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김치 범람, 국산 김치업체는 지금… <2> 대일식품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 홍금석 대일식품 대표가 김치 배달을 하고 있는 모습.
▲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방면으로 외길따라 올라가면 대일식품 공장이 보인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해 ‘치악산산골김치’로 유명한 대일식품.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치악산산골김치 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일식품은 2004년부터 시작해 3000m² 규모의 생산 공장을 갖추고 국내 김치업계 최초로 2016년에 중국 유명 백화점과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수출유망기업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대일식품의 홍금석 대표는 “내가 왜 김치 사업에 뛰어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국내 김치업계 상황이 아주 힘들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대일식품 홍금석 대표와 함께 강원도 원주에서 출발해 충북 충주, 경기도 남양주로 김치 배달을 하며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흑마늘 첨가 고급 배추김치
중국 백화점 진출 등 이뤘지만
3년 지난 지금, ‘생사기로’ 놓여  

중국산 김치 원가 밑지더라도
한국 보내면 ‘수출환급금’ 받아
국내시장 장악 후 ‘지원’ 중단 땐
비싼 값에 중국산 먹어야 할 듯 

직원 감축에도 국산 재료 고집
"종주국 자부심도 업계도 살아"


대일식품은 3년 전만 해도 흑마늘 진액을 첨가한 ‘흑마늘 배추김치’ 등 고급 김치를 중국시장에 내놓기도 했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식품기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사기로에 놓여있어 국내 안방 시장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치 수입이 사상 처음 1분기 10만톤을 넘는 등 수입김치 물량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이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홍 대표는 “수입 김치 여파로 2~3년 안에 국내 김치 공장 절반이 문 닫을 수도 있다”며 그 심각성을 경고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가격. 홍 대표는 “다른 식품 가격이 다 올라도 김치는 10년 전 가격 그대로다. 원인은 중국산 김치가 싸도 너무 싸게 들어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중국산 김치가 원가에 밑지더라도 한국으로 보내기만 하면 된다고 그냥 국내로 밀어 넣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김치는 국내산 김치 가격의 1/4 수준. 홍 대표는 이처럼 중국산 김치가 싼 이유 중 하나가 중국 김치업체 입장에선 수출만 하면 중국 당국의 수출환급금(퇴세)을 받으면 충분히 공장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가격보다도 낮은 가격이라도 수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중국산 김치가 국내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내수 시장을 장악해 국내 김치업계가 하나둘 문을 닫게 되면, 중국에서 퇴세 정책을 중단할 것이고 중국 김치업체들은 일제히 가격을 올릴 것”이라며 “그때는 중국산 김치를 비싸게 먹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실제 중국에 갔을 때 김치업체에게서 들은 이야기다”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를 정부에 제기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국가 간 교역 문제”라는 대답뿐이었다고 했다.

홍금석 대표는 인건비를 줄이고 김치 외에 다른 품목도 취급하는 등 나름의 생존전략으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일식품은 올해부터 절임 배추 생산라인을 간소화시켜 직원을 48명에서 28명으로 줄였다.

홍 대표는 “배추를 절임 하는 게 가장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상승하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올해부터 절임 배추를 공급받아 완제품으로만 김치 생산을 하는 것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8월부터 부분적으로 종목을 추가해 감자가공품 생산에도 나섰다. 홍 대표는 “김치만으로는 도저히 운영이 어렵고 그렇다고 공장 문을 닫을 순 없어서 감자옹심이, 감자전 등을 추가해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홍 대표가 국내산 김치를 고수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여전히 국내산 김치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컸다.

홍금석 대표는 “김치는 세계 5대 건강식품이자 우리 주식이다. 김치업계에 뛰어들며 세웠던 목표는 딱 하나다. 건강한 밥상 행복한 밥상 구현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자체 기술개발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역, 다시마를 이용한 천연 해초페이스트를 사용해 김치 식감이 더 아삭하다”며 “중국산 김치는 화학 첨가물로 양념이 끈적끈적해 배추에서 양념이 안 떨어진다. 또한 발효도 안 되고 맑은 김칫국물도 나오지 않는 등 김치 고유성이 없어 진정한 김치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일식품은 국내산 김치의 안정적인 원료 공급을 위해 산지 유통인과 계약재배를 한다. 대일식품은 2018년 기준 배추에만 약 28억원을 지출하는 등 농가 소득에도 기여하고 있다.

홍 대표는 “아무리 어려워도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해야 진정한 김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국내 김치업계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충주 건국대학교 병원과 남양주 현대병원으로 직접 김치 배달을 했다. 국내산 김치를 사용하는 현장의 반응도 고무적이다. 충주 건국대학교병원의 한 영양사는 “다른 건 몰라도 김치는 국내산을 취급한다. 병원 환자들과 병원 교직원의 건강을 위해 김치는 당연히 국내산이어야 한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산 김치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예전엔 5톤 트럭으로 배달했는데 지금은 1톤 트럭으로 배달을 하고 있다. 그래도 건강한 국내산 김치를 찾는 곳이 있는 한 열심히 달려 하반기엔 새로운 거래처도 늘릴 계획이다”고 전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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