합회 사업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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